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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lustrator 서희 Dec 30. 2022

일러스트레이터의 사사로운 작업노트 22.12.25









손바닥과 손바닥 사이에

너의 밤을 가져와 놓고

가루를 내어

나의 꿈 위에 뿌렸다.


왜인지 그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또 뿌리를 내려

다시 밤이 열리더라.







어제는 잠을 설쳤어요. 


집에 돌아오는데 간만에 맥주가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한 캔을 땄고요.


동거인은 크리스마스 이브라 새벽에 출근해야 한다길래, 나 정말 30분 안에 먹을게 하고 혼자 호로록 마셨어요.


올해 연말은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없네요.


보고 싶은 사람들을 보려고

들른 자리는 있었지만,

정말 얼굴만 보고 나왔고요. 


최근엔 혼자 상심한 일들이 있었어요.

정말 별 건 아닌데요.


누가 해를 끼친 건 아니고,


그냥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다 거기서 거기라(?)


결국 내 해묵은 마음을 꺼내서

먼지를 털어야 하나 보다-

하면서 잠을 설쳤어요.



-



상대적으로 내가 생각이 많은 사람이 되는

그런 순간들이 있잖아요.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는 건,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제일 자연스럽지 않다.


그래서 아, 왜지? 하는 생각이 들어버리는

그니까,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


조금 결정적인 순간에

저를 모른 척하는 사람들.... 그런 거.


아니, 모른 척이라기보단 

아는 척을 하지 않는.

ㅡ 라고 정정할게요.


자세히 얘기하긴 좀 그러니까요.



-



그래서 밤에 생각을 좀 했어요.







저는 생각이 조금 과하게 많은 것 같아요.

생각의 노를 젓다보면

정말 쓸데없는 곳까지 가거든요.


왜 여기까지? 싶긴 한데.



어쨌든 감정은 충분히 곱씹고 나면

별 거 아닌 일이 되는 것 같아서

그날은 혼자 열심히 노를 저었죠.



쓸데없는 생각의 산 TOP 100 정도는 

모두 다녀온 것 같아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생각하니

그냥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고 싶은 것 같다.



그냥 그런 것 같다.



그리고 그 사랑은 (반드시)

아주 곧고, 올바르고,

정직했으면 좋겠다.

ㅡ 하는 마음.



사람은 원래 사랑받고 싶어 하니까

이상할 것도 없고 그런가 보다.

싶었어요.



-



하지만 기분이 좀 나아졌다고

없었던 일처럼 덮어버리진 말고

글이든 그림이든, 써서 보내자는 생각에

글로도 쓰고 그림으로도 그렸어요.


가장 나쁜 방법으로도 곱씹고

가장 좋은 방법(?)으로도 다독였으니

잘 흘러가겠죠. 가라! 가!

물론 또 오겠지만!



-



그리고 사람은 그것이 진심일 때

누구든 곁에 남아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정말 진심일 때.


나도 필요한 사람 옆에

잘 남아있는 사람이 되려고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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