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내 마감했어야 할 생각을 몇 년으로 연장하기 위해 나는 늘 적당한 핑계를 필요로 했다.
"꽃이 피어서"
"첫눈이 와서" "보름달이 떠서"
대개 이런 식이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을 볼 땐 어떻게든 너와 닮은 구석을 찾기 위해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집중했다. 나는 탐정이었다. 모든 증거를 수집했다. 눈썹 끝이 닮은 것 같네. 걸음걸이가 비슷한 것도 같네. 입술 언저리가 올라가 있는 것이 퍽 닮은 것도 같네. 이런 얼토당토않는 이유들이 내 그리움에 당위성을 부여했고, 너를 한 사람의 인생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불멸의 존재로 만들었다.
새벽이면 늘 커피를 마셨다. 불규칙한 심장박동과 일차성 불면증은 카페인 때문이라 믿고 싶었기 때문이다.
너를 생각하기 위해 불가피한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으려면 내 인생에 무슨 일이 일어나야 할까. 그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아직 널 생각한다. 불가피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