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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 Nov 23. 2021

마이너리티 리포트 – 범죄 예방 전담반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의 전수양(감소현)의 관점으로 단편소설 쓰기

“미친년이 아침부터 찾아와서 황당한 소리를 해대잖아요! 내가 내일 죽을 거라나 뭐라나? 헛소리하지 말고 꺼지라는데 내일은 집 밖에 나가지 말라고 계속 난리 치길래 욱해서 쳤어요. 형사님은 안 그러고 배기겠어요? 안 그래도 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아주머니 일단 좀 진정하세요. 여기서 이러시면 공무집행 방해입니다~”

“아휴, 내가 진짜. 어이가 없어서!” 성난 아줌마는 가슴을 치며 씩씩댄다.


수양은 자신의 삶이 참 고달프다고 생각한다.

“진짠데… 아줌마 내일 진짜 죽는데요…”

맞아서 코피가 터지고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서도 수양은 이 말을 놓지 않는다.

한 경감은 난감하다.

“학생, 이게 무슨 소리예요? 이 아줌마가 왜 죽어요~”

옆에서는 아줌마의 유령이 수양에게 연신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고 있다.

“진짜예요, 이 아줌마 유령이 그랬어요. 곧 자기 죽으니까 살려 달라고. 지금 저한테 피아노 의자 안 빨간 상자에 있는 돈 300만 원을 다 줘도 아깝지 않다고요.”

“뭐?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너 누구야! 누가 보냈어! 박창우 그새끼야?! 이혼을 해도 그 새끼는 끝까지!”

멱살을 잡으려 달려드는 아줌마가 무서워 수양은 뒷걸음 친다.

“미안해요 수양 씨… 정말 미안해요… 저 성질머리 죽고 나서야 고쳐지더라고… 미친년은 자기면서 살려준다고 해도 저 지랄이네… 똥오줌 못 가리고 아이고… 내가 정말 미안해요.”

“아니에요… 어쩔 수 없죠.”

“네? 지금 뭐라고 했어요, 전수양 씨?”

“아, 아니에요.” 수양은 경찰서 안을 둘러본다. 빨리 나가서 또 이야기해줘야 되는데… 어…?

수양의 눈에 한 남자가 들어왔다.

“한 경감님 저 사람은 풀어주는 거예요?”

“저 사람이요? 아, 저분. 범죄자 아니에요. 근처에 사건이 발생해서 사람들 조사한 거예요. 알리바이 확인하고 귀가하실 거예요.”

“안돼요.”

“네?”

“저 사람 내보내면 안 된다고요.”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에요.”

“빨간 머리에 뒷목에 나비 문신 있고, 검은색 티셔츠 입은 사람. 그 사람이에요. 숙희 언니 죽일 사람.”

“저 사람이 누굴 죽인다고요?”

“한 경감님, 쟤 좀 어떻게 해보세요. 저런 식으로 나한테도 헛소리를 했다니까요?!”

“가만히 좀 계세요. 아주머니”

“저 사람… 오늘 밤 10시에 망원동 주택가에서 살인 저지를 거예요. 숙희 언니네 집에서. 저 사람 내보내면 안 돼요, 경감님. 하루만… 하루만 더 있다가 풀어주면 안 돼요?”

“아, 저 사람은 지금 죄가 없어요. 학생이 어떤 생각으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괜찮을 거예요. 저 사람 동네에서도 좋은 일 많이 한다고 소문났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안되는데…” 숙희 언니는 지금 옆에 없어 수양은 뭘 더 어찌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나 도와주는 거 때문에 네가 욕본다며, 합의금이라도 좀 챙기라는 아줌마 유령의 말은 뿌리치고 수양은 조건 없이 합의를 해주고 경찰서를 나왔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수양은 너무 피곤했다. 수양과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수양의 상황을 설명하고 해명하는 일은 피로한 일이었다. 20살이 넘은 수양에게 연신 학생, 학생이라고 하는 경찰한테 자신의 나이를 해명하는 것도, 나는 유령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임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도 귀찮아졌다. 수양이 보아도 자신은 또래 친구들에 비해 왜소하고 덜 자란 듯 보였으며, 자신 같아도 유령 이야기 따위는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 어떡하지. 수양의 걱정은 온통 그 두 유령에게 있었다. 둘이 결국 죽는다면 수양은 또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다.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300일이 넘도록 수양을 찾아오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수양은 매번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찾아온 기간이 길수록 죽음에 대한 책임의 크기는 길었다. 300일 뒤에 죽는다고 하고, 막는 방법을 일러준 채 다음날 사라지면 그 이후 300일 기간은 오롯이 수양의 몫이었으니까. 그 사람이 운이 좋아 수양의 말을 듣고 살게 되어도 수양은 아무것도 보상받을 수 없었다. 예정된 죽음의 순간, 죽음이 비껴갔을 때 마침 옆에 그 유령이 있으면 사라지며 감사의 인사를 하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유령들이 안쓰러웠던 수양은 유령들의 부탁을 뿌리칠 수 없었다. 유령 사이에 소문이 퍼지고 퍼져 언젠가 엄마도 나를 찾아올지 모른다는 희망도 있었기에 수양은 유령들을 도왔다. 

그 아줌마 살려야 하는데… 숙희 언니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음에도 더 이상 흘러가는 상황에 손을 댈 수 없을 때 느끼는 무력감에 수양은 새벽까지 잠을 설쳤다. 두 사람은 내 말을 결국 무시했을까. 

“띵동” “띵동, 띵동”

아침부터 누구지. 아 벌써 12시네. 수양은 겨우 부스스 눈을 뜨며 일어났다. 겨우 눈곱을 떼며 문을 열었다. 누구세요~

한 경감이 서 있었다.

“전수양 씨, 당신의 능력이 필요합니다. 성연지 씨와 김숙희 씨 모두 살해되셨습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반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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