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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우 Oct 09. 2024

그녀가 요가를 한다

갱년기를 위한 습관은 다행이다

<Poem Story>


무섭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한 것이 습관이다.

새벽녘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와 1시간만 잔 아침에 조깅하러 가고, 비가 억수같이 와도 우산 들고 산길로 나서고, 우비를 입고 미끄러운 도로를 자전거로 질주한다. 


그녀는 요즘 갱년기이다. 숨소리만 들어도 눈치챌 수 있다. 묘한 감정, 피로, 무기력으로 힘들어한다.

짧게라도 그런 시기를 먼저 겪었던 나,  절대 걸리적거리지 말아야지.

이때는 이쁜 짓을 해도, 관심을 가져주는 것도 간섭이 되고 누구든 미워질 것임을 안다.

그러다 폭풍 속에 고요가 있듯 제자리로 편하게 돌아올 것이다.


그녀는 그럴수록 몸을 더 릴랙스 시키기 위해, 습관처럼 해왔던 요가나 필라테스를 SOS 요청받은 119처럼 달려간다. 중년의 갱년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습관이 있음이 다행이다.


통틀 무렵 뚤뚤 말아둔 요가매트를 들고 그녀가 집을 나섰다.

해가 보이는 해운대 동백섬 정자 밑 숲길로, 때로는 사람들 왕래가 적은 광안리 해변 모서리 어디쯤으로 갈 것이다. 

운동복으로 얼른 갈아입고 멀찍이 떨어져서 동행한다. 해운대동백섬 해변에 해뜬다.  


한 바퀴 930M 정도 되는 동백섬 둘레를 속보와 뜀뛰기로 몇 바퀴 돌아 땀이 배일 때까지 그녀는 붉게 떠올랐던 태양과 수평선 사이에서 수도승처럼 조용히 몸을 길게 늘어뜨리는 요가를 한다.

그녀의 갱년기로 내 삶이 덩달아 건강해진다.  배 먹고 이 닦기, 고랑치고 가재 잡았다.


그녀의 요가를 응원한다.






   <그녀가 요가를 한다>   


해운대 동백섬 해변

뜬 눈에 반은 코발트빛 파도가 치고

뜬 눈에 반은 설 익은 햇살이 눈 부셔요.


채도 탁한 시간 걷어내자

그녀는 부스스한 그대로

바다가 보이는 정자(亭子) 옆 오목하게 비워진 숲길 어디쯤  

땀내 배인 매트 펴고 앉아

밤새 움츠려든 근육, 뼈, 핏줄, 몸뚱이

퍼즐 맞추듯

고요한 호흡으로 묵언수행 수도승처럼

이리저리 몸을 길게 늘어뜨려 요가를 한다.


동백섬에서 바라본 해운대 아침

그녀는 수평선 아래로

지친 몸뚱이, 비뚤어진 마음    

서서히 내려놓는 요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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