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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연 Apr 04. 2023

얼굴도 모르는 아이를 위한 기도

D-30

이제 디데이 한 달을 앞두고 있다. 

아이가 예정일에 똑똑 문을 두드리고 진통이 와주면 좋겠지만 어떤 아이가 내 뱃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예측불가의 상황.

그나마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 초음파로 아이의 건강상태를 체크할 수 있고 입체적인 태아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지만 말이다.

어제는 병원에서 혈압, 체중, 피검사, 소변검사, 초음파, 심전도, x-ray, 질과 항문의 균검사를 했다.

이제 정말 한 달 앞두고 나의 건강과 분만방법에 대해 결정할 자료를 만드는 날이다. 

물론 결과는 다음주가 되어야 나오겠지만 이번 관문을 잘 통과하면 나는 마음 편하게 출산날까지 아이를 기다릴 수 있다. 


세 번이나 하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이놈의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는 열을 낳아도 익숙해지지 않을 것만 같다. 열 달 동안 예측 불가의 생명체와 동고동락하는 동안 먹는 것 자는 것 어느 것 하나 쉽게 되지 않았으니 거의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상태로 열 달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다 힘들다 내뱉은 말 뒤에 내가 선택하고 내가 결정한 일이라는 무거운 괄호의 존재가 입을 다물게 만든다. 

게다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어떤 능력도 없이 나만 믿고 세상에 나올 아이를 생각하니 임신기간의 잠깐의 힘듦은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세상에 수많은 부모들 중에 나를 선택해서 달려온 아이.

그리고 내가 만들어가는 세상이 제일 편안하고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는 아이.

그 아이의 믿음을 부응하기 위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품을 만들어야 하는 게 나의 역할일 것이다.

탯줄을 자르는 순간부터 우리의 물리적 거리는 점점 멀어지니 그 거리를 진한 사랑으로 채워야 한다. 

우리 사이의 사랑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는 걸 알기에

엄마 아빠가 불러 세상에 힘겹게 걸어온 얼굴도 모르는 뱃속의 아이를 위해 기도를 한다.


내 사랑의 우물이여. 더 깊어지고 더 넓어지고 더 커지고 마를 날이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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