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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비스 Aug 10. 2023

반려묘와 함께 비행기를 타보겠습니다

부천 원종동 출신 코숏 쿠(Coo)의 캐나다 이민기



알러지가 심하다. 언젠가부터 코가 막혀 잠을 잘 수조차 없게 되었다. 이비인후과를 찾아가 의사쌤을 붙잡고 간청했었다.

"제발 수술 좀 시켜주세요..."

쌤은 수술해도 재발할 거라며 모메타손푸로에이트 나잘스프레이를 처방해 주었고 다행히 코는 뚫렸다. 함께 진행한 알러지 항원 테스트에서 '고양이' 항목에 별 다섯 개 ★★★★★ 병원 신기록을 기록하며 대체 고양이는 어떻게 키우냐? 는 인체의 신비를 증명했다.


그래서 어떻게 키우냐?

저도 모릅니다. 그냥 너무 좋아서 같이 있는데 이런 게 사랑이겠죠?




자, 그럼 반려묘와 함께 비행기 타는 법 시작합니다.


 1단계. 반려묘를 입양합니다.

쿠 아니고 구


등장인묘 소개
이름: 쿠 / Coo the CAT
출생: 2020년 8월 말 ~ 9월 초
출신: 부천 원종동 부천제일시장 근처

시장 근처 빌라 환기구에서 2박 3일간 울고 있던 생후 2주 차의 아깽이를 구조하여 포인핸드를 통해 가족이 되었습니다.


처음 데려오던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일 저녁 급히 수유가 가능한 보호자를 찾고 있어 상자나 가방을 준비하지 못했다. 큰 수건을 가져가 애를 돌돌 말았는데 이런, 힘이 어찌나 좋은지 수건을 뚫고 자꾸 엄마를 찾는다. 2박 3일을 운 고양이 맞아? 결국 한 손에 애를 들고*, 한 손으로 운전을 하는 기염을 토했는데 데려오는 내내 손에다 응가를 했다는 쿠의 흑역사를 박제한다.

*운전은 반드시 양손으로, 전방을 주시하며 집중해야 합니다.


10년을 함께 했던 우리 집 막내 '필이(블랙시츄, 착함)'도 사랑하는 가족이었지만 마음 한구석엔 언제나 집사의 꿈을 품고 있었다. 몇 번의 임보와 냥줍 후 입양을 하며, 또 이미 알레르기가 심한 걸 알고 있었기에 냥은 그저 멀리서 지켜보고 길에서 마주치면 츄르를 바치는 존재였다.


그렇게 바람이 선선하던 가을밤,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고양이가 가족이 되었다.



2단계. 확대합니다


좌) USB 코 받침대 우)확대
좌) 집사코스프레 우)이집 코튼 맛집이네


2시간 단위 지옥의 수유와 '쿠 울었대요' 사건을 거쳐 한 마리의 훌륭한 중성화 고양이가 탄생했다.


쿠 울었대요
입양 후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집을 옮기는 약 30분 동안 애가 사라질 것을 예방하기 위해 테라스에 화장실과 물, 쿠를 두고 빠르게 이사를 진행. 짐을 옮긴 후 애를 안아보니 머리 쪽이 축축한 게 아닌가? 어디 부딪혀서 피가 난 줄 알고 식겁했는데 웬걸. 알고 보니 버려진 줄 알고 엉엉 울었던 것이었다.

그날, 쿠는 진짜 가족이 되었다. (물론 그전에도 제 이름으로 등록되어있었으니 가족이 맞습니다)


좌) 집착냥 우)배선 점검하겠습니다


쿠와 나의 비밀스러운 의식을 공개한다.

우린 꽤나 서로 쿨 Cool 한 관계라 각자의 삶에 별로 개입하지 않는 편이지만 외출시간이 6시간 정도를 넘기면 귀가 후 '쿠를 안아 들고, 쿠는 내 목에 쭙쭙이를 하는' 집착 의식을 3분 정도 진행한다.


냥초딩 시절 손가락 쭙쭙이 + 꾹꾹이 버릇은 사라졌지만 집사의 목 경동맥을 노리는 의식은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3단계. 비행기에 탑니다.


좌) 어떻게 숨을 쉬는거니 우) ㅇㅅㅇ


이민을 결심하기 전 짧게 캐나다에 3주 정도 다녀왔었다. 3교대로 임시보호 인원이 정성을 다해 돌봐주었지만 그때가 얘도 스트레스가 꽤 컸던 것 같다. 털도 좀 빠졌고, 살도 빠졌고. 이민을 결심하고 이런저런 마무리 준비를 하며 의자에 앉아 있는데 쿠가 무릎에 올라와 지긋이 쳐다보는 게 아닌가. 80% 정도는 무조건 데려간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순간 확신하게 되었다.


그래. 같이 가자. 캐나다.


비행기 타는 고양이
15시간 금식 후 따준 캔


반려동물과 비행기를 타는 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1. 광견병 예방 접종을 출국 한 달 전까지 맞힙니다. (국가마다 다름)

2. 공항 검역소에 반려동물과 동물병원에서 작성한 예방접종 및 건강증명서를 들고 방문하여 대한민국 농림축산식품부 동물검역증명서를 발급받습니다 (출국 최대 10일 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3. 반려동물+케이지를 포함한 무게가 7kg 이내면 기내에 함께 탑승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화물칸 vs 기내탑승을 고민하였는데 비행기 크루께서 무조건 동반탑승을 권해 사이즈 맞는 가방을 찾고 츄르량을 약간 줄였습니다. (당시 쿠는 5kg, 현재는 5.4kg입니다)

4. 출국 당일 반려동물 탑승에 따른 추가 비용을 납부하고 비행기를 탑니다. (22년 기준 약 30만 원)

5. 항공편 별로 반려동물 지정 좌석이 있고, 탑승 가능한 동물 두 수도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3 연석에 가운데 자리를 비워주셨습니다.

6. 원칙적으로 반려동물은 캐리어에서 나올 수 없습니다. 저는 옆자리에 앉으신 분의 배려로 잠시 꺼내주었다가 다시 가방에 넣어 비행했습니다. 배려해 주신 분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서울에서의 짐을 정리하는 것도 험난한 일이었지만 출국 당일 쿠를 운반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다. 다행히 똑똑한 코숏 쿠는 차를 타기 전 마지막으로 화장실도 써 주었고 10시간이 넘는 비행을 잘 견뎌주었다.


착륙 후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다짐.


넌 캐나다에 묻히거라.
(두 번 다시 비행은 없다)


안 어렵다고 했지 안 힘들다고는 안 했습니다.


그 뒤로도 계속된 험난한 여정


이후로도 거처가 여의치 않아 몇 주간 캠핑카에서 생활하거나 과식으로 설사를 해 정신이 빠져버리는 경험을 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쿠는 멋진 아웃도어캣으로 성장했다.


처음엔 애가 도망갈까 노심초사해 리드줄을 10m 정도로 길게 만들어 주변 환경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해주었고, 지금은 귀가 후 츄르를 주는 방식으로 쿠를 구속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집사의 집착.


어느 날은 몇 시간 동안 돌아오지 않아 캐나다 대자연으로 귀화했구나. 이제 나는 다시 혼자구나. (쓸쓸) 이런 감정에 빠지기도 하고 올해 여름에만 새를.. 3번이나 잡아와 목에 방울을 달았는데 이후로 사냥 성공률이 떨어져 집사는 기쁜 나날을, 쿠는 조금 울적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참고로, 새를 처음 잡아온 날의 기분은 마치 히치콕의 '새' 바로 그 자체였다... 잡아 오지 말라고...

(RIP 작은 새들.. 미안합니다)

사건의 현장
아웃도어 캣의 현실
산책냥. 정말 멋진 말이다. 캐나다의 대자연을 온몸으로 심지어 자유의지로 누린다는건 정말 어마어마한 축복이 아닐수 없다.
하지만 모든일은 양가적이다.
밖에 나갈수 있다는 자유는 반대로 라쿤, 스컹크, 쿠거 심지어 곰과 마주칠 수도 있다는 뜻. 실제로 멋모르던 외출 초기, 밤에 나갔던 쿠는 얼굴을 긁혀 오거나 엉덩이를 공격당해 살이 찢어져 두바늘을 꼬매는 수술을 했다. 마음도 지갑도 파사삭했던 캐나다 동물병원 방문썰은 기회가 되면 풀어보겠습니다.


곰이 있어요?
네. 저도 믿기지 않았는데 동네에 곰이 나타났다는 알람문자를 받고 '캐나다에 있구나' 를 실감 했습니다. 이후로 해가 진 이후에는 아무리 문열라고 울어도 절대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오래오래 살아라


알레르기가 너무 심해 고양이는 상상의 동물일 것 같았는데,

스노우캣의 나옹(RIP 나옹.)의 마당 라이프를 보며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멋지다'라고 부러워만 했는데,

살다 보니 내 뒤에서 산책 후 까만 발을 그루밍하지도 않고 뻗어서 자는 한국 고등어 아니 고양이가 있다.


이새쿠도 언젠가 고양이별로 갈 거고 그게 먼저일지 내가 먼저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이새쿠가 먼저 간다면 참 많이 슬플 것 같다. 벌써.


내 자리를 뺏고 자는 쿠를 보며 말해준다

"너 나중에 고양이별 가면 필이 형아가 있을 거야.

아니. 삼촌이네 이제. 필이 삼촌한테 시비 걸지 말고 둘이 잘 놀고 있어. 그럼 내가 갈게"


시끄럽쿠


그날이 아주 천천히 더디게 오길 바란다.


쿠의 3살 생일을 기념하며.

사랑하는 가족이.


From Be.  


멋진 쿠



쿠는 애착 쿠션 2개를 본묘가 직접! 가져다가! 원하는 형태로 배치한 후 꾹꾹이를 하는 버릇이 남아있다. 내가 보면 부끄러운지 쿠리슬쩍 내려놓고 사라져버린다.


게다가 쿠는! 내가 주차하면 어느새 차 근처에 와서 나를 기다린다.

세상에 이렇게 똑똑한 고양이가 있습니다!! 끝나지 않는 쿠자랑


엔진소리 듣고 나온 똑똑쿠 (와 주인집 강아지 Naima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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