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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연 Mar 28. 2023

마음을 똑같이 나눠야 해요.

D-37

성현이가 학교를 갔다.  

여덟 살이 되었고 3월부터는 초등학생이라는 신분으로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학교는 아이가 다니는 건데 왜 내가 이렇게 바쁘고 지치는 걸까. 

내가 초등학교 1학년때도 우리 엄마는 이렇게 바쁘고 힘드셨을까? 

나는 애석하게도 초등학교 1년 동안 2번의 전학을 했다. 

기억도 나지 않는 학교 생활. 그 와중에 뚜렷이 기억이 나는 건. 

학교에 언니와 지하철을 타고 다녔던 일. 그리고 체육복을 안 입고 가서 선생님한테 꿀밤을 맞았는데

너무 서럽고 아파서 책상에 엎드려 몰래 울었던 일이다. 

그 기억들 중에 엄마에 대한 기억은 잘 없다. 낯선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고

한번 맞아본 꿀밤의 위력에 선생님께 거슬리지 않게 많이 노력하느라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뿐.

초등학교 1학년 일기에 엄마는 잘 등장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째서 나는 지금 아이를 학교에 보내놓고 이리도 바쁜 것인가.

출산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가 성현이의 모든 생활이 4월 안에는 안정되길 바라는 마음에

학교와 학원 스케줄을 짜고 아이의 동선에 맞게 매일 이동해 가며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게 만드느라 나는 요즘 집과 학교 학원을 왔다 갔다 하면서 운동 아닌 운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사이 틈틈이 하영이 등하원 시키고 하영이가 유일하게 하는 발레도 빠짐없이 보내느라 집과 학원을 왔다 갔다 하며 동네를 활보하고 다닌다. 그러다 보면 밥때를 놓치거나 배가 뭉쳐 벤치에 앉아있기 일쑤다. 그러면 또 뱃속에 있는 막돌이한테 괜스레 미안해진다.


 나는 삼 남매 중에 둘째로 태어나 시끌벅적한 형제들 사이에서 자랐다. 언니는 특출 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 엄마는 언니의 재능을 키우기 위해 늘 언니의 컨디션과 언니의 앞날을 위해 열심히 따라다니셨다. 그리고 나와 아홉 살이나 차이나는 어린 동생에게 신경을 쓰시느라 솔직히 말하면 내가 느끼는 엄마의 마음의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엄마는 늘 차별 없이 키운다고 말씀하셨지만 지금도 "너는 어떻게 컸는지 모르겠어."라고 하는 말씀 속에 엄마의 무신경함이 아직까지도 서운하다. 보채고 조르는 언니와 동생과는 달리 언제나 조용히 그리고 가만히 기다리는 편이었는데, 나도 같이 보채고 졸랐으면 지금과 같은 서운함은 작아졌을까. 지금 생각하면 세명의 아이에게 마음과 시간을 똑같이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알기에 조금씩 엄마를 이해하고는 있지만 아이들에게 나와 같은 서러움은 주고 싶지 않아 부단히 노력 중이다. 


엄마가 되면 마음을 남김없이 아이들에게 주고 싶어 진다. 내 목숨과 바꿔도 아깝지 않을 만큼 사랑한다. 

이 사랑이 어디서 샘솟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마음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구석구석 온마음을 다 쓸어 담아 주는 엄마의 마음이란...

아이가 하나라고 해서 엄마가 가진 마음을 남기는 것이 아니기에 아이가 하나든 둘이든 셋이든 똑같이 마음을 쓴다.  그렇게 마음 하나를 한 아이에게 쏟던 것을 반을 나눠 둘에게 나눠주고, 이젠 세등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 마음이 부족할까 염려가 된다. 

출산을 앞두고 그것이 제일 큰 과제로 남아 마음의 큰 부담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마음이 눈에 보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의 용량을 정확하게 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따듯하게 데운 그 마음을 똑같이 세등분으로 나눠 아이들에게 한입씩 떠먹여 주고 싶다. 

.

.

(부스러기는... 남편에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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