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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선비 Jun 24. 2024

나는 어떤 딸이었을까

한번도 안해본 질문을 하게 만드는 딸의 편지

책상에 털썩 앉았는데 눈 앞에 이 메모지를 보았다. 책상 앞에는 이 메모지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덩그러니 편지를 붙여놓은 사람은 역시나10살 딸이었다.


자주 편지를 쓰고 색종이를 접어 꽃을 만들어 사랑한다는 글을 적어주기도 하는 딸.


평소에서 엄마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하고 노래도 만들어 부른다. 너무 익숙해서 당연하다 여기고 있지만 가끔 놀랍고 신기하다.


나는 엄마를 생각하면 엄마를 미워했던 기억이 제일 많다. 엄마가 어떠했는지는 점점 기억에서 희미해지는데 내가 엄마를 싫어했던 기억은 점점 더 또렷해진다. 이는 딸의 이런 사랑고백과 사랑스러운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이미 돌아가신지 20년이 넘어 엄마를 추억할 일이 별로 없는데 딸을 보면 내가 딸일 때가 생각나고 엄마를 떠올린다. 엄마를 미워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고 미워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꼈고 그 모든 감정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던 순간들만 생각하다가 요즘에는 내가 어떤 딸이었을까에 대해 질문해본다. 엄마를 미워했던 딸 말고 다른 모습도 있지 않았을까.


딸을 키우며 이 질문에 답을 해보고 뒤늦게 나마 엄마에 대한 좋은 기억을 끄집어 내보고 싶다. 왜? 딸의 사랑에 온전히 반응하려면 이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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