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의 길

by 청윤 단남

민경의 글




ⓒ Robert F. on Unsplash


언제부터였을까,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를 읽고 나서였을까?

누구일까, 주류의 길을 걷고 싶던 내 인생에 균열을 일으킨 주범은?



학창 시절, 아빠는 개천에서 용 난 이야기가 담긴 책을 자주 사다 주셨다. 꿈을 가지면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 되어 성공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그 당시의 나에게는 꿈이라고 해봤자 매점에서 빵 하나 더 사 먹는 게 다였지만 그래도 그 ‘성공’이라는 걸 해보고 싶긴 했다. 유명해져서 돈도 많이 벌고 싶었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내 머릿속엔 ‘성공’이란 부와 명예의 축적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나는 공부를 못하지도, 그렇다고 뛰어나게 잘하지도 않았다. 차라리 아예 못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뭐든 중간이 참 애매한 법이다. 그렇다고 공부 말고 딱히 잘하는 것도 없었다. 그림도 못 그리고 운동에도 소질이 없고 손재주도 없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전문직을 갖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그리고 내가 아는 자수성가 루트의 전부였다.



부모님은 내가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셨다. 그리고 그만큼의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셨다. 기대에 보답하고 싶었으나 인생은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나는 기숙학원에서 재수까지 하며 겨우 대학에 들어갔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제 시작이었다.



수능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이 결정되고, 대학에 들어갔더니만 알파벳 성적으로 칼같이 등급을 매긴다. 그다음은 스펙 쌓기와 기약 없는 취업 준비… 인생은 마치 컨베이어 벨트 같았다. 하나를 완료하면 또 다음 스텝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학점을 잘 받아도 행복하지 않았다. 더 이상 미래가 기대되지 않았다. 문득 나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질문이었다. “나 왜 이렇게 살고 있지?”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만이 정답은 아니었다. 세상은 객관식이 아니었기에 다양한 답안이 있었다. 답안에 대한 채점 또한 사회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었다. 나만이 날 채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계속해서 다른 사람이 날 평가하도록 내버려 뒀다.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부모님의 행복만을 만족시키며 살아왔다.



그 길에서 벗어나는 법을 몰랐다. 워낙 모범생으로 살아왔던 터라 관성을 이겨내려니 막막했다. 어떻게 해야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건지 아무도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 대안이 없었기에 제자리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부모님을 실망시킬까 봐 두려운 것도 한 몫했다.



가진건 없는데 눈만 높아서는 불안정해 보이거나 돈이 별로 안 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서 제외시켰다. 닥치는 대로 책을 읽어보기도 했다. 진짜 원하는 일을 찾으려면 오랜 시간을 가지고 나 자신을 찬찬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한다. 그럴 수 없었다. 늘 무언가에 쫓긴 채 조급함과 불안함을 원동력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주인공은 멋지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자신만의 길을 걸었답니다. 끝.

이런 백점만점 해피엔딩 스토리로 마무리하면 참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아니다.

인생이 너무 쉽게 풀리면 재미없으니까… 맞죠?



그 후로도 약 5년간 대외활동, 아르바이트, 인턴, 회사 생활을 경험하고 2020년 10월에 퇴사를 하고 나서야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과 마음이 가진 능력치가 0, 아니 마이너스를 찍고 나서야 결심했다. 다시는 이렇게 살지 않겠다고. 타인의 평가와 기대에 기대어 나의 존재가치를 확인받지 않겠다고. 일단 회사로 돌아가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회사를 떠나 개인으로서 지속 가능한 일을 찾는 것. 즉 자립하는 것 말이다.



사실 난 주체적으로 비주류의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주류의 길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미처 떠밀려 나온 겁쟁이일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지금이 더 행복한 건 확실하다. 그럼 된 거 아닐까?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가치를 둔 채 열심히 나아가고 싶다. 이런 나의 행보를 응원해줄 성호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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