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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우 Jun 05. 2023

나무와 하는 대화

수박시

<poem_story>


밥 잔뜩 먹어 불룩한 아기 배 같은 동산 산책길은 밤의 비가 미세먼지 등을 털어 내,

맑고 습습하여 나무 향기가 짙고 초록초록하다.


정체된 퇴근길처럼 마음이 얄궂을 때 아파트 뒤 백산(白山) 숲길을 오른다.

나이가 적당하고 잎이 무성한 소나무와 참나무, 아까시 나무 등이,

간밤 먹어둔 비를 소화해 피톤치드로 뱉는 나무향은 두 손을 모은 그윽함이다.


오르막길에 박아둔 폐침목 사이사이에도 잡풀과 잡꽃이 제 자리인양 피어 생명임을 뽐내고,  

어느 가을날 착한 바람에 날려와 침목 옆에 인연 되어 자라난 키 작은 나무도,

큰 나무를 우러러보며 미래를 꿈꾸리라.


동산의 이마 쯤은 될까?

그곳에 설치된 벤치에 앉는다.     

소나무, 참나무가 그늘을 주니, 부는 바람에 이마에 땀이 식어 참 시원하다.

눈을 감고 큰 호흡을 여러 번 해본다 릴렉스~릴렉스.

바람이 속삭이는 소리, 바람이 나무에게 속삭이는 소리,

나무도 내게 와줘서 고맙고, 목마르면 물도 주겠다며 속삭인다.  

오랫동안 눈을 감고 마음을 내려두니 나무와도 대화가 된다.  

 




<나무와 하는 대화>


나이가 드니

나무하고도 이야기한다.


나무는

잎의 색, 두께로

때론 바람과 비에 부대끼는 소리로 말한다.


꼭 안아 눈감고 귀대면

긴장한 너는 목말라

뿌리 대롱 쪽쪽 물 먹는 소리,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소리,

초록빛 얼굴 붉히는 소리가 들려

어깨동무 친구가 되고,

바람이 불자

내 숨소리도 들린다며

가지로 손뼉 치며 웃는다.


나무와 나

마음이 있기에

서로 의지한 세월이 있기에

나이가 드니

서로 몸의 언어들로

가장 낮고 밝게 이야기한다.


산이든 강이든 들판이든

우리가 만나는 곳엔

늘 대화의 물길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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