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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민 Jul 13. 2016

[#1 대학원 도전기]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기까지

왜 대학원일까?

  나는 26살이다. 나는 평범한 4년제 대학, 평범한 군 생활을 마치고 지금에 있다.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졸업을 미루기 위해 1년간 휴학했다. 휴학하지 않은 내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졸업 후 직장인이 되었고, 나는 그들을 보면서 1년간의 휴식을 얻은 것을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딱히 취업준비를 해 놓은 것은 없었다. 수학이 재미있긴 했는데, 3학년 때 까지도 수학과 대학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막연하게는 하고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뼈저리게 후회되는 것 중 하나다. 그때부터 좀 제대로 대학원을 준비했으면 지금 이렇게 불안하진 않았을 것 같다.


미래를 고민하다


 요즘 청년들, 말이 많다. 청년 실업, N 포 세대 등등. 여러 가지 말이 나오는 청년층엔 나도 포함되어 있었고, 나도 그 단어들의 화살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런데 취업은 하기 싫었다. 나는 수학을 하고 싶은 막연한 꿈은 있었는데, 그 꿈을 이루기에는 일반 직장은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았다. 그러면 남은 건 교수나 연구직인데, 그쪽은 또 자신이 없다.


 학비도 문제고, 합격도 문제다. 안일했던 것이다. 제대로 준비를 한 것도 아니면서, 막연히 주변에 나는 대학원에 갈 거라고 말하고 다녔다니. 좀 창피하기도 했다. 이러다가 덜컥 다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즉, 자신이 없던 것이다. 누구나 하듯 과거의 나를 또다시 원망해 보지만, 과거의 나는 외면한다. 이미 마음속으로 대학원을 갈 것이라고 결정을 해 놨으면서 이렇게 고민한 것은, 그때의 나는 정말로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자신 없이 고민하던 나는 결국 결정을 내린다. 대학원에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은 이미 글의 첫 줄부터 결정되어 보였겠지만, 그때의 나는 아니었다. 정말 프로그래밍을 배워서 취업을 할지도 고민하던 때였다.


분야를 고민하다

 

 대학원을 갈 것을 결정하고 나서도, 아직 남은 고민은 있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약간이지만 자신이 있던 나는 전산학과 쪽으로 대학원을 갈지, 아니면 그냥 수학과로 갈지도 고민하고 있었다. 대학원은 가야겠다는데, 취업 준비를 하나도 안 했으니, 돈도 벌고 싶었던 것이다. 공대를 가면 아무래도 석사 이후 취업문이 좀 열려있는 편이다 보니 공대를 고민하기도 했다. 반대로 수학과를 가면 언제까지 가난하게 살아야 할 지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것도 꽤나 오래 고민한 것 같다. 공학과를 가서도 어느 정도 연구를 하면서 수학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대를 가면 학비가 훨씬 저렴해진다는 이야기도 들은 것 같다. 정확히는 학비가 저렴해지는 게 아니라, 공대에서는 연구비를 타 와서 조교 활동을 하는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순수한 실력으로 장학금을 탈 자신은 없었기 때문에, 더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답정너였다. 결국 수학을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는 마음에, 그 생각 하나로 나는 수학과를 선택했다. 내가 공학을 선택한 후에 과거를 돌아보면 분명히 후회했을 것 같다는 생각. 유치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꿈을 향해서 달려 나갈 때인 것 같다는 자기 합리화. 도전하는 자에게 결국 결실이 떨어질 것이라는 달콤한 희망.


 독자 여러분께는 죄송한 마음도 든다. 결국 그럴 거면서 무슨 글을 이렇게 길게 쓰나, 라는 말씀을 하실 것도 같다. 하지만 나에겐 굉장히 중요한 선택의 기로였다. 실제로 약 두세 달 정도는 이것 하나만 가지고 고민한 것 같다.


수학과 대학원으로 결정


 결국 나는 수학과 대학원으로 결정했다. 정확히는 수학과에서도 어떤 전공을 세부 전공으로 정할지 고민의 단계가 남았지만, 그건 아직도 결정하지 못한데다 일단 수학과 대학원 합격이 목표이기 때문에 미뤄둔 고민이다. 수학과 대학원을 간다는 것은 보통 석박사 통합과정을 의미하고, 최소 6년에서 7년 정도는 학생으로 살아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거기에 앞으로도 돈과는 먼 인생을 산다는 것 까지도.


 이런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결정이기 때문에,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결정했다. 어떻게 될 진 모르겠지만, 수학으로 한번 밀어 본다. 내가 비록 세상을 휘두를 천재는 아닐지언정, 세상에 있는 수많은 천재의 발받침이 되어서라도 수학의 끝을 더 파보고 싶다는 원대한 포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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