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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May 14. 2024

아름다움은 늘 순간이며 짧다.


 아름답다 ‘아름’의 숨은 뜻은? 유튜브 쇼트 영상 제목이다. 코미디언 정형동이 퀴즈를 내고 문답형식으로 풀어낸다. 그는 ‘아름’의 뜻에 너무 놀랐다고 한다. 15세기 석보상절에 나오는 아름답다에서 ‘아름’은 ‘나’를 뜻하는 말이다! 아름답다는 ‘나’답다는 뜻이다. 내가 나다울 때 아름답다는 표현을 쓴다. 내 가치관이 부합된다는 건, 내 마음에 든다는 말이다. 내 마음에 드는 것은 보기 좋다는 뜻이다. 이런 변천을 거쳐 ‘아름답다’라는 표현을 썼다. 다른 한편, 한자 아름다울 미(美) 자로 그 어원을 해석하기도 한다. 미(美) 자는 양(羊)과 큰 대(大)로 구성된 문자다. ‘살찐 양’인 셈이다. 포동포동 하고 살찐 양을 하나님 제물로 바친다는 게 인간 참된 도리이다. 이를 아름답다고 한다.


 「지지 않는다는 말」 에세이 책에서 소설가 김연수는 ‘아름다움과 시간은 상호보완적이다. 곧 사라질 것이 아니라면 아름답지 않다. 한편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시간의 흐름을 감지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삶이 결국 아름다워질 수밖에 없는 건 우리 모두 죽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들, 저녁놀, 꽃과 나비, 아우라, 무지개, 청춘, 생명. 곧 사라지는 까닭에 아름다운 법이다. 


 사람은 왜 아름다움에 이끌리는 것일까? 우리는 많은 에너지를 들여서 벚꽃이 활짝 핀 거리 찾아다니고, 홀린 듯 예쁘고 진기한 음식을 찾아 카메라에 담고, 슬픈 영화를 보면 눈물짓는 걸까. 이 모든 건 사라지기 때문이다. 여행을 다시 가고픈 이유는 풍경을 보는 순간이 짧은 까닭이다.  


 청춘은 왜 아름다운가? 그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우리가 결혼할 때, “와 좋겠다.”“참 좋을 때다.” 이렇게 말한다. 청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서 부럽다는 내심을 드러낸 말이다. 사랑은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의 아름다움에도 이끌린다. 시간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소리 없이 강물처럼 흐른다. 결혼 직후 새록새록 생기는 관능 아름다움과 생기는 시간 흐름에 따라 사라지기 마련이다. 서로에게 싫증을 느끼고 무덤덤해지고 결핍도 생긴다. 육체적 생기와 에너지가 곧 사라지기 때문에 청춘이 아름다운 것이다. 아름다움은 사라지는 것에 아쉬움의 표현이다. 오늘도 하루가 짧아서 아름답다. 


 아름다움은 사람 마음과 사물이 결합해서 탄생한 신생아와 같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주광첸). 아름다움 속엔 사람 감정과 사물 이치가 있다. 노송을 감상할 때 노송의 푸른 기상은 사물 이치이며, 노송의 절개는 사람의 감정 투영이다. 이미지는 보는 사람의 감정을 투영해서 만든다.  


 현대 미학의 큰 스승 주광첸은 미의 감상은 플라토닉 사랑과 같다고 한다. 플라토닉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 목적 없이‘ 사랑하고 ’ 소유하지 않는 ‘ 것이다. 평범한 한 사람이 나의 천사가 되었다. 그와 그녀는 서로 이상형이다. 당신 눈에 보이는 그녀는 당신이 변형시켜 만들어낸 이상형을 연인에게 투영한 것이다. 따라서 눈앞 여인은 천사의 모습을 한 껍데기에 불과하다. 사랑하는 대상은 언제나 ’ 예술화를 거친 자연‘이다. 미의 감상도 같은 이치이다. 자연에 예술화를 덧입힌 것이다.  


 주광첸은 미를 감상하는 사람 태도에 대하여 말한다. 그는 시골에서 자랐다. 아침에 눈을 뜨면 드문드문 떨어진 초가 몇 채와 논두렁, 굽이굽이 이어진 산자락이 눈에 보이는 전부였다. 무미건조하고 단조롭게만 느껴졌던 그때의 풍경들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이는 시각 변화가 생긴 까닭이다. 아기의 얼굴, 월드컵 축구 골든 골의 함성, 첫 키스의 황홀함, 고요한 풍경, 웅장한 황혼. 이와 같은 아름다움은 삶에서 얽히고설킨 모든 이해관계를 벗어던지고 ’ 잠깐 멈춤‘을 하고 들여다보아야 보인다. 사물이 지닌 본연의 아름다움을 보고자 한다면 실용적인 태도와 시각을 벗어던져야 한다. 아름다움은 현실의 삶과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주광첸은 아름다움은 그것을 볼 수 있는 ’ 눈‘을 가졌을 때만 볼 수 있다고 한다. 아름다움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라진다. 늘 순간이며 짧다.  


  흥겨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축제에 참석하여 함성을 지르고, 고요함 속에서 자연의 소리를 듣기 바란다. 이 또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다. 나는 좁고 얕다. 아름다움은 넓고 깊다. 그러니 아름다움을 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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