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산악인 포스 Laguna paron.
해발 4천 미터, 꼬불꼬불 산 길을 차로 달리며 떨어지면 즉사할 것 같은 무서움을 참고 올라간 후 돌산을 엉금엉금 기어가면 만날 수 있는 Laguna paron.
아침 8시가 되기 10분 남짓,
여행의 첫 일정이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설레는 마음, 신나는 발걸음으로 거리의 모든 것이 마냥 신기해
눈에 모두 담겠다는 기세로 걷다 보니 어느새 시내의 작은 여행사에 도착했다.
어제저녁 와라즈에 도착해 산책을 하다가 Laguna paron&69 투어 입간판을 발견하고 90 솔(약 $30)에 투어를 예약한 여행사였다.
'Hola'
활짝 웃으며 나에게 인사를 건네는 분은 어제 내게 열정적으로 투어 설명을 해주시던 사장님.
오늘의 운전사 겸 가이드가 된 사장님은 분주하게 투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과 동화 속 호수, Laguna paron으로 데려다 줄 미니밴에 올라탔다.
도로 위를 2시간 정도 달린 미니밴은 꼬불꼬불한 산 길을-떨어지면 즉사할 것 같은-2시간 더 힘겹게 오르고 나서야 우리를 안전한 땅 위에 내려주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엄청 많은 돌들이 쌓여 산을 이루고 있는 눈앞의 돌산을 넘어야 최종 목적지, Laguna paron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돌이 많은 산이 아닌 말 그대로 돌로 만들어진, 이 돌산을 1시간 정도 기어 올라가야 한다.
그렇게 여행 첫날, 시작과 동시에 나의 'I hate hiking.' 이 시작되었다.
(남미에 하이킹 명소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던 나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만,)
그렇게 가파른 숨을 몰아쉬며 네 발을 사용하여 엉금엉금 기어오르는 자세가 익숙해질 때쯤, 사진으로 보던 새파란 하늘색의 동화 속 호수, Laguna paron 이 눈앞에 나타났다.
한 시간 남짓 호수를 바라보고, 산봉우리가 좀 더 잘 보이는 곳으로 미니밴을 타고 다시 이동을 했다.
할리우드 영화사 Paramount Pictures 로고에 나오는 산이라고 설명하는 사장님, 아니 가이드는 날씨가 좋아 아주 잘 보인다며 활짝 웃는 얼굴로 lucky를 연신 내뱉었다.
비현실적인 하늘색을 품은 호수와 눈 서린 산봉우리를 마주하니,
이곳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느꼈을 기분이 궁금해졌다.
정확히는 처음 이 호수를, 특별하고 아름답다고 깨달은 사람.
그 사람이 있었기에 관광 명소로 알려지고 지구 반대편에 살던 나도 이 호수를 보고 있는 거니깐.
나도 사물의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겠다는 다짐으로 생각의 흐름이 이어질 때쯤 미니밴은 처음 출발했던, 와라즈 시내의 여행사 앞에서 멈추었고 하늘은 깜깜해져 있었다.
내일은 Laguna 69에 가기 위해 새벽부터 'I hate hiking.' 여정을 시작해야 하는데
이미 만신창이가 된 내 허벅지와 종아리가 버틸 수 있을지... 걱정만 한 가득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