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로서 고민 - 멀어진 친구를 생각하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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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딴방

이 글은 일종의 고해성사와도 같다.

멀어진 친구를 생각하며 쓰는 이야기이지만 하나의 반성문이기도 하고, 친구를 향한 마음이기도하다.




나에게 고등학교 3학년에 친해진 S라는 친구가 있다.

그녀와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꾸준히 연락을 하고 지내던 사이로, 특히 매년 생일을 늘 정성스럽게 챙겨주던 친구였다. 언제나 내 기준보다 더 고가의 선물들을 해주던 기억이 있다. 그녀가 그만큼 나라는 사람을 좋아해주고 생각해주는 거였겠지만.. 나는 그것이 조금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그 수준으로 나도 매해 챙겨주려고 노렸했지만, 때로는 그 돈이 아까워서 망설여지는 순간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부끄러운 이야기이다.


우리 집은 남들이 겉에서 보기와는 다르게 돈이 별로 없었다. 아버지의 도박 중독으로 내가 중학생이 되고 나서부터는 매번 돈 때문에 심하게 싸우는 부모님을 보며 자라왔기에, 돈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었다고 해야할까. 돈을 가치있는 곳에 쓰는 방법에 대해서 경제활동을 시작하고도 조금 더 늦게 깨닫게 되었고 그랬기 때문에 알바비 받아서 용돈하던 시절인 20대 초중반에는 내가 생각했을 때 조금 비싸면 비용을 지불하기를 매우 꺼려했다. 언제나 빚 갚느라 '돈돈돈' 거리는 엄마를 위해 최대한 돈을 안쓰고 아끼려고만 했던 습관이 어떻게 보면 '돈'에 대한 그릇된 고정관념을 만들고 자격지심만 키웠던 것 같고, 친구가 본인 수준에서 '가치 있게' 쓰는 돈에 대해서도 약간의 반발심이 있었던 것 같다.

맞벌이 가정에 특히 학군 좋은 부자 동네에서 어릴적부터 살아오던 내 친구에게는 친구의 생일 선물로 3-5만원 정도면 아깝지 않은 정도의 금액이었겠지만, 짠순이었던 나에게는 3만원조차 큰 금액이었다. 요즘에야 물가가 올라서 3만원대 선물도 정말 싼 값 수준이지만, 내가 20대 초중반이던 10여년 전만해도 3만원이면 큰 돈이었다. 서로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마음'이 중요한 것인데, 나는 그 '마음'이 늘 '돈'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가려져 진짜 중요한 것을 보지 못했고, 언제나 겨우 겨우 생일선물을 준비해야하는 부담스러운 마음만 남았던 것 같다.


친구에게 우리 집의 경제적인 사정을 알려줄 수도 없었고, 용기 내어 말해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우리 집에 돈이 없어서 너의 생일 선물은 너가 해준 것보다 싸구려일수밖에 없다는 마음을 어찌 전달할 것인가. 그래서 점점 그 친구와의 만남을 회피하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충분한 대화가 없었으니까 서로의 사정이나 진심을 나눌 수조차 없었다. 당연히 그 친구는 같은 동네에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 집도 어느정도 '사는' 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천천히 멀어지는 관계를 그 친구도 당연히 눈치 챘을 것이고.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약 8개월 뒤에 그 친구의 생일이 어김없이 다가왔다.

매년 생일 서로 연락해서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생일 선물도 보내주고 했었는데... 내가 출산을 한 그 해에는 유독 내 마음이 힘들었었나보다. 지금 와서 그 시기를 '산후 우울증'이라고 이야기하기는 하나, 그저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고 아무와도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친구의 생일을 축하해주지 않은 채 지나갔고 그렇게 연락이 서서히 끊기게 되었던 것 같다.




몇 년 후 그녀의 카톡 프로필 사진에 아기 쌍둥이 사진이 올라왔다.

그녀가 쌍둥이를 출산한 것이다. 내가 아이를 낳고 나서 한 3-4년 정도가 흐른 후였던 것 같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그녀의 출산에 대해 너무 축하해주고 싶었다. 그녀의 안부를 묻고 싶고 건강한지, 잘 지내는지, 둥이들이 너를 닮아 너무 예쁘다고 진심으로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연락을 안하고 서로의 생일도 지나친지 약 3년 정도 흐른 뒤었기 때문에...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나는 카톡을 보냈다. 마음이 담긴 선물과 함께.

S야,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니까 쌍둥이를 낳았구나. 너무 너무 축하해. 몸은 건강하지?

너무 축하해주고 싶은데, 사실 그동안 연락도 못하고 그래서 미안했어.

두서 없는 말일지 몰라도 생각해보니까 그동안 내가 너에게 받은 것이 정말 많더라고. 매년 진심으로 나를 챙겨주고 했던 것들에 비해 나는 그만큼 너에게 돌려주지 못하고 마음 표현을 못한것 같아서 정말 미안해. 혹시라도 나 때문에 서운한게 있었다면 용서해주기를 바라. 엄마 된거 진심으로 축하하고 언제나 건강하기를 바랄게!




돈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인해

친구와의 우정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나는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몇 년이 흐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 친구가 원했던 것은 어쩌면 마음과 마음의 교류, 진실된 시간들, 선물의 가격이 아니라 정말 친구를 생각하고 위하는 마음, 반가운 전화 한통이었을지 모르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선물을 하는 것 자체가 '형식적인 단계'로서 느껴지기 시작했었고, 이 때문에 진정으로 친구가 필요한게 무엇일지, 무엇을 받을 때 내 친구가 좋아할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때때로 우리는 무의식적인 '방어기제'나 치유하지 못한 마음 속 응어리 때문에 삶 속에서 무언가를 '있는 그대로' 보기 힘들 때가 있다. 만약 당신에게 어려운 관계가 있다면 내 마음 속의 '색안경' 때문이 아닐지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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