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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형 Feb 12. 2017

제주를 먹다.

제주에서먹고,제주를읽고,제주에서배우다.

제주도에 간다.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고 미루다 마주한 시간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했던 가족과의 시간을 지키기 위해 잠시 서울을 떠난다. 서울을 떠나야 가족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다소 말도 안되는 이 현실에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비행기를 함께 타는 기대감이 좋을 뿐이다. 이번 여행에 큰 도움을 주신 정 선배님께 감사함을 전하며 짧은 여행기를 연다.


2017021012:07

연착이다.

제주에 눈이라니. 새롭다. 새로움은 늘 그렇듯 갑자기 왈칵 쏟아질지 모른다. 하루 휴가도 쉽사리 가지지 못했던 웃픈 현실에서 오늘은 자유다. 제주 여행은 고단했던 어제에 대한 깜짝선물이라고 생각하자.  인생에는 깜짝선물이 필요하다. 이번 여행은 온전히 기록될 것이다. 기록만이 시간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지배하지 않는다면 내가 그에게 종속되어 버린다. 종속이란 것이 때론 지극히 고단하고 인간적인 것일 수도 있으나, 오늘은 굳이 그러지 말자.


2017021012:26

잠시 비행기에서 쪽잠을 잤다.

적어도 지난 5년간 5시간 이상을 잔적이 없을 만큼 나의 생은 고단했다. 물론 고단함이 슬프진 않다. 고단함 덕분에 공부도 조금 했고, 좋은 분들도 만났으니 그걸로 이 보상은 받은거다. 제주도 도착 20분전이다.

행기는 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흔들린다. 나이를 먹으면서 흔들리는 모든 것들이 옳게 보인다. 굳건하고, 단단한 것들보흔들리면서 제 몸을 곧히 세우려는 몸짓이 내겐 그저 옳게 보이는 것이다.


2017021012:41

착륙직전이다.

이륙하면 결국 내려온다는 진리를 몸소 체험하는 시간이다. 안전띠를 동여메니 적당한 소음과 노래소리가 뒤엉들려온다. ‘맛없는 짬봉’처럼 형편없는 분위기이지만 이런들 어떠하랴. 나는 지금 인생을 배우고 있는데 말이다. 불안정한 제주 기류에 다시 비행기는 적당히 흔들린다. ‘적당하다’는 단어가 참 귀하다. 이 단어에는 감당할 수 있음이 내포되어 다. 적어도 나는 감당할 만큼의 이 시간이 옳게만 느껴진다. 그러니 두려워는 말자. 지금 느끼는 두려움은 내 것이 아니다. 착륙이다.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흔들림의 연속이었다. 제주의 눈발이 비행기를 통제하고 있다. 통제당하는 기장이 안쓰럽다.  때론 두려움은 내가 통제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발현되기 마련이다. 통제하는 삶, 혹은 통제되는 삶. 우리는 늘 그 기로에서 쓴 소주 한 잔 걸치지 않았더냐.



2017021015:30

바다에서 막건진 그맛-생우럭탕

성산부근 곰막식당이다. 회국수와 성게국수가 유명하다.

러나 마치 이곳은 제주안의 섬 모양새다. 주변에 바다가 자욱하다. 특히 오늘 여기는 바람이 거세다. 갈매기도 제 날개짓없이 바람으로만 부양해 있다. 파도가 살아나서 벌떡 일어설 듯한 모양새 역시 지속된다. 바람이든, 파도든 끊임없이 대지를 자극하는데도 대지는 꿈적도 하지 않는다. 나는 단지 그들이 경외로울 뿐이다.


2017021016:37

다시 제주를 찾는다면, 당근 가볼 카페, Miel de Sehwa 에 왔다. 사람들은 극단적인 풍경에서 감흥을 얻곤한다. 가난한 아이의 고시합격, 부자의 몰락, 누군가 만들어낸 신레렐라 이야기 같은 것에 말이다. 근데 지금 내가 머문 여기 풍경이 극단적이다.  

바람은 몹시차고, 공간은 조용하고,

바깥은 소란하고, 여기는 차분하고

극단적인 공간에서 감흥을 느끼는 건 당연할지 모른다. 게다가 내 앞에는 당근 케익 한 조각마저 있으니 말이다. 제주 바람이 날카롭다.  바다에서 불어서인지 치고가는 마지막 바람꼬리에는 살을 베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바람마저 온전히 살아있는 제주다.


2017021020:36

고기국수의 기준-올래국수.

올래국수 한사발을 먹었다. 고기를 품은 국수의 느끼함이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혹시나 했던 제 선입견은 고기를 한 입 베어물면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돼지고기임에 돼지고기와 같지 않고 씹히는 그 살점에는 우리가 말하는 식감이 가득했다. 고기국수는 이래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마냥 면은 늠름하고, 고기는 당찼다.

이름값. 칠천원 국수는 충분했다.


2017021106:21

평화롭다.

사실 내 마음은 어제 바다 바람처럼 흔들리지만, 지금 이곳은 평화롭다. 미래에 대한 막연함과 두려움들이

항상 내 호주머니 속에 존재하는 느낌인데 언제든 쉽사리 꺼내서 만져볼 수 있다는 것이 실은 아프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자신있게 가자.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우주중심이라는 신념으로 살아가곤한다. 나 역시 그러한 신념을 잊은 적은 없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가 선택한 이 길이 위태롭거나 혹은 불안정하기 보다는 새로운 삶을 위한 속깊은 준비라고 이름짓자. 살아가면서 내가 느낀 불안과 두려움을 나는 이 역시 충분히 잘도 감당하지 않았더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픈 것들을 이뤄낸 저력과 운이 있음을 잊어선 안된다.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를 존중하자. 내가 나를 위한다는 것이 얼마나 경외롭고 멋진 일인지 증거해야한다.

할 수 있을 거다. 제주는 평화롭고, 밤은 깊다. 노트북을 위한 간접조명까지 이곳은 내가 누릴 수 있는 천해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간혹 들려오는 창밖의 바람소리마저 나를 위한 것같다. 적당히 정적을 깨는 것이 고요함 속에서 길을 잃치마라는 신호처럼 느껴지기 하다.


2017021108:30

무자극의 진수-오매기떡

진아떡집은 오매기떡으로 유명하다. 낯선공간에서는 쉽사리 잠들지 못하는 민감함 덕분에 이른 새벽일어났다. 주섬주섬 옷가지를 여미고 제주 동문시장을 찾았다. 10여분을 헤매다 찾은 진아떡집은 사실 내가 주차한 곳에서 불과 3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마치 내 호주머니에 숨어있는 파랑새를 바깥에서 찾으려고 노력했던 어떤 날처럼 진아떡집은 바로 내 옆에 있었던 것이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진아떡집에는 세명의 할머니가 떡에 팥고물을 묻히고 있었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사이로 오매기떡을 구입했다. 조그마한 플라스틱 상자에는 오매기떡 여덟개가 누워있었다. 잘생긴 떡 한조각을 한 입 베어물었다. 양념에 길들여진 내 입술은 쨈을 찾을 만하지만 속깊은 떡을 씹으면 씹을수록 달달함이 느껴졌다. 자극스럽지 않은데도 달달할 수 있다는 것은 주인 할머니가 감당한 세월의 맛일지도 모르겠다.


2017021109:40

주김만복- 고성능 김밥의 탄생

바다가 옆이다. 겨울제주바람, 그것도 바다의 힘을 받는 제주김만복 식당 앞에서 줄을 서는 것은 그 자체로가 수행이다. 어떤 사연으로 여기까지 왔을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수십대의 차량이 식당앞에 주차를 하고, 식당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나 역시 차안에서 식당이 열리기를 기다리다 식당이 열리기 20분전에 차량에서 나와 맨먼저 4입구에 섰다. 이 식당은 인간의 기다림을 마케팅 기법을 사용하는 것마냥 사람을 가슴조리게 한다.


아이폰을 구입하기위해 줄을 서는 매니아처럼,

내 돈내고 내가 물건을 사는데도 내가 감사하다고 말하는 아이러니처럼 그저 문만 열어주기를 감사하게 하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이미 지능적이다. 열시 정각에 식당문이 열리고 전복김밥과 김만복김밥, 오징어무침을 구입했다. 역시 기다림의 미학을 보여준 제주김만복 김밥시리즈는 김밥의 품격을 두 계단은 올려놓은 듯하다.

평범함이 특별함이 되는 순간은 발생의 전환에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발생의 전환에 정성이 더해지면 무서울게 없다. 제주김만복은 애플의 세련미와 제주의 특별함이 어우러진 맛을 보여준다. 씹을수록 고소하다.


2017021112:17

지드래곤의 창고-monsant de aewol

지드래곤 운영하는 까페에 왔다. 힘껏 출렁이는 바다를 보고있노라니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어제의 Miel de Sehwa 와는 정반대의 이미지다. 여기 monsant de aewol은 좀더 야생성이 느껴진다.

조명도 그렇고, 조명을 둘러싼 내벽도 그렇다. 페인트를 볏겨낸 벽면은 금방이라도 껍질을 벗어버릴 것 같다.

자연이 빚어낸 출렁이는 파도와 인간이 생산한 반듯한 건물 사이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 조화를 그릴 수 있을까?  


바다가 보이는 외벽이 유리로 둘러싼 monsant de aewol은 잠수함이자 거대한 성을 닮았다. 지금 여기를 잠수함이라 생각한다면, 이 잠수함은 잠시 육지에 올랐다 내려가야할 듯한 분위기다. 분위기는 간혹 인간의 정체성을 흐트려 놓곤 한다. 나는 그간 어떤 분위기에 이끌려 가끔은 스스로를 잃어버렸음을 알고 있다. 분명 우리 현실은 개인의 정체성에 관심을 가질 만큼 여유롭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의 사회는 개인의 정체성에 온전한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개인의 몰락은 조직의 그것이고, 조직의 그것은 지구의 멸망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나비의 짓이라 배웠다.


2017021113:31

Alaska in Jeju에서 한라봉 플로트(Hallabong Float)를 먹었다. 상단에는 고소한 아이스크림이 가득하고, 하단에는 한라봉 슬러시가 담겨있다. 아이스크림은 고소하고, 컵안에 들어있는 슬러시는 상큼했다. 조화스럽지 않을 법한 상황에서 조화로운 맛이난다. 맛이란 섞이지 않을 듯한 재료를 통해서도 구현할 수 있다. 이 공식은 간혹 우리가 일하고 있는 조직에도 대입될 수 있을 것이다. 섞이지 않을 법한 구성원들간의 조화. 이 조화만 만들어낸다면 정말 맛갈난 조직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Alaska in Jeju에서도 처음부터 이 맛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분명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이며, 때론 버리는 식자재도 있었을 것이다. 많이 실망한 날도 있었을 법한데 참 잘도 감당했다. 섞이지 않을 법한 재료들의 조합. 그 상상력의 결과물은 맛있었다. 한라봉 플로트는 맛있다. 


2017021114:30

제주항공우주박물관으로 향했다.

살짝 눈발이 날리는 산길을 자분자분 올라갔다. 제주에 눈발이라니, 눈에 대한 호기심은 운전의 어려움으로 현실화되었다. 조신하게 운전했지만, 경사가 높지않은 산길소복한 눈은 산길을 얼음판으로 만들었다.

차는 멈췄으며 엑셀은 제 기능을 상실했다. 당황스러움이 순간 몰려왔다. 언덕길에서 차는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숨을 고르고 천천히 밀리기로 마음먹었다. 다행히 짧은 공포는 길지 않았다. 차분히 후진하여 돌아왔던 길로 다시 내려왔다. 결국 박물관은 가지못했다. 그러나 아쉬움보다는 안도감이 컷다.


앞으로 삶에서 만날 다양한 길목에서도 미끄러지거나 넘어질때가 있다면 다리에 힘을 빼자.  

넘어질 방향을 잘 읽고, 그 길로 잘 넘어지자. 순간적인 판단을 옳게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많이 담금질하자.


2017021114:45

숙이네 보리빵- 진심을 먹다.

빵집에는 교과서에서 볼 듯한 맘씨좋게 생긴 주인집 아주머니가 계신다 . 일이 오래면 그 일을 닮는 것마냥 아주머니는 보리빵처럼 구수하고 정직해보였다. 빵집에는  커다란 가마솥 한개(찜통역할)가 작은 빵집의 절반은 차지하고 있었다. 가마솥은 마치 아주머니 한분이 계신 듯 보였다.  


숙이네 보리빵의 맛의 비결을 묻자, 아주머니는 직접 재배한 보리를 사용했다고 말씀하셨다. 마침 내가 찾아간 시간이 오늘 마지막으로 보리빵을 찌는 시간이라 하셨다. 찜통 역할을 하는 가마솥에서 다섯개의 판이 나오더니 오늘의 마지막 보리빵을 거둬들이신다. 그 빛깔과 향기 역시 구수하다. 40여년을 보리빵을 팔았다는 아주머니는 욕심없이 오랫동안 보리빵을 쪄서 팔거라 말씀하셨다. 재료가 떨어지면 그만팔고, 피곤하면 쉬는 삶을 살겠다는 말씀에서 고수의 품격이 느껴졌다. 시간을 잘 맞춘 덕분에 막 쪄낸 보리빵을 먹을 수 있었다. 팥을 품은 보리빵과 자신을 품고 있는 보리빵을 각각 구매했다. 팥은 달았고, 자신을 품은 보리빵은 별맛 없었다. 그러나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맛이 있었다. 굳이 글을 배우지 않은 아이도 보리빵을 먹으면 ‘맛이깊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법하다. 예약손님을 위한 빵을 가지런히 상자에 담는 아주머니에게 저 빵을 좀더 사고 싶다는 말을 하고플 정도로 욕심이 났다.


보리빵을 정직하게 쪄내는 우직함이 존경스러웠다. 나는 무엇을 정직하게 쪄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숙이네 보리빵은은 마을 버스정류장에 간판이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사람들이 찾는다. 우직함이 간판을 넘는다.


2017021118:46

대박이네마트-흑돼지를 품다.

제주에 오면 흑돼지를 먹어야한다. 제주에는 유명한 흑돼지 식당들이 많다. 원조와 품격을 자랑하는 식당 앞에 어디를 갈 것인가 판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식당을 찾는 가벼운 기준을 정했다. 기준은 가격이든, 맛이든 과하지 않은 곳을 찾는 것이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대박이네마트였다. 1층은 마트고, 2층은 고기를 굽는 곳이다. 1층에서 선택한 고기를 갖고 2층에서 구워먹는 시스템인데 저렴한 가격으로 현지인이 많이 찾는 곳이란다. 흑돼지 몇팩을 구입했다. 제주의 유명새만큼 화려한 맛은 없었다. 그냥 돼지고기. 특별함보다는 소박함이 맘에 들었다. 간혹 흔히볼 수 있 식당이 여행의 안정감을 주곤한다.


삶이란 안정과 불안정의 연속일진데, 오늘 저녁은 안정감이 있었다. 앞으로 내가 걸어야할 길목에서 나는 안정과 불안정을 마주할 것이다.  무엇이든 나 스스로가 감사히 마주하면 좋겠다. 어떤 선택이든, 혹은 어떤 상황이든 적당히 흔들리자. 오래 걷다보면 흔히 볼 수 있는 고기집하나 만날 것이란 진리도 잊지말자.


2017021209:00

우진해장국

제주의 음식은 반전의 매력이 있다. 안어울리는 조합이 어울리고, 그 어울림에는 정갈한 특유의 향토맛이 존재한다. 나름 식도락 여행의 마무리 역시 소위 잘 나간다는 식당을 찾았다. 숙소에서 멀지않은 곳에 우진해장국이 자리하고 있었다. 해장국 전문점인데 비교적 이른 시간에도 줄을 서서 먹을만큼 분주했다. 이십여분을 기다린 후 우진해장국 메인음식인 육개장을 주문했다. 걸죽한 국물은 제주바다를 품고 있었다. 한 숟가락 육개장을 건져올렸다. 고사리와 돼지고기가 당면 모양으로 따라 나온다. 흑갈색 국물이 식감을 자극하지는 않지만 그런들 어떠랴. 그 결과물이 찬란한데 말이다. 걸죽함 속에 담백함이 녹아있다. 푹 삶아진 돼지고기는 영락없는 닭고기 맛이난다. 결 따라 잘린 고기의 모양새도 그렇다. 육개장에 하얀 밥을 말아 방금 버무린 듯한 배추김치 한점과 먹었다. 앞으로 제주 여행의 마무리는 육개장이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소고기 흉내를 낸 돼지고기, 붉은육수보다 더 깨운한 흑갈색 육수. 맛이 좋으니 그 조화는 적절했다.


2017021211:30

제주에어에 올랐다.

2박3일 매순간 먹었고, 먹었던 모든 것들을 기록했다.

기록한 시간만이 내가 지배한 그것이라 여기며 차곡차곡, 곱게곱게 기록을 이어나갔다. 제주여행에서 나는 무엇을 얻고자 했는가? 혹은 여행하는 수도자처럼 고민앞에 진실로 엎드려 경배했는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푸른 바다앞에서 나는 계산하지 않았고, 속삭이지도 않았으며, 간곡한 부탁도 하지 않았다.


그저 바람이 불면 맨살로 마주했고, 졸리면 누웠고, 배고프면 먹었다. 단순함이 그리운 시절에 생각과 사상에서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그것이면 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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