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비영리 단체를 위한 모금 노하우 알려드림
몇몇 대형 NGO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비영리단체는 늘 돈이 없습니다. 부족한 예산 탓으로 모금에 투자할 여력은 없고, 네임벨류도 없고, 게다가 급여가 적으니 좋은 인력을 찾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가치에 공감하여 입사한 직원들도 시스템 부족, 예산 부족으로 방전되기 십상이지요. 직원 한두 명을 갈아 넣어 유지될 수 있는 조직도, 그런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이런 작은 단체에서 모금을 하며 직접 겪고, 헤쳐나간 경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예산, 인력, 시스템, 그 어느 하나 빠질 것 없는 대형 단체 출신의 펀드레이저가 모금 교육에서 들려주는 우리는 따라 하기 어려운 모금이 아닌, 예산 없이 직접 겪고 알게 된 노하우를 알려 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엔젤스헤이븐은 역사도 오래되었고, 사업 규모와 예산 규모도 커서 작은 비영리단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40여 개의 일 잘하는 산하기관이 있음에도 엔젤스헤이븐의 법인은 대표님 포함 18명의 직원(인턴 포함), 모금 예산은 없는 매우 영세한 비영리 단체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법인의 후원홍보실에서 일한 지 이제 7년 차. 예산 없이 할 수 있는 많은 일을 해 봤고, 나름 먹히는 것과 먹히지 않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처음 비영리 단체 모금, 그것도 예산 없이 해야 하는 그 일이 얼마나 막막하고 담당자를 무력감에 빠지게 하는지 알기에 저의 경험담을 조금씩 전하려고 합니다.
우선 제가 일하고 있는 엔젤스헤이븐이 어떤 곳인지 알아야 제 경험에서 인사이트를 얻고 각자의 단체에서 적용할 수 있을 테니 간단한 기관 소개를 먼저 하겠습니다. 수많은 비영리들이 법적으로는 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요. 엔젤스헤이븐은 그중 사회복지법인입니다. 유명한 유니세프는 사단법인, 굿네이버스는 사단법인과 사회복지법인이 모두 있고, 플랜코리아는 재단법인입니다. 법인격에 따라 자본의 규모가 다르고 설립 절차가 다릅니다. 무엇보다 법인격에 따라 주무관청이나 외부감사의 의무에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법인 엔젤스헤이븐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거주시설, 아동양육시설, 장애인종합복지관, 재활병원, 특수학교, 노인복지관, 재활체육센터 등 40여 개의 산하기관을 직접 운영하는 시설운영 법인입니다. 이 말은 위탁받거나 기부채납한 산하시설은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이 가능하지만 법인은 지원금 없이 스스로 유지해야 하는 조직입니다. 최근에는 위탁받은 시설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특수학교와 재활병원 등 초기에 만들어진 기관들은 엔젤스헤이븐이 직접 설립한 곳입니다. 정부 지원금을 받는 기관들이 많다 보니 전체 예산은 어마어마하지만 후원자 수나 법인의 규모는 작은 비영리단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기관이라면 법인이 따로 모금을 할 필요가 없는 게 맞겠지만 엔젤스헤이븐 법인은 상황이 좀 다릅니다. 우간다, 베트남에서 진행하는 해외사업을 포함해 법인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사업들이 좀 많습니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우리나라의 복지시스템 자체를 개선하고자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자체 모금이 꼭 필요한 상황입니다. 현재는 해외사업 외에도 장애인식개선 캠페인, 장학사업, 자립준비청년 지원사업을 하고 있고 올해는 위기청소년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기후원자 수는 4,300명 정도로 65년의 역사에 비하면 아주 소소하지요. 65년 동안 모아진 정기 후원자님들. 가끔, 정말 가끔 들어오는 신규 후원자는 무지하게 소중한 존재입니다. 법인이 직접 사업을 하는 건 정말 드문 일인데 이건 모두 우리 대표님 때문입니다. 대표님에게는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가 산더미이고 우리 직원들은 모두 그런 대표님을 진심으로 리스팩하고 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돈이 없습니다. 할 일은 많은데 후원금이 부족하고, 우리가 너무나 잘하고 있는 일을 알리고 모금을 하고 싶은데 홍보와 모금을 위한 예산은 없습니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회계사를 꿈꾸던 저는 비영리단체에서 꽤 오래 일을 했고,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를 발굴하고 투자하는 기업 재단에서도 일을 했습니다. 참, 사회복지사도 아니지요. 저는 엔젤스헤이븐의 가치를 추앙하고, 돈을 좋아하는 후원홍보실 실장입니다.
이제, 제가 예산 없이 지난 6년간 어떻게 엔젤스헤이븐 후원홍보실에서 일을 해 왔는지, 무엇이 실패했고 무엇이 성공적이었는지, 그리고 이제 뭘 할 예정인지 얘기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