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소스라치게 놀란다. 나는 변한 것이 없는데 세상이 변하는 것같은 이질감을 느낄 때.
나는 여전히 병맛 웹툰을 보면서 낄낄대는 것을 좋아하고
누워서 배긁으면서 예능한편 드라마 한편 아무 생각없이 쳐다보고 있는 것이 좋고
여전히 정신연령이 지나치게 젊은 나의 친구들을 만나 박장대소하는 그 옆모습을 보는 것을 사랑하고
한없이 가벼워서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않는 농담과 깔깔거리는 웃음을 사랑한다.
아무 생각 없던 스무살 이후 아직 십년도 채 못살았는데,
이제는 내가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는, 꼭 내가 해야만 하는 나의 일이 생기고
내가 원하지 않아도 바뀌는 환경이 생기고, 적당히 웃어서는 결코 넘길 수 없는 상황들이 생긴다.
이제 너는 어느 정도 살아서 이젠 좀 현명해져야 하는 사람이다, 라고 기대하는 사람들도 생긴다.
그렇지만 아직 나는,
가끔은 나의 일에 파묻혀 꼬르륵 자맥질하다가 영영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하진 않을까 덜컥 겁이 나고,
정작 내 마음은 내가 잘 몰라서 항상 헛발질이며, 깨달아 버렸을 때에는 이미 늦어 있다.
하루를 웃고 살아갈 뿐인데 가끔 나 스스로 나이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지만 이대로 나이먹는 것이 옳은가 늘 의심한다. 어떤 길이 맞는지 늘 고민스럽고, 일하고 사랑하고 킬킬거리는 것 외에 자꾸 "어른"의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아서,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강박에 버릇처럼 머리를 싸맨다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다 수십년 후의 나를 되돌아보면,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의 그들처럼 변해있지는 않을는지. 내가 증오하고 경멸했던 모습들에 동화되며 합리화하는 사람이 되지는 않을지.
오늘도 하루는 끝나가고 세월은 흘러가는데
그 가운데 나는 여전히 늘 나다.
행복해지고 싶다. 언제 어디서든 나는 항상 행복해지고 싶었다.
행복의 수단이 돈이든 성공이든 연애든 결혼이든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요구하는 현실에서 나의 행복은 뭔가를 통해 오기보다는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된다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처럼...의 노래 가사처럼, 바라고 꿈꾸니 어느새 그렇게 되었다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