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법인에서 일합니다.

사회복지법인은 뭔데

by Rainmaker

저는 사회복지법인에서 일합니다.

나름 국제 NGO, 대기업 사회공헌 재단에서 잔뼈가 굵은 저는 지금 한국전쟁 직후 만들어진 한국 토종 사회복지법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셋 다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많이 다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은 한국전쟁 이후 전쟁고아를 돌보기 위해 미국 선교사와 한국 목사님이 함께 설립한 곳입니다.

그 시절 목사님이 사비로 전쟁고아 아이들을 돌보던 고아원에서 시작된 사회복지법인 엔젤스헤이븐은 65년이라는 시간을 지나면서 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지금은 40여 개의 산하 기관과 부속시설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전쟁 직후에는 엄마 아빠를 잃고 거리를 헤매는 아이들이 가장 도움이 필요했고, 그중에서도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상황은 정말 비참했습니다. 어느 날 엔젤스헤이븐에 살고 있는 아이가 아파 병원에 데리고 간 목사님은 병원 복도에 방치되어 있는 장애 아이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버려진 아이들이었습니다. 도움이 꼭 필요한 장애 아이들을 데려다 돌보기 시작하면서 엔젤스헤이븐은 아동보육시설과 장애인 거주시설로 확대되었습니다. 장애 아이들을 돌보다 보니 아이들이 배울 학교가 필요했고, 아이들을 치료할 병원이 필요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나 학교를 졸업하니 직장이 필요했고 성인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복지관도 필요했어요. 평생 재활이 필요한 장애인을 위한 재활체육 시설도 필요했고요. 이렇게 필요에 맞춰 엔젤스헤이븐은 하나하나 키워 나갔습니다.


이런 역사 깊은 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사람들도 나이을 헛 먹지 않은 사람이 있듯이 비영리 기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진국이구나. 어떻게 이렇게 어마 어마한 일들을 이렇게 조용히 할 수 있었을까. 이런 말이 절로 나오는 곳이었습니다. (사회복지사는 아니지만 나름 이 바닥에서 오래 일한 내가 모르니. 많은 사람들이 엔젤스헤이븐이라는 곳을 모를 것이라는 가정하에 하는 말입니다) 대단하다는 생각과 아쉽다는 생각이 동시에 듭니다.


사회복지법인은 처음입니다.

비영리사업을 하는 곳은 다 비슷한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내부에 아이들과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포함한 다양한 기관을 보유한 사회복지법인도 별 다를 것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일하다 보니 정말 많이 다른 걸 알게 되었습니다. 10여 년을 나름 이 바닥에서 일을 했는데 처음 만난 '수혜자'들. 연차가 제법 되고 중간관리자 이상인 저도 모든 경력이 우스울 정도로 새로웠습니다. 모든 것이.


장애인도 처음입니다.

우선 장애인을 처음 접했습니다. 부끄럽지만 발달장애인과 함께 생활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만나본 적이 없었습니다. (있었겠지요. 지하철에서, 길에서 오다가다 스쳤겠지만 관심이 없어 기억에 남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처음으로 발달장애인을 가까이서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그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너무나 불편했던 '장애'라는 단어와 '장애인' 당사자들이 편하게 그냥 이웃으로 다가오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왜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다르다고 생각했을까. 왜 알지도 못하면서 편견을 가졌을까


"그동안 왜 다르다고 생각했을까?"


제 편견이 깨지면서 목표가 생겼습니다.

세상에는 분명히 저처럼 몰라서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음은 안 그런데 몰라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상처를 주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기도 합니다. 40년을 넘게 살고 나서야 알게 된 이 사실을 좀 더 어렸을 때 누군가가 얘기해 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직은 어린 제 두 아들에게 편견 없는 생각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어른들의 생각이 바뀌고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된 세상은 좀 더 따뜻한 곳이 되길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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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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