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로서 고민 - 아직도 엄마의 사랑이 고프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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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딴방

지난 주말, 엄마 생신이 다가오는 겸 친정에 다녀왔다.

엄마는 아직도 가족끼리 모이는 것을 굉장히 부담스러워하신다. 그래서 이번에도 우리는 따로 따로 엄마 생신을 챙기기로 했다.


생신 용돈 봉투에 간단하게 메세지를 적었다.

"엄마, 생신 축하드려요. 항상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해요!"


메세지를 적는 순간에도 나는 마음이 편치 않다. 왜냐하면 억지로 내 안의 긍정적인 마음을 꺼내서 썼다는 것이 너무 확실하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말이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챙기는 기념일이라는 것이 너무나 확연하기 때문에...


자식을 키우다 보니, 나의 어릴적 모습과 어릴적 상황들을 떠올리게 되는 순간들이 온다.

모든 순간들이 그랬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자주 고통스러웠다.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엄마는 왜...'로 시작하는 의문들이 머릿속에 차고 아무리 애를 써서 그녀를 이해해보려해도... 엄마라면 그러면 안되는 것 아닌가, 하는 결론에 다달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사실 매우 혼란스럽다.

여전히 많은 질문들이 내 머릿속을 맴도는데 나는 그것들을 꺼낼 수가 없다.

예전에 아이를 낳고 한 번 살짝 꺼내보려 했었는데 엄마는 도망쳤다. '어떻게 내 마음을 그렇게 모르는지', '어떻게 너희가 그럴수 있냐'면서 억울하다는 듯이 울면서 회피하는 엄마 모습을 보면서... 나는 다시 한 번 실망했다. 중학교 시절 이후부터 내내 내가 먼저 손 내밀었던 것 같은데, 여전히 변하지 않은 엄마의 용기 없는 모습을 다시 마주하며 그 날 이후로는 나는 다시는 마음을 열 수 없게 되었다.



왜 어린 나에게 따뜻한 한 마디 못해줬어?

- 마음을 알아주는 말 한마디면 내 인생이 조금은 달라졌을텐데...

왜 나에게 칭찬하는 말,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안해줬어?

- 이렇게도 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있었을텐데...

왜 그 때 우리를 방치했어...?

- 티는 안 냈어도... 속으로는 얼마나 불안하고 힘들었는데... 외로웠는데...

왜 사촌언니와 나를 그렇게도 비교했어?

- 독립을 한 30대 이후에도 한동안 건강한 자존감으로 살지 못했어... 너무나 큰 상처였어...

왜 나에게는 모든 부정적인 생각과 말들을 다 쏟아내면서.... 동생들에게는 안 그랬어?

- 엄마를 사랑하니까, 위하니까 나는 애써준거였는데... 차별한다는 생각까지 드는게 어느 순간 너무 화가 났어...



곧 40을 바라보는 내 자신이 이렇게 엄마 탓을 하고 있다는게 너무 철 없다고 느껴진다.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스스로를 책임져야 한다는데,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나는 그 큰 산을 넘기가 너무나 힘겹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생겨나는 크고 작은 문제 끝에는 늘 "나는 왜 이럴까..."라는 생각이 있었다.

아이를 키우면서부터는 주양육자와 아기와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건지, 얼마나 그 아이의 인생 전반에 걸쳐서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존재인지를 인지하게 되니 더 마음이 무겁다.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아니까, 상처받은 어린시절의 내가 안쓰러우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미래가 지금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는 생각 때문에 더더욱 괴롭다.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기는 어렵겠지?

대인 관계가 늘 힘들겠지?

스스로를 사랑하고 인정해주기보단 남들의 기준에 여전히 눈치보겠지?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말들을 가슴에 묻고 풀지 못한 어정쩡한 마음으로 살아가야겠지?



오늘도 나는 슬픈 영상을 찾아보면서 눈물 한 바가지 흘리고 잠 자리에 들겠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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