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로서 고민 - 멀어진 친구를 생각하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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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딴방

시간이 흐른 뒤 생각해보니 20대만큼 친구 관계가 넓고 활발한 때도 없던 것 같다. 30대가 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양육하다보니 정말이지 20대 때 나름 꾸준히 연락하고 지내던 사람들의 10분의 1보다 적게 만나는 것 같다. 정말 내 속마음을 탈탈히 털어 보여줄 수 있는 사람 1-2명만 남았다. 그 외 관계들은 매년 카톡 ‘생일인 친구’에 뜬걸 운좋게 확인했을 때 가벼운 선물을 전해주며 간단히 안부만 묻는 정도가 되었으니까.


예전에 책에서 봤는데, 인생에서 모든 것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5명만 있어도 그 인생은 성공한거라고 했었는데... 미우나 고우나 아주 가끔 나의 시시콜콜한 동네 사람 욕을 들어주는 우리 남편과 지금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2-3명 정도의 사람들이 있는걸 보니 그래도 한 60% 이상은 성공한 셈 아닌가 싶으면서도, 어릴적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여러 가십거리들을 떠들고 한껏 꾸민 모습으로든, 정말 자다 깬 몰골으로든 함께 시간을 나누고 깔깔거리며 청춘을 함께 해주던 옛 친구들이 그리운건 왜일까.


그들 중 2명의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는 이제 더 이상 만나지 않는 관계가 되었다.




J라는 친구는 J가 결혼을 준비할 때부터 서서히 멀어졌던 것 같다. 나는 막 이직을 해서 회사 생활에 적응하고 있었고, 그 친구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조금은 예민해져 있을 때였다. 친구가 결혼 준비가 너무 힘들다며 카톡으로 하소연을 해왔는데, 나는 하필 부서 사람들이 전부 다 들어오는 미팅에서 눈치보느라 제대로된 답변을 해 줄 수가 없었다.

“그냥 좀 쉬엄쉬엄 해 ㅋㅋㅋ” 였었나.

미팅 중에 내가 대충 보낸 답변에 J의 감정이 폭발한 것 같았다.

“그게 가능하냐? 그걸 말이라고 하냐? 늘 그런식이지 넌”

예상치 못한 답변에 나도 굉장히 어이가 없고 화가 많이 났었다.

“지금 미팅 중이라 문자를 너무 대충 보냈네. 미안.”이라고 일단락을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속으로는 나도 ‘얘는 왜 말을 이렇게 가볍게하지? 왜 늘 나한테는 짜증내는 말투야?’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며칠 후..

전화 통화를 하면서 한바탕 짜증 섞인 목소리로 불만들을 주고 받다가 기분 나쁘게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이후의 다른 친구가 포함된 청첩장 모임에서도 불편한 기류가 느껴졌고, 실제 그 친구의 결혼식에서는 어색함이 감돌기까지했다. 가장 친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서로 많은 비밀들을 알고 있고 함께 많은 시간들을 공유했는데, 그만큼 우정이 두텁다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더 가깝게 지내는 것 같아 보이는 J의 회사 동료를 보며 묘한 질투심도 느꼈지만, 회사 지인+친구들과 찍는 단체 사진에서 나는 J와 가장 멀리 떨어진 맨 윗줄 끝에 서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둘이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우리의 우정도 결국은 ‘시절 인연’일 뿐이었을까. 결혼 이후 각자 아이를 낳고, ‘누구야 엄마된거 축하해!’ 정도의 댓글만 남기고 일절 연락하지 않는다. 지금은 내가 별스타그램 어플을 삭제했으니 더 이상 그녀의 피드에 ‘좋아요’를 눌러줄 수도 없다.


이제 새로운 인생의 막이 열리면서 다시는 볼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해도, 때론 그 시절, J와 나와의 풋풋함, 즐거운 순간들이 떠오르며 그리워진다. 그러고는 또 곧바로 깨닫는 것이 있는데, 소중한 인연이었음에도 서로 툴툴대고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조금씩 상처를 주던것이, 어쩌면 조금씩 쌓여오다가 적절한 때에 폭발해서 끝맺음이 된것이 아닌가 하는.


내가 싫어하는 나의 ‘무심함’ 때문에 J도 힘들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조금의 다정함‘을 바랐던 나 또한 더 이상은 힘들다고 느낀 것 같다.




결혼을 시작으로 새로운 인생의 막이 열리고 나는 그 안에서 새로운 인간 관계들에 회의감을 자주 느낀다. 생각보다 좋은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고, 좋은 벗을 만드는 일 또한 생각보다 에너지 소모가 크다. 모두가 이런걸까...?


지나간 나의 인연들에게 그래서 고맙다.

그렇지만 만약 다시 만난다 해도 예전과 같은 관계가 되기는 어려울거라는걸 너무 잘 안다. 이전같을 수 없다는걸 알지만, 그 시절의 그녀를 너무도 사랑했기에... 그녀를 나는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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