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생존을 위한 문장
아침을 먹기 위해 호스텔의 식당으로 가는 길,
어제의 하이킹으로 근육통이 가득한 다리인데 발걸음은 가볍다.
와라즈에서 묵고 있는 호스텔은 아침을 제공해주는데
호스텔을 나와 5분 정도 걸으면 식당에 도착할 수 있다.
첫날 식당 문을 열자 말끔하게 차려입은 사내아이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며 계단을 올라가라고 안내해줬다.
계단 옆 주방에서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아직은 어색한 'Hola~'를 외치며 좁은 계단을 올라가니
와라즈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옥상에 테이블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다.
생각지도 못한 풍경에 한 껏 들떠 있을 때쯤
무뚝뚝한 사내아이가 과일, 빵 그리고 스크램블이 가득 담긴 큰 접시를 갖다 주었다.
맑은 날씨에 경치는 너무 예쁘고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커피도 너무 맛있어서
이보다 더 완벽할까 라는 생각을 하며 샛노란 스크램블을 한 입 가득 넣었는데
'으-엑'
눈앞의 휴지에 입 안 가득한 스크램블을 모두 뱉어내었다.
이건 스크램블이 아니라 소금 덩어리라고 해야 하는 게 맞을 거 같다.
나는 깨달았다.
내가 제일 먼저 배워야 하는, 생존 문장은 '소금 빼주세요' 라는 걸
그리고 오늘이 바로 결전의 날이었다.
완벽하게 구사하기 위해 몇 번을 연습했다.
'Sin sal, por favor' 소금 빼주세요 라는 말을
오늘도 인사를 건네는 아주머니에게
부탁의 눈빛과 미소를 가득 담은 얼굴로 이야기했다.
'Sin sal, por favor'
아주머니는 더욱더 활짝 웃으시며 'Si, Si' 라고 답했다.
그녀가 이해한 것 같으면서도 내 말도 안 되는 억양과 발음의 에스파뇰이 제대로 전달될 리가 없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리도 드디어 먹음직스러운 스크램블이 도착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스크램블을 포크에 조심스럽게 올려 입 안에 넣었고
마음속으로 환호성을 지르며 어깨춤을 추었다.
드디어 일반적인 스크램블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중남미를 여행하면서 'Hola~' 인사를 제외하고
제일 많이 사용했던 말이 아마 'Sin sal, por favor' 였을 거다.
호스텔이나 관광지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만
현지 사람들은 대부분 스페인어만 사용하고 있어 대화가 어렵다.
스페인어 공부 좀 하고 올껄하는 아쉬움도 들었지만
말이 안 통하니 답답함에 나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으로 한국어로 말하는데
신기하게 서로 이해하는 순간이 온다.
대화라는 건 언어뿐만 아니라
서로의 표정과 몸짓으로 감정을 나누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4일 차, 와라즈에서 소금 가득한 스크램블 하나로
생존 문장과 깨달음을 얻고 다시 리마로 향하는 8시간 버스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