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계속 가보겠습니다> 를 읽고
검찰 출신 대통령이 당선이 된 지 8개월이 지난 지금, 국가 주요 기관에는 대부분 검찰 출신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행정안전부 장관이니 공정거래위원장 등에는 대통령의 대학교 후배이면서 가까운 지인이 임명되었다. 최근 행안부 안 경찰국 신설은 지난 정권의 검경 수사권 조정을 무력화시키는 행보로 보인다. 원래 막강했던 검사의 권한이 이제는 누구도 견제하기 어려운 무소불위 권력이 되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검찰 내부에 검찰의 이런 행태를 비판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 이 되어야 한다며 강력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대한민국 검사가 있다.
임은정 검사의 《계속 가보겠습니다》(매디치미디어, 2022)는 10년 동안 내부고발자로서 검찰의 불법 행태와 비리 등의 기록과 검찰개혁의 의지가 담긴 책이다. 1부 〈난중일기〉에는 저자가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 쓴 글 19편과 당시 상황과 심정을 담은 ‘뒷이야기’를 전한다. 2부 〈나는 고발한다〉에서는 신문 칼럼 13편과 관련 내용이 추가되어 서술한다. 무엇보다 스폰서 검사, 별장 성 접대, 내부 성추행 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 등 법과 원칙을 어겼던 검찰의 수많은 사례가 등장하며 관련 인물의 실명이 거론된다. 저자는 검찰공화국 시대라는 절박한 상황에서 검찰 개혁이라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검찰의 범죄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부당한 징계와 동료 검찰들의 외면, 온갖 억측과 비난 속에서 고통받고 신음해야 했다.
왜 저자는 이런 가시밭길을 선택했을까? 2007년 ‘도가니 검사’로 불리며 승승장구했던 임은정 검사는 2012년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무죄 구형’을 강행, ‘문제 검사’로 나락의 길을 걷는다. 부조리를 참지 못하고 검사 게시판에 적극적으로 글을 올리며 검찰 내부의 위법 행위를 고발했고 결국 검사 적격 심사의 대상자가 되어 끊임없이 사퇴의 압박을 받고 있다. 그녀가 이처럼 외롭고 힘든 이 길을 걷는 이유는 거창한 게 아니라 아주 간단하다. 검사로서 당연히 해야할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국가에 봉사할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라는 검사 선언문 대로 행동한 결과이다. 또한 국가 공무원으로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헌법 제7조에 따라 지극히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태도로 반응한 것이다.
검찰 조직은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정권은 유한하나 검찰은 영원하고, 끈끈한 선후배로 이어진 검찰은 밖으로 칼을 겨눌 뿐 내부의 곪은 부위를 도려낼 생각이 전혀 없”(p.188)다고 주장한다. 귀족 검사들의 성추행 사건 때 조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소송기록을 분실한 검사가 사건 기록 전체를 위조하여 처리한 경우까지 검사의 제식구 감싸기는 심각한 상황이다. 견고한 상명하복의 조직 문화시스템과 여기에 순응하는 검사들이 존재하는 한 검찰 내부의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위법한 지시에 항명하거나 문제를 지적하면 징계와 인사 등 온갖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 개인 검사들이 임은정 검사와 함께 그 길을 가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많은 정치인들이 검찰 개혁을 시도하다가 검찰들의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아 외부에 의한 개혁도 실현 가능성이 없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촛불만이 유일한 대인이다. 임은정 검사가 “계속 가보겠”다는 그 어둠의 길에서 많은 시민들이 함께 불을 밝히며 걸어가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검찰공화국을 우려하며 우리에게 호소한다. “공익신고자인 검찰 구성원으로서 주권자 시민에게 검찰의 과거와 현재를 고발합니다. 이런 검찰이 과연 검찰권을 감당할 자격이 있는지를 판단해 주십시오.”(p.317)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외침에 외면하지 않는 주권자 시민이 되어 함께 그 길을 가야하지 않을까. 역사의 한 발을 떼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힘이 필요한 지금이다.
세상은 물시계와 같구나. 사람들의 눈물이 차올라 넘쳐야 초침 하나가 겨우 움직이는구나. 사회가 함께 울어줄 때 비로소 한 발을 떼는구나. (181쪽)
《계속 가보겠습니다》의 저자는 독자에게 자신이 제출한 이 고발장을 구경만 할 것인지 아니면 그 길을 함께 갈 것인지 묻고 있다. 고발하고도 남을 만큼 범죄 사실이 충분하기 때문에 누구나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움직이리라 짐작된다. 또한 검찰 수뇌부의 비리 고발 뿐만 아니라 무고한 피해자의 아픔과 절망, 우리 사회에 대한 분노와 자책 등을 인문학적 소양과 감성을 두루 갖춘 필력으로 탁월하게 그려내고 있다. 한 검사의 치열한 고민과 진실한 기록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검찰의 행태와 한계를 인지하고 검찰 개혁이라는 희망을 향해 함께 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