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마
서평은 말 그대로 책을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평가를 하려면 분석하고 해석하여 판단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평가는 부담스럽고 어렵다. 그것보다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측면이 크다. 독후감은 어떻게든 쓰겠지만 내가 뭐라고 전문가인 저자와 그의 책에 대해 평가를 논할 것인가 라며, 자격도 능력도 없다는 생각에 서평을 쓸 엄두를 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평가를 확 줄이고 독후감과 서평 중간 어디쯤 걸쳐서 써보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 서평에는 평가가 반 이상 들어가야 한다. 평가가 너무 적거나 없으면 서평이라고 할 수 없다. 평가를 못하겠다면 서평쓰기를 포기해야할까. 사실, 평가하는 방법도 모르겠고 자신감도 없지만 그래도 서평쓰기에 도전하고 싶은데 말이다.
나는 한동안 서평수업에서 평가가 빠진 독후감 또는 요약글만 제출했다. 그래서 당시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 '서평'이라는 카테고리를 지금처럼 만들 수가 없었다. 대신에 '북리뷰'에 담아두었다. 예전 블로그에 가면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서평 수업에 참여하여 서평을 쓴다고 썼지만, 서평을 서평이라고 부르지 못했던 나날이었다.
"틀려도 되니깐 과감하게 자기 해석을 해보라"는 첨삭 덕분에 조금씩 평가를 시도했다. "틀려도 된다"는 말이 큰 위로와 격려가 되었다. 그럼에도 날카로운 피드백과 빨간색 첨삭을 견디는 일은 어려웠다. 민망함과 부끄러움을 나의 몫으로 여기는 데에 이르면서 조금 괜찮아졌다. 무엇보다, 할 수 있는 만큼 퇴고하여 어설프게나마 '서평'이라는 이름으로 블로그에 올릴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이 컸다. 이는 또 서평을 쓰는 큰 원동력이 되었다.
이제는 더 적극적으로 책을 평가를 하려고 한다. 내 생각을 과감하게 표현해봐야 뭐가 틀리고 뭐가 맞는지 알 수 있다. 해보지 않으면 계속 모른다. 틀리면 어떤가. 내 분석과 판단이 좀 어리숙하면 또 어떤가. 다시 고치고 수정하면 된다. 세상에 완벽한 글도 없고 완벽해질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쫄지 않은 마음! 여전히 움츠려들 때도 있지만 책 읽는 재미를 좀 더 다채롭고 화끈하게 표현하며 누리고 싶다면 자기 평가가 담긴 서평쓰기를 권해본다.
책을 제대로 평가하려는 서평러에게 부치는 당부
"절대, 네버, 쫄지 마시라"
나민애 <책 읽고 글쓰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