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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론가 Apr 11. 2017

19. 오늘, 나도 처음

"나 67살이 처음이야"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 67살이 처음이야.



tvN <꽃보다> 시리즈를 좋아했던 이유는 여행을 사랑하는 내가 간접적으로 세상을 만날 수 있는 창구가 되어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tvN <꽃보다 청춘>보다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의 애청자가 되었던 이유는 청춘들은 전할 수 없는 '어른의 지혜와 겸손'을 전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존경스럽습니다"

홀로 여행 온 20대 청춘에게 '진심으로 존경스럽다'는 한마디는 괜히 뭉클했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더 긴 인생을 살았다고 해서 그저 '나는 대단하다, 내 인생을 좀 본받아라'라고 말하는 자세가 아닌 '진심으로 네가 한 일은 참 잘한 일이다' 인정해주고 칭찬해주는 모습은 모든 이에게 교훈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유독 신구 할아버지의 청춘을 향한 어록은 많았다.




그리고 tvN <꽃보다 누나>에서 배우 윤여정의 한마디.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 67살에 처음이야"


불투명한 미래 앞에 힘들어하는 20대에게 직접적으로 어떤 조언을 주는 한 마디는 아니었지만 나는 저 한 마디가 왜 그렇게 위로가 되던지. 20대가 되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더 하루하루가 어렵고 그럼에도 나는 조금 더 잘 살고 싶고 또 그렇기엔 내가 너무 부족한 거 같고 하는 생각이 밀려들곤 한다. 나만 이렇게 어려운가, 나만 이렇게 제대로 못 살고 있는 건가, 나만 이렇게 힘든 건가 라는 생각에 허덕일 때, 저 한마디를 들었다.


67세를 처음 살아본다는 한마디. 60세가 넘어도 인생을 모른다는 한마디.


마치 고등학생 때, 대학생들을 보며 정말 큰 성인이구나 싶었다가 막상 내가 그 나이가 되면 '아 아직도 어리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까. 나만 하루하루가 낯설고, 어려운가 싶었는데 인생을 60년을 넘게 산 사람도 내 인생도 처음이야라고 말하며 어렵다고 하는 걸 보니 나만 힘든 건 아닌가 보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참 어리석다. 그 어떤 위로보다 자신의 불행을 말해주는 게 가장 큰 위로가 되어준다는 말이 있지 않나. 자신들의 힘듬을 공유하는 것만큼 큰 위로는 없는 것 같다. 내가 이번에 배우 윤여정의 한마디에 위로를 얻은 것처럼.


내게 오늘이 참 낯설다. 처음 살아보는 26살이라는 나이도 참 낯설다.

어제도, 오늘도 같은 거리를 걷고 있지만 그 거리를 걷는 나를 제일 낯설게 느끼는 꼴이라니.



60년 넘게 살아도 낯설게 느낄 수밖에 없는 '새로운 삶'이라면 즐겨야지 어쩌겠냐.

그렇게 우리의 청춘을! 하루를 일 년처럼, 일 년을 하루처럼 차곡차곡 쌓아 내가 주인공인 책을 완성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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