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6)
서울 서초동에서 만난 눈, 그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전 편의 김민정 님의 딸, 은빈 양의 눈입니다)
++당신의 눈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이은빈입니다.
당신의 이름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금은 은.에 빛날 빈.을 써요. (아이 엄마가 대답해 주심)
당신에게 기쁨은 무엇인가요?
색칠이요.
당신에게 기쁨은 어떤 색인가요?
초록이요.
(엄마의 눈을 가리키며) 이 눈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어요?
사랑해.
내 눈이 본 ++++ 아이의 눈 속 이야기
아이가 색을 칠한다
왜 그걸로 칠했어
나는 물었다
아이는 또 색을 칠한다
거의 모든 색이 있다
선택에 주저함이 없다
내가 색에 의미와 이유를 찾는 동안
아이는 칠한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 하는 일에
어른인 나는 뭘 그리 의미를 찾아댈까
피곤스럽게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색들이 있다
재밌다
이름은 냥꼬에요. 다른 고양이를 도와줘요.
은빈이는 내 아이패드를 가져가더니 붉은 심장을 가진 냥꼬라는 하얀 고양이를 그려줬다. 생선을 좋아하고 다른 고양이를 도와주는 순한 고양이라고 한다.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인물도 순식간에 쓱싹 그린다. 아주 쉽고 직관적이다. 엄마, 자신, 그리고 오늘 처음 본 엄마 친구 나까지. 보라색 머리를 하고 검은 눈동자 속 푸른빛을 띤 자신의 모습만 해도 다양한 색이 쓰였다. 자신이 만들어낸 캐릭터 냥꼬의 또 다른 모습(커버사진)에는 주변으로 다양한 색들이 있다. 인식하는 만큼 표현할 수 있다면 이 아이가 보는 세상은 나보다 훨씬 다채롭다. 아이는 웃으며 말했다. 색칠이 좋아요.
아이 엄마랑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은빈이는 노트북을 켜고 자기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한다. 은빈이 엄마는 까만 고양이가 다가오는 꿈을 꾸고 은빈이를 낳았다고 했다. 나는 뭔가 모르게 지난해 이집트에서 보았던 고양이들이 죄다 생각났고 친구는 이집트, 자신이 꼭 가보고 싶은 나라였다고 신나게 맞장구쳤다. 고대 이집트에서 신성시했던 고양이와 그 얼굴을 한 여신까지 소환했다. 이집트에 가기라도 한 듯 한껏 격앙된 우리를 돌아보며 어느 순간 은빈이가 말했다.
조용히 해주세요.
자신의 표현을 이토록 확실히 할 수 있는 고양이라니.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웃음이 났다.
색채의 마법사 은빈이의 반짝이는 까만 눈동자에는 검은 냥꼬와 하얀 냥꼬가 좌우에 나란히 있다. 좌우의 매력이 확실한 그 눈을 감탄하며 바라봤다. 아이의 엄마에게 물었다. 이 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친구는 별안간 울컥하는 마음을 진정하고 말했다.
너 참 귀하다
집에 돌아가기 전 은빈이에게 종이 조각을 하나 받았다. 귀여운 까만 고양이처럼 소리도 없이 조용히 오더니 나에게 내밀고 갔다. 어디서 오린 건지 모르지만 거기엔 이렇게 쓰여있다. 강하고 담대하라. 그 공간에 함께 존재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응원처럼 느껴졌다.
친구는 아이의 눈 안에 비친 자신을 보았을 거다. 이 말을 할 때.
너 참 귀하다.
김민정, 너 참 귀하다.
+ 은빈이는 푸들하고 까만 고양이가 필요하다고 산타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은빈이의 바람이 가장 좋은 시기에 이루어질 바랄게요. 언젠가 은빈이가 이집트에 가서 고양이 얼굴을 한 바스테트 여신을 보는 상상을 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