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선비 Jun 27. 2023

법학자가 이끄는 법과 정의의 길

<조국의 법고전산책>을 읽고

"저와 함께 법고전 속으로 들어가는 산책을 시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법고전은 21세기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 역할을 할 것 입니다. 이 책을 통해 고전의 힘을 느끼시길 소망합니다."

<조국의 법고전 산책>에 저자인 조국 교수가 손글씨로 쓴 내용이다. 최근에 조국은 법고전의 핵심을 담은 <조국의 법고전 산책>(오마이북, 2022)이라는 책을 출간한다. 현대 민주주의 법과 제도 속에 살아 있는 법고전 사상들을 담았다. 특히 자유, 평등, 권리, 법치, 평화, 소수자 보호, 저항권 등 인생을 관통하는 주요 개념들을 고전 속에서 새롭게 사유하고, 이를 한국 사회에 적용해보기를 권하고 있다. 사상가들이 처한 정치적, 사회적 배경을 보여주고, 흥미 있는 에피소드와 다양한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강의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어려운 법학 개념이나 이론의 전개는 최대한 줄이고 청소년도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설명한다. 각 장 말미에는 시민들과 실제로 나눈 질의응답을 엮은 ‘청중과의 대화’도 포함되어 있어 다채로운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저자는 현재 재판제도의 변화를 촉구한다. 국민참여재판을 확산시키고 “배심의 결정이 최종 평결이 되도록 바꿔야 한다.”(p.108)라고 말한다. 그는 몽테스키외가 <법의 정신>에서 “재판관은 유죄판결에 익숙”(p.85)해져 올바른 판결을 내리기 어렵다며 ‘시민참여 재판’을 주장한 것을 강조한다. 또한, 몽테스키외는 “재판관은 피고와 사회적 신분적으로 동등한 사람”(p.86)이 되어야 하고, 피고가 법관 제척 또는 기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동일한 제도가 있어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배심 재판이 정착되면 사법체제의 고질병인 ‘전관예우’가 사라질 수 있고, 법관과 동등한 입장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열릴 수 있다. 많은 법학자나 정치학자들이 배심원 제도의 유용성을 주장하고 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사상가는 '토마스 페인'이다. 그는 영국인이지만 1776년 <상식>을 미국에서 출간한 후 6개월 뒤에 발표된 ‘미국독립선언’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군주제와 귀족제도를 비판한 페인은 이전의 위대한 사상가들의 저작에는 없는 주장을 한다. 즉 “고통받는 민중을 구제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어야 하며 특히 빈민, 실패한 상인, 신혼부부, 신생아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라고 말한다. 이에 저자는 오늘날 ‘보편적 복지론’과 ‘기본소득론’과 비슷하다고 평가하면서 “소득 자산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는 문제는 진보와 보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존속과 통합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과제”(p.223)라고 피력한다​


또한 재미있는 부분은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한 소크라테스의 말에 대한 오해를 풀어낸 내용이다. 저자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와 <크리톤>을 통해 살펴본 결과, 소프라테스는 악법을 옹호하지 않았다. 그는 ‘국법’과 그에 따른 재판 절차 모두 존중하지만 배심원의 평결은 불의하며 승복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소크라테스 사상을 “악법도 법이다”라고 요약하는 것은 큰 오류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요약이 “인권침해를 정당화할 가능성이 있”(p.379)다고 하여 교육부는 교과서를 전면 수정하기도 했다. 권위주의 정권이 잘못된 권력을 합리화하며 시민을 억압하는데 사용되었던 위 문장은 더 이상 이용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민주 사회에서 권리와 의무 중에 저항권에 대한 강조는 눈여겨볼 만한다. 조국 교수는 재판에서 평결에 대한 자신의 소명과 해명을 해야 하는 과정에 놓여 있고 “받아들여질지 알 수 없기에 불안하고 두렵”(p.9)다고 고백한다. 그는 재판에서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지만 그런 태도 때문에 더 많은 구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루돌프 론 예링’은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 권리 침해에 맞서서 끝까지 소송하여 다투라고 말하는데 저자가 그 과정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예링은 “권리에 대한 경시와 인격적 모욕의 성질을 지닌 형태로의 권리 침해에 저항하는 것은 의무”(p.321)이며 공동체를 위한 일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동시에 우리나라 법과 제도가 더 나은 방향으로 세워지길 바라는 심정으로 재판에 임하는 듯하다. 그의 법적 다툼이 그저 개인적인 일로 보이지 않는 이유이다.

많은 사람들이 <조국의 법고전 산책>을 읽으며 현실을 직시하고 더 나은 민주 사회의 법과 제도를 위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한다. 또한, 현대 민주주의 국가를 이룬 법과 정의에 대한 기본 개념과 흐름을 알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식되지 않은 세상의 반을 위한 목소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