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로서 고민 - 우리는 왜 대화하지 않을까

이제라도 달라질 수 있을까?

by 외딴방

남편과 나는 1년 남짓 연애 후 결혼했다.

연애하는 과정에서 나는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편안함을 느꼈고 큰 안정감을 느꼈었고, 우리는 단 한번도 크게 싸워본 적이 없다. 이 사람은 나에게 쿠션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마음으로 별로 어렵지도 않게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러나 모든 결혼이 순조롭기만 하던가.

예비 시어머니의 예단과 예물 관련 요구에 조금씩 지쳐 갔고 그 과정에서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는 남편이 미워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의 어머니께서 '결혼식에 가지 않겠다'라고 선언했을 정도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었다. 내 인생에서 하루에 그렇게 많은 눈물을 흘린 날도 없었을 것이다.


여러 고민으로 몇날 며칠을 지새우다가 결국 이 사람만한 사람이 없을 것 같아 헤어지지 않았고 결혼을 강행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남편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무처럼 그 자리에 계속 있어준 덕분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제대로 봉합하지 못한 우리의 상처는 결혼 이후부터 더 크게 아려오기 시작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서로 받게 된 상처를 오픈하고 충분히 대화하고 시간을 가지고 현명하게 풀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이미 신혼 때부터 지쳐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신혼 시기에 우리는 이직을 위한 공부와 자격증 공부로 둘 다 매우 여유가 없었다. 가장 밑바닥부터 서로 까놓고 진지하게 대화를 하는 시간들을 가졌어야 하는데... 여러 이유들로 그러지 못했다.


결혼 생활에서 정말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신뢰'라고 대다수가 이야기할 것이다.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는 당사자 모두가 서로에게 솔직해야 한다. 솔직하게 대화를 할 수 있어야만 조금이라도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신뢰가 두터워지는 것인데.... 우리는 서로 솔직해질 수 있는 시간들을 갖지 못했고, 여유를 누리지 못했고, 서로 지레 짐작만 하면서 '살아가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더더욱 기회를 잃게 되었던 것 같다.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는 더더욱 우리 사이에 끼어든 '대화 부족'이라는 놈에 관성이 붙었는지... 되돌리기가 쉽지 않았다. 나의 산후 우울증도 한 몫 했고 여러 가족 문제들로 인해 힘든 순간들이 많았다.


대화를 하지 않다보니 대화하는 방법을 잊은 것 같았다.

감정이 쌓여서 폭발하기 전에 조금씩 조금씩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전달하고, 논의할 부분들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들을 가졌어야 하는데... 나는 단 한번도 누군가와 대화해본 적 없는 것처럼 언제나 날 것 그대로의 감정들을 쏟아내기에 바빴고, 남편은 이를 이해해주기는 커녕 너무나도 현실이 힘들다 보니 등을 돌려버리고 제대로 들으려 하지를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나라는 인간 자체도 굉장히 부족한 사람이었고, (이 부분에 대한 내용도 자세히 한 번 다뤄보고싶다)

우리 남편도 어찌 보면 굉장히 불안하고 정말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남편은 요즘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심리상담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고 있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라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줄 모르는데다가 회피 성향의 나를 만나 굉장히 때묵은 감정들이 많이 쌓여 있을 것이다.


지난주 남편이 처음 심리 상담을 받고 와서 우리는 정말 오랜만에 술 한잔 기울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른 저녁 시간이었기에 아이에게 자꾸만 시선이 가서 남편에게 한 소리 듣기는 했지만.... 경청하려고 노력했더니 남편의 응어리가 조금은 풀린 것 같았다. 서로의 눈을 마주보고 솔직하게 마음에 있는 이야기들을 하는 것, 생각들을 나누는 것, 예전 경험들을 떠올리고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굉장한 힐링이 된 것 같다.


왜 이제서야 이런 시간을 갖게 된걸까?

이제부터라도 매주 그런 시간을 가져보자고 말했다.


용기를 내어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고 공유하며

잘 대화하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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