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있던 여행룡의 기운이 깨어난다..!
2년 전에 구독버튼을 눌러놓고, 까맣게 잊고있던 사람을 다시 좋아할 수 있을까?
채널을 넘기다 우연히 <지구마불 세계여행>을 처음 봤던 날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곽튜브'라는 사람이 라오스에서 버스 놓치고 화장실 찾는 이야기였다. '이런 dirty한걸.. 사람들이 도대체 왜.. 보는거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저런, 김태호 PD님도 감이 많이 떨어졌구나.
특히나 납득이 안되었던 건 '여행유튜버'라는 직업이었다. '인급동'의 신이라며 거들먹거리는 이들의 영상을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여행하는 걸 찍는 일이 어떻게 직업이 될 수 있을까? 여행은 그냥 하면 하는거지, 먹고 마시고 비행기 타고 즐겁게 구경하는 소위 노는 일에 '전문가'가 어떻게 있을 수 있나.
거기다가 밸런스가 맞지 않는 패널 구성은 더 요상했다. 노홍철은 김태호 PD랑 친하니까 그렇다 치고, 왜 주현영..? 흐음.. 심지어 주현영 옆에 뽀글머리 여자는 더 초면이었다. 이름이 원지라고 했다. 곽튜브랑 빠니보틀은 이름이라도 언뜻 들어본 적 있는데 저 분은 누구일까.
쑥스러움이 많으신건지 방송 내내 겉도는 느낌을 보아하니.. 저 분은 우주여행 갈 생각이 1도 없구나 싶었다. 그나마 곽튜브가 푸근하고 편안하게 볼 수 있어서 계속 곽튜브 것만 챙겨봤다.
그맘때쯤 괌 여행을 가게 됐다. 여정 중에서 제일 설렜던 곳은 인천국제공항이었다.
넓고 커다랗고 전세계 사람들이 자유로이 걸어다니는 공항, 이 냄새, 그 느낌. 전광판에 온갖 나라 이름이 실시간으로 띄워지고, 캐리어를 들고 바쁘게 어디론가 향하는 군중의 풍경. 코로나 3년 동안 완전히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던 내 안 세계여행의 감각들이 뽁, 뽁, 하나둘씩 ON 되었다. 그 때부터였다. 지구마불 세계여행이 재밌어지기 시작한 순간.
호텔방 안에서 밥을 먹을 때도 '지구마불 세계여행'을 틀었다. 주사위를 돌리고 비행기를 타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설렘'을 느꼈다. 이전까지 세계여행은 내가 사는 세계 너머의 비현실적인 것이었다. 너무 오래되어 딱딱하게 메말라버린 미라 같았다. 거기에 아무리 전세계 풍광을 갖다 부어도, 딱히 믿어지지도 않고 재밌지도 않았다. 그런데 여행세포를 한 번 되살리고 나니? 화면 속 모든 풍경들이 날 것처럼 생생해졌다. 나 대신 힘들게 비행기 타주는 것 같고, 나 대신 물 속에 숨참고 다이브 해주는 것 같고, 와 저기는 돌고래와 같이 수영도 해주네! 비로소 '간접 여행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져요'라는 댓글을 온몸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그렇게 프로그램에 젖어들다 보니, 원지라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조회수에 목 메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여행을 즐기고 있는 사람. 방글라데시에서 군인을 만나는 예측불허 상황이 와도 '허허 파도에 몸을 맡겨~' 하며 웃어버리고, 한 사람 궁뎅이 겨우 들어갈 인력거에 3명이 타면서도 '기째기째(기분이 째진다는 뜻)' 해버리는 특유의 편안함이 느껴지는 사람. 남자 스태프 2명이랑 다니면서 자꾸 대합숙시대를 열고, 스태프랑 밥도 같이 먹고, 평소라면 샷따 내렸을 야간 시간까지 맛있는 거 먹으러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왜인지 동병상련의 기분을 느껴버린 것 같았다. 아 이사람 나랑 비슷하네..
나도 몽골여행에서, 정확히는 9시간 동안 오프로드 달리는 스타렉스 안에서, 느꼈던 인생이란 ‘힘 주고 버티지 말자.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자'였다. 그런데 원지님이 딱 그 모토를 가지고 여행을 하고 있었다. 흘러가는대로, 상황이 안되면 안되는대로. 팁을 시세보다 더 주는 한이 있더라도, 돈으로 행복을 사면서. (이 대목에서 그를 언니라고 부르기로 했다. 돈 많으면 언니야.) 심지어 눕라밸(눕기와 라이프의 밸런스)와 누워가는 액티비티(ex. 슬리핑열차)를 무지하게 좋아한다는 것마저 대심쿵포인트였다. 언니!! 나도 눠있는 거 짱 좋아해요 ㅠㅠ
원지님 덕분에 방글라데시도 가보고, 마다가스카르 가서 바오밥나무도 보고, 원드리햅번도 되었다가, 갈라파고스 가서 랍스타도 먹어봤다. 벌써 신혼여행지도 정했다. 갈라파고스 갈거다. 누구와 함께 티켓을 끊게될지는 모르겠지만 ㅋㅋ 아무튼 정했다. 원지님 영상을 보고나면 입가에 미소가 걸려있다. 목요일만 되면 기다려지고, 유튜브판 영상 뜨면 따봉 부터 누르고 영상을 감상한다. 영상을 다 보고나면 댓글도 하나씩 쭉 읽어줘야 여운이 완성된다. 타임라인 누르면서 재감상하고, 나 대신 주접 떨어주는 사람들 구경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TV판도 보고, 유튜브판 영상도 보고, 더 이상 볼 원지 영상이 남아있지 않을 때쯤 '원지의 하루' 유튜브로 넘어갔다.
거긴 또 프로 목수의 자아와, 미국 이민인의 근황과, 쌀국수 무지하게 좋아하고 아이스 커피 사시사철 사먹는 프로여행유듀바 원지님이 있었다. 혼자 여행하는 모습은 또 새로웠다. 어쩜 사람이 이렇게 혼자서 쭈절쭈절 말을 많이 할 수 있을까.. 귀엽고 웃겨.
결론을 어떻게 내야할지 모르겠다. 대원지시대가 열렸다. 적어도 나에게는 ㅋㅋㅋ 사람들도 원지님 영상 많이 보고 좋아하면 좋겠다. 안녕히 들어가십쇼쇼쇼쇼숍~~
<<원지님 최근영상.. 좋아요 눌러주면 우주 컴패티션에 도움이 된다캅니다 (팬심추천)>>
+ tmi) 알고보니 나는 유튜브에서 '원지의 하루' 채널을 이미 구독하고 있었다. MZ가 너 이사람이랑 닮은 거 같다고 추천해줬는데 취향 안맞아서 안 보고 있었는데 (알고리즘 상 안보면 띄워주지도 않는다) 무려 그게 원지님이었다. ㅋㅋㅋㅋ 홀리몰리.. 늦게라도 알게된거? 오히려 좋아 볼거 많아 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