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항상 누나를 병신같은 년이라고 불렀고
엄마는 자주 아빠를 무능한 인간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엄마는 가끔 나를 비겁한 새끼라고 불렀다
엄마의 말은 늘 맞았다
누나는 항상 병신같은 년이었고
아빠는 자주 무능한 인간이었고
나는 비겁한 새끼였다
하나 고칠 것이 있다면
나는 가끔이 아니라
언제나
비겁한 새끼였다
내가 얼마나 졸렬한 인간인지
엄마가 당연히 모를 리는 없었다
엄마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똑똑한 사람이었으므로
엄마는 가족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엄마는 가족을 미워했을까
잘 모르겠지만 하나 분명한 건
엄마는 스스로를
사랑하지도 않았다
요즘도 자주 목이 맨다
목이 마르다가도
엄마를 생각하면
괜히 목을 매고 싶어진다
그럴 땐 물조차 사치처럼 느껴져
그냥 위스키를 씹는다
알콜이 적당히 피를 삼키면
눈을 감고 마음껏 비겁함에 취한다
오늘도
비겁한 하루였다
슬기로운 가족 생활, 조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