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8)
서울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만난 눈의 이야기입니다.
++당신의 눈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거기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당신의 기쁨은 무엇인가요?
세상이 당신을 어떻게 기억하길 바라나요?
<이상한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류이치 사카모토 (님 존칭 생략)에게 해본 것은 아니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들려준 연주에 이 모든 것에 대한 대답이 들어있다고 느꼈다.
그 마지막 인사에 그의 이름과 기쁨이 담겨있다.
그가 만든 서사가 순서대로 펼쳐진다. 거기엔 시간 순서가 없다. 이분의 서사는 뭔가 모르게 83년 그의 대표작, Merry Christmas Mr. Lawrence를 위해 달려온 느낌이다. 온몸과 마음으로 연주되는 그의 모든 이야기는 존재 자체가 울림이다. 손이 건반을 떠난 후까지도 집중하여 소리를 만들고 있는 것만 같다. 그의 호흡마저 숨 죽이고 듣게 한다.
극장 안에는 코를 골며 자는 분이 있었다. 피아노 소리와 협응하여 마치 대화하듯 어쩔 때는 격정적이게 그렇게 코를 골았다. 내 옆자리 앉은 분이 참다못해 세차게 흔들어 깨워도 그분은 다시 잠에 들었다. 잊힐만하면 찾아오는 소리, 이쯤 되면 그냥 나가서 편히 주무시지 싶었다. 코 고는 소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사람들, 연주에 감동해서 훌쩍이는 사람들... 맨 뒷 열에서 직관하는 영화 밖 풍경도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모든 반응과 상관없이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를 하는 아티스트가 있다. 중간중간 힘든 기색이 보였지만 곡이 시작되면 그 서사를 표현하는데 온 힘과 애정을 다한다.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그가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처럼 건반 하나하나를 대하는 모습이 마지막 인사처럼 애틋하고 진심이다.
Aqua, 몇 주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이 끝날 때만큼 울었다. 스토리가 닫힐 때 흐르는 이분의 음악은 두 소년이 뛰어가는 그 길을 가슴이 벅찰 정도로 아름답고 웅장하게 느끼게 했다.
Merry Christmas Mr. Lawrence, 아주 추운 겨울에 얼음을 뚫고 꽃이 피는 것처럼 말도 안 되게 찬란했다. 코 골던 분도 마지막 이야기는 일어나서 들었다. 모두가 빨려들 듯 듣고 있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마지막 인사,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눈, 육체가 쇠잔해진 그 순간까지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의 눈빛은 힘이 있다. 그 눈은 진심으로 느끼게 한다. 그가 자신의 서사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래서 언제 죽더라도 후회 없도록 부끄럽지 않은 것들을 좀 더 남기고 싶어요 2017.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
영상의 마지막, 피아노를 치던 그가 이젠 그 자리에 없다. 그가 사라진 뒤에도 마치 그가 연주하는 것처럼 건반이 스스로 움직인다.
나는 몇 달 전 프랑스 옹플뤠르에서 보았던 에릭사티의 방, 거기 놓인 피아노가 생각났다. 사람이 없는데 그 피아노 건반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연주하는 것처럼. 그 사람이 사라져도 그의 작품은 남아 우리의 일상에 함께 산다.
그의 음악이 류이치 사카모토다. 세상은 그 이름을
기억한다.
1952.1.17-2023.3.28 류이치 사카모토
당신의 존재에 감사합니다.
내 눈이 본 ++++ 눈 속 이야기
자신의 서사를 사는 것
그보다 더 큰 울림은 없다
https://youtu.be/8eB-7l7ysX8?si=cnFiZEUiVaXvz-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