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알-비-레-오'를 발음하면 네 개의 음절이 혀끝에서 굴러다닌다. 단순한 별의 이름이 아니라 사랑의 원형에 대한 암호에 가깝다.
오백 년 전 한 필사자가 아랍어 'abireo(부리)'를 《알마게스트》에 잘못 옮겨 적으면서 탄생한 이 아름다운 실수는, 모든 진정한 사랑이 오해에서 시작된다는 진실과 맞닿는다.
백조자리의 β별. 지구에서 보면 하나의 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렌지색과 남색의 두 별이 35초각의 간격을 두고 서로를 돌고 있다. 35초각. 각도로 환산하면 0.01도도 안 되는 미세한 간격. 하지만 바로 이 '35초각'은 우주가 건네는 가장 완벽한 사랑의 공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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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상대를 완전히 이해하겠다는 오만, 하나가 되겠다는 폭력적 욕망. 그런 태도는 서로를 소멸시킨다. 뜨거운 별이 차가운 별을 삼켜버리거나, 두 별이 충돌해서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가는 파국.
알비레오의 35초각은 사랑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절묘한 거리감. 서로를 당기면서도 삼켜버리지 않는 완벽한 긴장의 미학. 융합하지도 분리되지도 않는, 개별성과 친밀감 사이의 아슬아슬한 균형.
색환에서 정반대에 위치한 오렌지와 남색이 우주 공간에서 만들어내는 조화를 상상한다.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하나됨을 갈망하는 모든 욕망의 원형. 뜨거운 오렌지색 별과 차가운 남색 별. 서로 다른 온도에서 빛나면서도, 지구에서 바라보는 관찰자에게는 하나의 아름다운 별로 보이는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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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거리감을 모른다. 모든 것이 너무 가깝고, 너무 밝고, 너무 시끄럽다. SNS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전시하며 관심을 갈구하는 사람들. 시도 때도 없는 가짜 연결감. 이들은 진짜 친밀함과 가짜 노출을 구분하지 못한다.
도시의 밤하늘은 온통 가짜 빛으로 물들어 있다. LED 가로등들이 만들어내는 차가운 백색광, 네온사인들의 요란한 색채들은 진짜 별들을 지워버렸다. 단순한 환경 파괴가 아닌 하나의 관능적 폭력. 문명이 자연에게 가하는, 더 정확히는 야생적 감수성에게 가하는 조용한 거세.
우리는 밤을 잃었다. 그리고 진짜 어둠의 언어를 잃었다. 별들이 속삭이는 고대의 유혹, 어둠이 전해주는 우주적 에로티시즘을 읽을 줄 모르게 되었다. 내 몸 안에는 분명 별을 읽는 코드가 새겨져 있을 텐데, 그 코드를 발동시킬 어둠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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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시절, 강원도 홍천의 어느 야산에서 보낸 밤을 기억한다. 영하 15도의 추위 속에서 차가운 흙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있었다. 처음 몇 분간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암순응. 도시의 불빛에 길들여진 내 동공이 진짜 어둠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서서히 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몇 개, 그 다음엔 수십 개, 마침내는 수천 개의 별들이 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그때 내 몸에서 일어난 일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전율, 가슴팍을 가로지르는 저린 감각.
내가 본래 우주의 일부였음을, 별가루로 만들어진 존재임을 온몸으로 기억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별들은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가 볼 수 없게 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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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안다. 내가 찾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나와 35초각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 서로 다른 색깔로 빛나면서도, 우주적 관점에서는 하나의 아름다운 별이 될 수 있는 그런 사람.
우리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를 완전히 소유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궤도를 유지하면서, 서로에게 적당한 중력을 행사할 것이다. 너무 강하지도, 너무 약하지도 않은 적당한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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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되, 그를 내가 원하는 무엇으로 만들지 않는 사랑. 그가 본래 가진 색깔 그대로, 본래 가진 온도 그대로 빛날 수 있도록 35초각의 거리를 유지하는 사랑.
가장 관능적 순간은 완전한 결합의 순간이 아니다. 오히려 바로 그 직전의 순간. 서로의 경계가 흔들리면서도 아직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그 찰나. 알비레오의 두 별처럼,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도 결코 넘나들 수 없는 절대적 경계 앞에서 느끼는 아득한 현기증.
이것은 단순한 거리두기가 아니다. 가장 친밀하면서도 가장 존중하는, 가장 뜨겁게 사랑하면서도 상대방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사랑의 기하학. 마치 중력과 원심력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궤도를 만들어내듯, 끌림과 밀어냄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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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적이면서도 연결된, 멀리 있으면서도 가까운, 하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둘인 존재의 방식. 이것은 고도의 예술이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침범하지 않는 기술, 사랑하면서도 소유하지 않는 지혜, 함께 있으면서도 각자 완전한 개체로 남아있는 섬세한 균형감.
오렌지색과 남색처럼, 우리는 서로 다른 온도에서 빛나야 한다. 각자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지구에서 바라보는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아름다운 별로 보이는 그런 관계.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사랑의 미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