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영상의 근본은 결국 글이다
언젠가 나는 글쓰기의 3단계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링크 참조)
이번에는 글이 아니라 영상에 관해,
영상을 제작할 때의 3단계 과정을 살펴보자.
전체적인 단계의 흐름은 이렇다.
시나리오 -> 제작 -> 공개
1단계는 시각화에 들어가기 전
모든 구상과 영감을 구현하는 글쓰기 과정을 말한다.
영상을 제작할 때 1단계 과정인 '시나리오'단계는
다시 크게 세 가지 세부단계로 구성된다.
휘갈 -> 시놉시스 -> 시나리오
역시 모든 창작의 혼을 잉태하는 건,
휘갈겨쓰는거다.
글을 쓰는 과정이므로, 사실 글쓰기의 '휘갈겨쓰기'와 같다.
시놉시스 또한 글쓰기의 시놉시스 단계와 마찬가지다.
감정선 -> 구간나누기 -> 구간별 주제(플롯구성)
감정선을 그리고 구간을 나누어 구간별 주제를 잡는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플롯을 짠다.
그러고 나서는 시나리오를 작성한다.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건, 글쓰기에서 초고를 쓰는 것과 같다.
글쓰기에서 초고를 쓰고 이를 수없이 퇴고하는 과정이 이어진다면,
영상제작은 일단 시나리오를 쓰고 이걸 시각화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참고로, 영상을 제작하기 전에 별도로 글쓰기 자체만을 위한 글을 쓴다면,
이 시놉시스 단계까지는 거의 유사하니 글쓰기 시놉시스 단계로 대체해도 된다.
물론 그 후 플롯을 구성하는 건 아무래도 좀 더 영상에 맞게 짜야하므로
글쓰기 단계로 대체가 완전히 되진 않겠으나,
그 전 단계인 시놉시스 작성까지는 글쓰기의 동일단계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제작'단계는 다시 세부적인 세가지 단계로 나뉜다.
이 단계는 사실 모든 영상을 제작할 때 통용되는 단계구성이다.
사전제작(Pre-Production) -> 촬영(Production) ->후반작업(Post-Production)
사전제작 단계에서는 1단계 '시나리오' 단계에서 완성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이제 '시각화' 작업에 들어가는 단계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콘티를 만드는 일이다.
시나리오는 인물, 배경, 사건, 지문, 대사 등 여러 가지가 담기지만,
이를 영상화할 때 필요한 세부사항들은 담기지 않는다.
그래서 이러한 시각화에 필요한 세부사항들을 담아 만드는 것이 콘티다.
(콘티를 짜고 나면, 이를 좀 더 단순화해서 장면 위주로 요약한 스토리보드를 만들기도 한다.
참고로 서양에서는 보통 '스토리보드'라는 단어만 사용한다. 혼용되니 버전이 다를 뿐 같은 개념이라 생각하자.)
또, 출연하는 인물을 캐스팅해야 한다면 배우를 캐스팅하고, 스탭이 필요하다면 스탭을 구성한다.
촬영장비와 장소를 선정하고 예산을 고려하여 촬영일정을 짠다.
촬영단계에서는 콘티(스토리보드 포함)와 촬영일정에 따라 촬영을 한다.
후반작업 단계에서는 영상을 편집한다.
영상편집은 크게 세가지 파트로 구성된다.
영상, 소리, 자막 및 효과.
즉, 시각, 청각, 기타효과.
이렇게 세가지 파트라고 이해하면 된다.
영상 파트에서는 컷편집, 장면전환 및 배치, 색감 및 질감 보정 등을 담당한다.
소리 파트에서는 촬영 사운드, OST, 효과음 등을 담당한다.
자막 및 효과 파트에서는 자막 및 여러가지 VFX 등을 담당한다.
후반작업 단계의 방향성을 한가지 적어두자면,
영상은 글보다는 훨씬 흐릿한 날씨라고 생각해야 한다.
적어도 유튜브 같은 숏폼 위주의 플랫폼에서는 분명히 그렇다.
왜냐하면,
유튜브는
글이나 영화를 보는 것만큼 유심히 집중해서 감상하는 컨텐츠 플랫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확해야 하고,
크고 자극적인 것들이 의외로 그리 과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디테일이 달라지더라도 같은 내용을 강조하게 되면
자칫 단순반복으로 오해하기 쉬운 등 여러 면에서 글과는 차이가 있다.
시청자는 늘 중간에 이탈할 준비를 하고 있는 수준이다.
따라서, 이러한 모든 걸 고려해서
좀 더 직관적이고 재밌게, 조금은 과장되게,
절대 반복되는 것 없이 훨씬 컴팩트하게 만들어지는 방향으로
편집이 되는 게 필요하다.
자, 이제 공개단계다.
이 역시 글쓰기와 유사하게,
아무 큰 용기와 결심이 필요하다.
세상에, 사람들에게.
내가 나의 내면에서 끄집어낸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개되는 순간부터,
이 영상은 이제 내 품을 떠나 하나의 독립적인 존재다.
공개의 방식 중 하나로 요즘 내가 생각하는 것은,
애초에 촬영하는 단계를 아예 스트리밍 생중계를 통해 하는 것도
꽤나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시간 스트리밍은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숨길 수 없는 '인간성'을 가진다.
지금 우리가 맞이하는 시대는
AI가 모든 예술작품을
상상 이상으로 평균적인 수준으로 빠르게 만들어낼 것이
자명해보이는 시대다.
여기서 우리가 AI보다 명백하게 탁월할 수 있는 건
바로 '인간적인 것'이다.
즉, 인간이어야만 줄 수 있는 것.
실시간 스트리밍 말고 모든 비실시간 작품들은
점점 더 빠르게 AI도 제작할 수 있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여러 가지 형태로 가공해서 다른 버전들을 예고편이나 클립 등으로
공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즘은 초단위의 시대다.
다른 의미에서 초단위가 아니라,
모든 것이 초단위에 결정난다.
이걸 계속 볼지 말지, 이게 재밌는지 아닌지, 같은 것들 말이다.
숏폼 영상은 오늘날의 대세다.
사람들은 긴 영상을 끈기있게 보는 일이 낯설고 힘들다. 점점 더.
그러므로,
완성된 영상에서 좀 더 중요하고 흥미로운 부분을
숏폼 형태로 잘라서 공개하는 건, 퍽 괜찮은 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