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일이긴 한 건지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단체, 즉 NGO, 국제기구, NPO 등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곳이 비영리 단체입니다. 유니세프,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컴패션, 밀알, 홀트, 동방사회복지회, 소아암재단,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파운데이션 등등 이런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비영리 활동가라 하고, 저는 비영리 활동가입니다.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회사가 어딘지 얘기하면 제일 많이 듣는 말입니다. "좋은 일 하시네요." 멋쩍게 ‘네' 이러면서 웃지만 이런 얘기 들을 때마다 어찌나 민망한지 모릅니다. ’ 저. 착한 사람 아니에요.'라고 말하고 싶어요. 월급 때문에 일하는 건 분명히 아니고 보통 회사보다 훨씬 더 많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건 확실하지만 이런 말을 들으면 부담이 됩니다. 저는 후원자가 믿고 맡기는 소중한 후원금으로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복지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또는 더 많은 후원자와 지지자들이 생길 수 있게 사회문제를 드러내고 알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머릿속에 비영리 활동가에 대한 이미지가 있습니다. 저도 사실 여성운동가라고 하면 뭔가 쌘 언니 느낌이 들기도 하고, 환경운동가라고 하면 화장기 없고 편한 옷차림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선입견이긴 한데 혹시 여러분도 그런 생각을 갖고 계시지는 않는지요. 저는 네일 하는 것도 액세서리도 좋아합니다. 아이들 키우느라 여유가 없지만 결혼 전에는 명품백을 사본 적도 있고 여행도 다녔습니다. 하이힐에 치마도 즐겨 입고요. 어때요? 이런 비영리 활동가 괜찮아 보이나요? 비영리 활동가로 자격이 없어 보이는지요.
돈을 잘 번다는 의미를 저는 두 가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영리 활동가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급여 자체가 높아지는 것과 비영리 활동가가 모금을 잘해서 후원자가 늘고 후원금이 늘어나서 그 기관이 돈을 잘 버는 것입니다. 비영리 활동가가 돈을 잘 번다는 의미는 그 전문성을 인정받는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후원금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는 일이 사회복지라고 한다면 전문성이 필요 없는 착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도움을 받아야 살 수 있던 한 사람이 스스로 일어니 자립을 하는 것,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 있는 사회복지 서비스 체계를 만들어 내는 것은 단순히 착한 마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선한 의도였더라도 잘못된 결과를 부를 수 있습니다. 복지만 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문화 정서 심리 경제 인문 정치까지 두루 전문성이 있어야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고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사회복지 전문가인 비영리활동가가 그 전문성을 인정받아 적절한 급여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비영리 기관이 돈을 잘 벌어 부자가 되어도 괜찮을까요? 비영리 기관이 돈이 많아지는 것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후원자가 많아지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기관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돈이 모이는 건 잘못된 일입니다. 필요한 곳에 나누고도 후원금이 남는다면 당장 모금을 줄이고 사업을 늘리는 게 맞습니다. 비영리 기관은 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는 것이 더 중요한 곳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