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는 숙주를 죽이지 않는다. 바이러스는 숙주세포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그저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하다. 숙주가 없으면 생명체도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숙주의 생명유지가 바이러스의 생명유지와 같다. 그래서 함께 살아간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이좋게 지내게 된 것은 아니다. 첫만남은 어쩌면 서너번의 데이트 때까지도 전쟁은 격렬했고 전사자들도 많았다.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오면 면역계가 바이러스를 공격한다. 그 과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허락없이 세포에 공장을 차린 낯선 침입자는 공격해서 무찔러야한다. 그런데 보호해야할 몸을 바이러스와 동급으로 여기고 공격하는 일이 벌어진다.
과도한 면역반응-싸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나고 몸은 염증에 휩싸이게 된다. 면역계는 싸움의 이유를 잃고 오로지 전투만이 남게 된 것이다. 죽음이 들판을 채운다.
그런데
첫만남에서 모든 인간이 싸이토카인 폭풍에 휩쓸려 죽지는 않는다.
재빨리 정신 차리고 면역계가 바이러스를 공격하면서 발열과 기침과 콧물과 근육통 등등의 산발적이고 소소한 전투가 벌어지지만 결국에는 살아남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죽거나 살거나 얼마간의 전쟁이 지나가고나면 바이러스와 인간은 공생을 모색하고 평화를 찾을 것이다. 그렇게 주민 목록이 하나 추가될 것이다. #코로나-19 # COVID-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