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버킷리스트 폴더에도 기록하고 싶은 이야기지만, 회사를 다니면서도 부족한 영어실력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는 순간이 종종 있었다. 그러나 학생 때만큼 무언가 새로 집중해서 배울 시간적 여유도 없고, 외국어라는 것이 아무리 시간이 많아도 한국에서 학습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으니 그동안 어학연수를 한다는 것은 일종의 이룰 수 없는 소망이자 낭만과도 같은 일이었다.
회사를 나오기 전 동료들에게 "회사를 그만둔다면 하고 싶은 게 뭐예요?" 라고 물었을 때 "외국에서 살아보기"라거나 "짧게라도 어학연수 가보기"라고 답을 준 동료들이 꽤 많았던 걸 보면 이런 생각을 나만 한 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많은 직장인의 소망을, 지금 내가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면 결코 한시도 우울해해서는 안되는데 가끔, 아니 꽤 자주, 황소곱창이나 매콤한 닭갈비가 먹고 싶다거나 할 때의 아쉬움과 속상함이 찾아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아무튼 여기서 문득 내가 10대 후반, 혹은 20대 초반의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러 온 것과는 조금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느끼는 때가 있어서 기록해보려 한다.
내 돈으로 왔으니 매 순간을 더 값지게 보내야 한다. 내 돈이기 때문에 좀더 여유롭게 써도 된다.
기본적으로, 언뜻 들었을 때 상반되는 것 같은 위 두 가지 생각이 공존한다.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지금까지 자랐고 회사를 들어간 것일 수 있기에 ‘내 돈’이라는 표현이 다소 거만해보이지만 여러 단어를 쓰고 지우길 반복하다 결국 저 표현이 지금 하는 생각과 제일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고치지 않았다. 결국 내 돈이니까 아깝고, 내 돈이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
우선 내 돈이니까 아까운 이야기 먼저-
출석은 중요한 것이란다
이전 학원에서는 놀랍게도 한달 간 수업에 단 하루도 제대로 출석하지 않은 학생이 있었다. 매번 출석부에 선생님이 그 아이 이름을 호명할 때, 다른 아이들은 오지않는 그 아이를 귀신이라며 낄낄거리곤 했다. 더 놀라운 것은, 마지막 주에 선생님이 그 학생의 에이전시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
"OO이가 이 수업을 굉장히 즐겁게 들었고 다음 달에도 연장하겠다고 했어요"
그 아이의 부모님은 이런 그 아이의 이야기를 아실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학원을 하루이틀 빠진다고 해서 놓치는 것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학원비를 일 단위로 나눠서 생각해보면 쉽게 빠질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눈을 뜨는 것이 힘겨워도 억지로 일어나고 자리를 채운다. 대만에서 온 귀여운 친구 한 명이 지난 월요일에 학원에 못왔는데, 다음날 그애에게 물어보니 일요일에 하우스키퍼로 일을 하고 힘들어서 못왔다고 했다. 물론 목적이 일+영어공부 반반의 비율인 학생이었다면 그럴 수 있고 그 또한 값진 경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친구는 무엇보다 영어 공부를 위해서 이곳에 왔다고 했다. 그래서 따끔하게, 하지만 사실 농담을 섞어서, 피곤해서 학원에 빠질 거였으면 도대체 일을 왜 했니?라고 물었다. 그애도 깔깔거리며 웃더니, 수업이 끝나고 내게 와서 네 말이 맞는 것 같단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하우스키퍼'라는 단어만 나와도 웃음보가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