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부는 밤엔
나무들이 잠들지 못한다
나뭇잎들이 바람에 부대끼는 소리에
동병상련의 나도 끌려나간다
내심 비를 기다리며 공원 벤치에 앉는다
눈을 감고 들으면 파도 소리 같기도 해서
나는 바닷가에 앉아있는 상상을 한다
쏴아 쏴아 소리에 내가 지워진다
어쩌면 나는 지워지고 싶은지도 몰라
소리가 난다, 있다
소리가 끊긴다, 없다
끊긴 듯 이어진다, 없는 듯 있다, 있는 듯 없다
쏴아…
나뭇잎들이 요란하게 부딪힌다
시원하다
인적이 끊긴 밤
눈을 감은 나는 내가 없는 냥, 아무도 보지 못하는 냥,
홀로 숨바꼭질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