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홍보실은 뭐 하는 데예요?

돈 되는 모든 일을 한다.

by Rainmaker

7년 전 제가 처음 맡은 엔젤스헤이븐의 후원홍보실은 기본적으로 이런 일들을 해 왔습니다.


1. 입금되는 후원금을 관리한다.


매월 소중하게 보내주시는 후원금을 후원자와 매칭하여 정산합니다. 후원금 중 결연 후원금은 아이들과 하나하나 매칭하여 따로 정산해서 아이들이 속해있는 산하기관(은평천사원, 다움아동지원센터, 은평재활원 등)으로 보내 아이들의 통장에 입금합니다.


2. 후원자 관리라 부르고 후원자 응대를 한다.


관리라기보다는 계좌를 변경한다던가 주소를 바꾼다던가 중단, 증액 등을 한다고 연락이 오면 이를 시스템에 반영합니다. 가뭄에 콩 나듯 신규 후원자가 들어오면 소식지와 안내서 등을 보내고, 후원자 카드라고 버스카드 같이 생긴 후원자 고유번호가 적힌 플라스틱 카드도 함께 발송했습니다. 고액후원자(우리 기준에 고액은 5만 원) 생일 축하 문자를 보내고, 후원금이 미납된 후원자에게 문자를 발송합니다. 자동으로.


3. 홍보인데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


분기별로 소식지를 발간해 후원자분들에게 우편으로 발송합니다.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블로그에 글을 씁니다. SNS는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사람들이 뭘 듣고 싶어 할지를 고민하기보다는 주로 우리가 하고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떠듭니다.


4. 새로운 후원자를 개발하려고 무턱대고 노력만 한다.


기업에 후원해 달라고 제안서를 보냅니다. 기회가 되면 f2f(거리모금)을 나갔고, 제가 후원홍보실을 맡기 1년 전까지 인하우스 거리모금 담당자들이 있었습니다. 비용이 컸을 텐데 인하우스 모금팀을 둘 정도로 그때는 많은 비영리 단체들이 거리모금을 하나의 중요한 모금 방법으로 사용했었습니다. 점차 대중들은 거리에서 마주치는 모금 캠페인에 관심을 주지 않았고 우리도 거리 모금을 그만하기로 했습니다. 거리모금 담당자들은 더 이상 거리모금을 하지 않았습니다.


5. 자원봉사자들이 일 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단발성으로 잠깐 방문하는 봉사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보다 더 적습니다. 비전문 영역의 단순 노동을 해야 하니 산하 기관들과 의논하여 일할 거리를 만들어 냅니다. 사실 요즘 같은 자동화 시기에는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발로 밟아 이불을 빨고 하는 봉사는 필요가 없습니다. 기계가 다 합니다.


예전 후원홍보실은 세 개의 팀이었습니다. 후원관리팀, 후원개발팀, 홍보팀. 처음 맡았을 때 후원개발과 홍보를 함께 하겠다고 대표님께 말씀드려 하나로 합쳤습니다. 2년쯤 지나서 관리도 함께 맡아서 하면서 드디어 지금의 후원홍보실 모습이 되었습니다. 많던 인력은 다 줄었고 현재는 3개 팀을 합쳤는데 저를 포함 5명입니다. 모금 담당자도 없는 작은 비영리단체에 비하면 많은 숫자이고, 사업예산이 비슷한 규모의 단체와 비교하면 아주 적은 숫자이지요.


일단 돈이 안 들어가는 일을 먼저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예산이 없었으므로.


1) 기존 후원자 증액 콜


오래된 단체이기에 오래된 후원자도 많았고 한 번도 후원금을 증액해 달라거나 뭔가 추가로 요구한 적이 없어서 많은 후원자들이 소액(1만 원 이하) 후원자들이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콜을 해봅니다. 잉? 생각보다 반응이 좋은데? 너무나 흔쾌히 증액을 해주십니다. 1만 원으로 증액해 주십사 요청을 드렸습니다. 기존 후원자이니 우리 기관을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고, 후원금이 꼭 필요한 사업을 설명드리니 1만 원까지는 쉽게 후원을 올려 주셨지요.


그럼 1만 원 후원자를 3만 원으로 올려달라고 요청하는 것 가능할까? 물가도 많이 올랐고 다른 기관은 결연후원 기본이 5만 원이더라. 아무리 그래도 3만 원은 좀 너무 많은 게 아닐까? 온갖 걱정에, 고민에, 해보지도 않고 팀원들과 저는 하자, 말자 열나게 토론을 하다가 결국 '에라 모르겠다. 일단 해보자. 해봐야 맞는지 알 테니까.' 그래서 해봤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 성공이었습니다. 길고 긴 고민이 무색할 정도로.


작은 비영리단체 모금 담당자들이여!!


>> 인사이트 : 해봐라! 후원 요청은 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요청하지 않으면 아무도 주지 않습니다.


여담으로 처음 후원홍보실을 맡으면서 기존 후원자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성향을 파악해 보려고 몇 명 안 되는 후원자 데이터를 이리저리 다 만져봤습니다. 성별, 나이, 지역으로 나눠도 보고 후원기간, 후원금액을 보고 우리의 후원자를 파악해 보려고 했습니다. 대단한 결론이 나올 거라 생각했으나 아니었습니다. 후원을 가장 많이 하는 나이대는? 여자가 더 많이 후원을 할까? 잘 사는 동네는 마음이 더 너그럽지 않을까? 다 틀렸습니다. 결론은 후원자 개개인마다 모두 달랐습니다. 후원을 시작하는 동기가 비슷할 수는 있으나 다 같을 수는 없었고, 잘 사는 동네라고 더 자애롭지 않았습니다. 후원을 요청하기 전에 후원자를 마음대로 판단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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