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톨 Feb 14. 2017

월요일과 금요일의 온도차

월요일에도 영어를 잘하고픈 캐나다살이

학교 혹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월요일과 금요일의 온도차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평일엔 학원에 가야 하는 일상이 있기 때문에 금요일이 되면 해방감을 느끼고 좋아하는 한국 예능 프로를 보며 늦잠을 자도 되는 것에 안심하고 그렇게 편히 지낸다.


그런가 하면 이곳엔 월요일과 금요일에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온도차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영어에 대한 것. 두 달 간의 학원생활을 통해 영어가 얼마나 늘었나? 라는 질문에 이제 나 영어 잘해! 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당연히.


하지만 잘 못해도 자신감이 붙은 것 같고, 내가 왜 영어로 잘 떠들지 못하는지 수없이 생각하며 지내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답을 찾아가고 있다.


예컨대, 지금 나는 단문-단문으로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하는 것은 잘할 수 있는데, 질문이나 대답을 장문으로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하고 싶은 말을 줄줄 내뱉을 실력이 되지 않는다. 머릿속으로 문장을 만들기 위해 생각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상생활 속에서 대화란 자고로 큰 생각의 시간을 요하지 않고 바로 튀어나와야 하는 법. 그래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낀다.


여하튼 그와 별개로 월요일과 금요일의 온도차가 확연하다는 것은 월요일과 금요일, 영어에 대한 자신감과 실력이 확연히 차이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정해진 수업을 받고 회화클럽을 가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어를 쓰고 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적어도 평일만큼은 그런 상황에 나를 던져 놓겠다는 노력이기도 하다. 몸은 늘 긴장을 해야 하지만 아무래도 놓이는 환경이 그렇다 보니 주초에 비해 목,금으로 갈수록 그런 상황에 익숙해지는 면이 분명 있다.


하지만 토,일요일 이틀 동안 그건 다시 말짱 꽝이 되어버린다. 고3 수험생 시절에도 나는 TV를 보아왔고 TV를 보는 건 내 인생의 큰 즐거움이자 의미이기 때문에 캐나다에서도 모든 한국 TV를 끊겠어! 라고 말할 만큼 독해지지 못했고 적어도 주말엔 그럴 생각이 없으니 말이다.


라디오나 팟캐스트도 마찬가지다. 다운로드 해둔 파일의 비율은 60대 40으로 영어학습과 관련된 것이 한국 채널에 비해 더 많은데 매번 폴더를 열 때마다 몇 초 간 고민을 한다. 영어 파일에는 손이 잘 가지 않기 때문에 영어를 듣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한글로 긴 줄글을 쓰는 것, 한글 책을 보는 것 모두가 영어 공부만을 위해서라면 경계해야 할 행동이지만 어느 것 하나 놓을 수가 없다. 이 또한 여유시간이 생긴다면 하기를 간절히 바랐던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말 동안 하루 겨우 두어 시간의 공부한 시간을 제외하고 한글 환경에 놓여버리게 된 나는 월요일에 다시 어버버버버하며 영어 초심자가 되고 만다. 회화클럽에 가도 월요일엔 유독 더 자신이 없고 금요일엔 자신감이 더 붙는다. 어학연수 후 한국에 돌아가서 며칠 만에 영어를 잊어버린다는 것이 무슨 이야기인지 이미 이해를 다 해버렸다. 돌아가서 영어 공부를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도 이곳에서 해야 할 하나의 숙제일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밴쿠버 발룬티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