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로서 고민 - 아직도 엄마의 사랑이 고프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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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딴방

지난주에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나서 한동안 '이게 맞나' 싶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투정을 부려놓은 것만 같아서. 엉뚱한 사람에게 내 서툰 감정의 불똥이 튄 것만 같다.


결국 나는 나의 이 불안한 감정을, 마음 속 깊이의 서운한 감정을 꺼내놓고 싶었던 것 같다.

마치 예전의 이웃 동네 아줌마들에게 달라붙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풀어놓는 마냥 어린 아이처럼 말이다. 이 감정을 글쓰기로라도 털어놓고 나니 뭔가 나의 모습이 조금은 편안해진 것 같으면서도, 그게 참으로 이상하다.


여전히 엄마를 마주하는 것은 자연스럽지가 못하다.

엄마에게 나의 속 마음을 전달할 수 없지만... 그게 무엇보다도 답답하고 슬프지만...

엄마는 여전히 매주 내 아이를 봐주시러 오신다. 일하는 나를 대신해 아이의 밥을 차려 주시고 함께 시간을 보내주신다.


재택근무를 주로 하는 나는 닫힌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가끔은 엄마와 내 아이의 대화 소리를 엿듣는다. 엄마가 어떤 부분에서 내 아이와 함께 웃는지, 어떻게 내 아이를 다루는지, 어떤 부분에서 사랑스럽다는 듯이 미소 짓는지를 가만히 듣고 있다. 엄마가 내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과, 귀엽다는 듯 피식 웃을 때 살짝 올라가는 입꼬리를 상상하면서 나는 내 마음을 채운다.


그래, 엄마가 분명히 어렸을 때 나를 저렇게 바라 보셨을꺼야.

분명히 사랑스럽다는 마음으로 대하셨을꺼야.

내가 지금 내 아이를 바라보는 것처럼.

내 아이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꽉 차고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지는 것처럼.




엄마는 내 연년생 동생을 낳고 나서 심한 우울증이 왔었다고 했다.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었을 때에도 그 우울증이 다시 찾아온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이 몇 년 동안 이어졌었다. 무기력하고, 감정 표현을 거의 안하시는데 가끔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감정 표현을 하셨었다. 부모님 사이가 안 좋아서 가족 간의 대화가 거의 없었다. 그런 가정 환경에서 자란 나와 동생들도 자주 무기력하며 감정 표현을 제대로 할 줄 모르고 컸는데, 심각한 것은 성인이 되고 나서도 타인과의 '대화'가 늘 힘이 들고 어색하다는 것이다. 다년간의 대학생활과 사회생활 끝에 이제 어색함이 티나지는 않는 수준이 되었지만 말이다.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자연스럽게, 그리고 마음 편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대화'가 어색해서는 안되는데, 그리고 내 감정 표현을 적절히 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나는 이 중요한 두 가지 요소가 빠져있어 어딘가 늘 어설프다. 그 어설픔을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한 것 같으면 더욱 더 작아지는 내가 된다. 그러면 더 솔직해지지 못하니 입을 닫는다. 악순환이다.


가정 환경이라는 것이 경제적인 것만 중요한 것이 절대 아니고 가족 간 얼마나 화목한지, 얼마나 서로 건강한 감정 표현을 하는지, 얼마나 서로 잘 대화하는지도 굉장히 많이 중요하다는 것을 살아오면서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또한 한 가정의 '엄마'의 역할이 얼마나 큰 역할인지, 단순히 육아와 가사 노동뿐만 아니라 한 가정의 '분위기'를 결정하고 그 가정 구성원들의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내 딸은 나처럼 자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부자연스럽지 않고, 감정 표현도 제 때에 적절하게 잘 할 줄 알았으면.

삶을 대하는 태도가 미적지근하지 않고 적당히 활기가 넘치기를.

사랑스러움이 한껏 묻어나는 사람이기를.

그리고 인생에서 커다란 비바람을 맞았을 때에 주저앉지 않기를. 나처럼 뒤돌아보며 무엇이 잘 못 되었던걸까 자책하지 않기를. 그렇게 하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힘을 낸다.




엄마에게 예전에 물은 적이 있다.

"엄마는 인생에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게 뭐야?"

"엄마는 너희를 낳은거."




엄마를 너무 원망하지 않고 건강한 내리 사랑으로 잘 해소해 보아야겠다.

아직도 엄마의 사랑이 고프지만, 내 나름대로의 해답을 이제는 찾은 것 같다.

엄마가 어떤 사람이었든 간에... 엄마에게 우리는 가장 큰 행복이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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