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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면지 Mar 01. 2024

프롤로그 - 퇴사

퇴사의 기억







수년 전의 일이다..

10년 정도의 직장생활을 마무리 짓고

내 꿈을 찾기 위해, 내 행복을 위해 그림을 그리며 살겠다 외치며 회사를 나왔다.

내 나이 서른 후반, 아들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던 시기였다.


주변인들은 하나같이 걱정하는 눈빛을 하고 있었지만 그중 대다수가 걱정을 가장한 한심스러운 눈빛이라 느꼈던 것은 당시에 가지고 있던 내 일말의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이었을까?


무튼 그 순간엔 다른 이의 시선 따위가 어떻든 아무 상관없었다.

이 지긋지긋한 회사와는 영원히 안녕이라는 꿈같은 해방감과 지겨워질 때까지 평생을 그림만 그릴 수 있겠다는 막연한 행복감에 젖어있었기 때문에.. 전혀 상관없었다.


단 하루정도는 그랬던 것 같다.


그 짧은 행복이 날 스쳐가는 데에는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고 퇴사 다음날부터는

불안감을 넘어선 공포심에 가까운 감정을 맛본 것으로 기억한다.

가장 고역이었던 건 매 달 같은 일자에 따박따박 박히던 월급에 길들여진 나라는 인간이었던 걸까..

퇴사 다음날부터 불안감이 엄습해 오더니 매일매일 월급날에 기준 잡힌 내 안의 시계가

디데이 30..

디데이 29..를 외쳐댔고,

아무 성과 없이 멍하니 보내는 시간들이 숨통을 조여왔다.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사직서를 날릴 때의 그 패기는 온 데 간 데 사라지고

아마도 난 세상 가장 지질한 자세를 취하고 방구석에 쭈그려 앉아 불안에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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