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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건호 Oct 02. 2019

#38 포르투 캄파냐 역으로 가는 열차 안에서

문득 드는 생각의 시간 : 여행이 주는 의미

다음 날 아침,

리스본 산타 아폴로니아 역을 출발해

포르투 캄파냐 역으로 이동하는 열차에 올라탄다.


달리는 열차에 조용히 앉아 창 밖을 보고 있는 동안

잠시 동안 뒤로 밀쳐놓았던 생각들이

스멀스멀 밀려오기 시작한다.


‘내 인생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단지 회사생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삶의 측면에서

과연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인지

그런 근거 없는 불안함에서 시작하는

막연한 생각의 시간이 온 것이다.


사실 포르투갈 여행을 하는 동안

나 자신을 잠시 잃은 건지

아니면 본래의 자신을 찾은 건지

한국에서의 고민들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문득,

‘나는 무슨 이유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일까?’

‘여행 동안 걱정들이 왜 모습을 감춘 것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우리 대부분은 일상생활 속에서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가족, 학교, 직장, 모임 등

적어도 하나의 집단에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따라서 자연적으로 자신이 속한 무리에 예속되고,

관계로 맺어진 집단 안에서 발생하는 표상을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상대적 거울로 인식하게 된다.


누군가의 취업 소식을 들으며, 결혼 소식을 들으며,

출산 소식을 들으며, 승진 소식을 들으며

나의 위치는 어디인지, 나는 제대로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 생각하게 되는 것이 그러한 예다.


흔히 보편적이라 말하는 사회적 프레임에

혹시 내가 뒤처지지 않을지,

다른 사람들의 흐름에 역류하는 것이 아닐지

자연스레 비교를 하게 됨으로써

순간 자신은 불안함과 흔들림에 노출된다.


특히 나같이 평범한 사람일수록

프레임의 수는 더욱 많아진다.

평범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숙명 같은 것이랄까?


결국 이러한 숙명 속에서

불안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다만 이내 자기 자신을 찾고 돌아오느냐

아니면 흔들림의 시간이 길어지느냐의 차이일 뿐.


그래서인지 살다 보면 불안함과 흔들림에

더 이상 여유를 뺏기고 싶지 않아서인지

때로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스스로 정리하고

닫아버리기도 한다.


비교할 누군가와의 관계를 없애거나

집단에서 자신을 분리하 것도 수동적 방법으로서

하나의 임시방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럴 때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관계없이 살 수는 없다. 우리의 존재는 관계를 맺고 살아갈 수밖에 없게 만들어진 점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가장 마지막에 이르는 결론은

단단한 자신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흔들려도 중심을 잡고 돌아올 수 있도록

자신의 무게를 늘려가는 것.


스스로 던진 질문에 답하자면,

내가 걱정을 했던 이유는 분명

일상생활 속에서 얽매인 관계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여행 동안에는 관계라는 틀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던 점이 어느 정도

나를 걱정으로부터 해방시켰을 것이다.


여행은 우리가 관계의 거미줄에서

비교의 프레임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에게, 나의 길에 오롯이 집중하며

ㅡ독립된 하나의 자아로 세상을 경험하고

삶을 향유함으로써ㅡ 스스로의 중심점을 잡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하는 의미 있는 삶의 부분이다.


이번 여행 또한 마찬가지로

흔들림에 중심을 빨리 잡을 수 있도록

무게를 더 쌓아가는 시간이 되기를 다짐해본다.


포르투 캄파냐 역

열차는 3시간 남짓 달려 포르투 캄파냐 역에 도착했다.

역사 밖으로 나오니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리스본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포르투를 극찬한

주변 지인들의 말이 있어 내심 기대가 되는 중이다.


리스본 공항에 막 내렸던 그날처럼 설렘을 안고,

마치 오페라에서 인터미션이 끝나고 2부 공연이

시작하듯 새롭게 포르투 여행을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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