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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현 Dec 19. 2023

당신의 세상에서 본 나의 세상 (12)

서울 (5)


서울 서초동에서 만난 눈의 이야기입니다.




김민정






++당신의 눈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김민정입니다. 



당신의 이름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민정은 가을하늘 민.에 바를 정.을 써요. 



당신에게 기쁨은 무엇인가요?

나를 찾아가는 것이요. 



당신에게 기쁨은 어떤 색인가요?

환하고 빛나는 노랑이요. 보라도 떠올라요. 딸이 좋아하는 색이 보라이기도 하고요.



세상이 당신을 어떻게 기억하길 바라나요? 한 마디로 표현해 주신다면요.

기억되지 않아도 되지만 기억되고도 싶어요. (웃음)

끝까지 자기가 누구인가를 탐구했던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네요.

그리고 진짜 자신으로 살았던 사람.






내 눈이 본 ++++ 그녀의 눈 속 이야기



투명한 거울

그 안에서 언제나 나를 봐

깨어부수고 싶은 순간과

안아주고 싶은 순간들을

마주하면서



무한 반복 같아

지독히도 

반복이야



그런데 말이야

거울이 없다면

나는 누구지

우린 이제

그걸 대답할 차례야






아이는 나를 가장 잘 비춰주는 거울이야



오늘의 눈, 김민정 님은 저의 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면 타인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고 반응하는 따뜻함이 온몸으로 전해집니다. 제가 느끼는 모든 감정과 생각의 물결이 그곳에서도 거의 같이 흐른다는 기분이에요. 그녀는 요즘 종종 거울 명상도 한다면서 자신의 아이가 얼마나 자신을 그대로 비춰주는지 그 경험을 제게 들려주었어요. 자신 안에 억눌린 측면, 그림자라 표현할 수 있는 그것들이 아이들을 통해 드러나기도 한다면서요. 




그녀는 올해 여름 <역행 육아>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자신이 특별한 육아를 하는 것도 아닌데 육아서를 내도 될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지만 책 안에 담긴 내용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 좋은 정보를 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느꼈어요. 심지어 아이가 없는 제게도요. 아주 솔직한 한 여자의 성장 에세이를 읽은 느낌이었거든요. 책에 서문에 그녀는 이렇게 쓰고 있어요.




저의 육아(育兒)는 엄마인 제 마음에 드는 아이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닌, 아이의 타고난 결을 지켜 주기 위해 엄마인 나의 관점을 바꾸는, 저 자신을 키우는 육아(育我)였습니다. 



 

 

그녀는 그녀의 이름처럼 바르게 자랐어요.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서 특별한 반항이나 어긋남 없이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았죠. 아나운서로 커리어를 쌓고 학업을 계속하는 동안에도 그러했고요. 그런데 그녀는 바르다는 그 단어의 의미를 조금 다르게 정의하게 되었다고 해요. 




불교에 8 정도를 보면 바르게 --하다는 개념이 있잖아. 예를 들어 정견, 바르게 보다. 이건 나를 제대로 보는 거와 통하는 거 같아. 





그녀는 가을 하늘을 닮았어요. 시야가 확 트인 것처럼 시원하고 맑고 높은 느낌을 주는 하늘이요. 투명하고 솔직해요. 신뢰감을 주는 그녀의 목소리는 책을 쓰면서 어쩌면 더 진짜의 자신의 목소리를 찾은 듯 했고요.




진짜 나로 살아가는 게 왜 이토록 힘들었을까


현아. 데미안 다시 읽어 봐. 느낌 다를 걸. 책을 좋아하는 친구는 최신 저자들의 오만가지 저서를 구글처럼 인용하며 제게 알려주었는데 그 사이에서 대뜸 데미안을 꺼내며 이 말을 했어요.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모든 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자유롭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




남들은 까칠하다고 말할지언정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직감을 믿는 아이들로 자라게 하고 싶었다고. 그녀는 말해요. 그런데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놀랍게도 엄마인 내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 있었다고. 




마지막으로 너의 눈을 보고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김민정 님은 이렇게 대답했어요.




애썼어





+ 인터뷰를 한 날 김민정 님은 뭔가 모르게 제가 굉장히 땡긴다고 느끼고 있던.. 팟타이와 볶음밥을 사줬어요. 저의 맨눈의 감정을 아주 처음 보기 시작한 곳이기도 한 태국을 떠올리게 하는 보라빛깔 맛이었어요. 그리고 3차로? 간 그녀의 집에서는 그녀가 사랑하는 또 다른 눈을 만났습니다. 



그녀의 딸. 은빈이. 

까만 고양이가 다가오는 태몽을 꾸고 낳았다는 은빈이는 제게 붉은 심장을 가진 하얀 고양이를 그려줬어요. 까만 눈동자가 너무 예쁜 이 아이에게 전 엄마의 눈을 가리키며 같은 질문을 했어요. 이 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은빈이는 눈을 반짝거리며 대답했어요.


  


사랑해




은빈이 작품





++ 최연소 인터뷰이, 은빈이의 눈 인터뷰는 다음 회차를 기다려주세요.  




+++ 김민정 님은 프리랜서 아나운서이자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역행 육아>를 출간하면서 작가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하나 더 추가했습니다. 인스타 @mindloo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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