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싶지 않았다. 해가 좋은 날에도
퀭하게 입술을 감추고
억지로 어둠을 강박했었다
밝고 싶지 않았다. 비가 오는 날에는
기꺼이 흐림에 잠겨
뼛속까지 축축하길 반복했었다
어느 날
초라한 나의 세계에 찾아온
소행성 S161223
작고 커다란,
수천 억의 반짝임으로 가득한,
이 무수히 아름다운 우주가,
나를,
변하게 한다.
나를 웃게 한다. 나를 울게 한다. 나를 환하게 한다. 나를 화나게 한다. 나를 숨 쉬게 한다. 나를 숨 막히게 한다. 나를 기쁘게 한다. 나를 기다리게 한다. 나를 기대하게 한다. 나를 들뜨게 한다. 나를 떨리게 한다. 나를 움직이게 한다. 나를 노력하게 한다. 나를 반성하게 한다. 나를 궁금하게 한다. 나를 순수하게 한다. 나를 기도하게 한다. 나를 노래하게 한다. 내가 시를 쓰게 한다. 나를 춤추게 한다. 나를 꿈꾸게 한다.
나를,
살게 한다.
나보다, 더,
소중한 게, 있다는 게,
첫눈처럼 신기하다.
매일 살고 싶지 않았는데,
매일 죽고 싶지 않아졌다.
이 기적을,
오래오래 보고 싶어서,
오늘은,
손톱을 자르지 않았다.
cloud9, 조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