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다른 대륙의 외국인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만큼이나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일인 것 같다.
내가 마음을 두는 사람이
나에게 비슷한 질량의 마음을 두는 상황이
이미 기적 같은 일인데
그렇게 만난 둘이 함께 한 집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기적처럼 느껴진다.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만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함께 산다는 것은 정말 아득하게 느껴진다.
A는 나와 함께 먹고 자고 사는데도 불구하고
언제나 안부를 묻는다.
오늘 뭐 했는지,
오늘 어땠는지,
오늘 기분은 어떤지...
그걸 그냥 하는 인사가 아닌
정말 뭔가 궁금해서 질문하는 것 마냥 진심으로 묻는다.
한국어에서는 오늘 어땠어?라는 말을 잘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특히나 어른들끼리는.
오늘 뭐 했나, 뭐 먹었나, 어디 갔나, 누굴 만났나...
이런 인사나 질문들은 자주 하지만
어땠냐는 말은
시험 어땠어? 맛은 어땠어?처럼
어떤 상태를 묻는 것이지
나의 일상적인 기분을 묻는 의도로 사용되지는 않는 것 같다.
나는 큰 일을 꾸미는 사람도 아니고
엄청 활동적인 삶을 사는 사람도 아니다.
이런 나의 어쩌면 하찮은 일상에서
내가 날마다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오늘 어땠는지.
살피고
궁금해하고
물어봐 주는 게 좋다.
예전엔 이런 질문들을
그냥 입바른 소리겠거니
대답도 하는 둥 마는 둥 하였는데
정말이지 오만한 생각이었다.
타인의 무고하고도 따수운 손길을
내멋대로 밀치고 가버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