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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임브랜더 Jul 30. 2022

한 '숨'이 모이는 공간, 써밋 다이너

SUMMIT DINER (1928)

최초의 다이너 SUMMIT

미국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심심치 않게 DINER라는 글자가 보인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단어, 다이너 (DINER)

굳이 한국 문화에 비교해 설명하자면, 24시간 저렴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기사식당 같은 느낌이랄까?


어쩌면 그저 식당이라는 업종으로 분류되는 건 억울하겠다.

1분 1초를 바쁘게 움직이는 트럭커들에게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몸과 마음을 녹일 수 있는 공간, 

미국의 다이너는 한 ‘숨’을 제공하는 공간일 테니 말이다.


19세기 후반 New Jersey (뉴저지)는 다이너 수도가 되었다.

지금까지도 뉴저지는 뉴욕을 오가는 길에 꼭 거쳐야 하는 도시이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빠르게 음식을 제공하는 다이너가 자주 눈에 띈다.


오늘은 뉴저지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써밋(SUMMIT)의 짐 대표 (JIM)을 가상 인터뷰했다.


인터뷰어 장미인, 이하  으로 표기

인터뷰이 짐 대표 (Jim Greberis), 이하 네모칸으로 표기
써밋 다이너의 스테인리스 외관에 햇빛이 반사되어 특유의 빈티지함이 더 빛난다. Photo by 장미인




 SCENE #1


 안녕하세요! Jim Greberis 사장님!!

어어, 장미인 씨! 인터뷰가 오늘이었던가?
(고기 패티를 굽던 손을 벅벅 앞치마에 닦은 후
인심 좋게 나온 뱃살을 구기며, 길고 좁은 통로를 지나온다.)
길고 좁은 통로를 사이에 두고 요리하는 공간을 마주하고 있다. Photo by 장미인


 Summit (써밋)을 처음 알게 된 독자들이 많을 거예요! 

블로그를 찾아봐도 제대로 된 소개가 없어요, 

우리 글이 최초가 될 수 있으니, 정식으로 소개 부탁드려요 :)

우린 뉴저지 써밋에서 제일 오래된 레스토랑인 데다가 마을 이름까지 걸고 하는 곳이에요!
사실 그걸로 증명은 다 된 거긴 한데~ 흠흠.
1928년에 시작해서, 1960년에 우리 가족이 최종 인수하고 난 후 음식 조리까지 다 우리가 했거든요. 
바닥부터 화장실까지 우리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어요.
저 모자이크 타일 맞추는데 얼마나 눈이 빠져라 했는지.. 어휴
스툴 의자, 카운터, 마호가니 나무 좀 보세요.

" 처음부터 지금까지도 우린 바뀐 게 하나 없어요." 

최근 새로 산 주방 후드, 화장실만 빼고요.
매 해마다 뉴저지에서 마을을 대표하는 레스토랑으로 공식 인증패를 받는 써밋. Photo by 장미인
빨간 가죽과 스툴, 모자이크, 마호가니 나무는 써밋의 오리지널이다. Photo by Traveler PFB


 와아! 그럼 써밋이 다이너 중에서도 완전 최초겠네요? 

그런 셈이죠! 사실, 원조는 1872년 Walter Scott (월터 스캇)이란 사람이 마차에서 신문사 직원들에게 음식을 팔기 시작했는데, 그땐 ‘다이너’라는 명칭이 없었어요!
지금 장미인 씨가 보는 다이너 모습은 1938년에 Jerry O’Mahony Diner Company (제리 오 마호니 다이너 컴퍼니) 한테 맡겨서 완공된 거예요~ 그 양반들이 워낙 선수거든요!
스테인리스에 빨간 가죽 의자, 네온사인을 상징으로 해서 ‘다이너’를 처음 브랜딩 한 거예요!
덕분에 사람들이 ‘다이너’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인테리어가 된 거죠.
Lunch Car (런치 카)라고 불렸는데, 보통 아침부터 저녁까지 쭉 먹을 수 있는 24시간 운영이에요.
다이너는 미국식 작고 비교적 저렴한 레스토랑으로, 스테인리스 재질의 둥근 원형 인테리어를 갖고 있다. Photo by 장미인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다이너 하면 기차모양이 제일 먼저 떠올라요!

그렇죠!! 그 기차모양! 그게 바로 브랜딩이에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기억!
옛날엔 사람들이 식당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었어요. 빠르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식당이 필요했는데, O’Mahony 그 양반들이 기가 막히게 머리를 굴린 거죠. 인테리어 효과도 주면서 가성비 좋은 ‘기차 한 칸’으로 식당을 지어줬어요.

" 그래서 우리 통로가 다 좁고 길게 생긴 거예요! "




 SCENE #2


 저는 다이너 하면 꼭 먹는 게 팬케이크나 프렌치토스트예요!

써밋 팬케이크는 정말 맛있더라고요! 비법이 뭔가요?

60년 동안 레시피를 바꾸지 않는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죠.
우린 메뉴판도 안 줘요! 메뉴가 한결같으니까 굳이 메뉴판으로 보여줄 필요 없이 손님들이 알아서 시키거든요.
Handy 메뉴판 없이 상단에 붙은 메뉴판을 보고 주문해야 하는 써밋. Photo by 장미인


 맞아요, 카운터에 앉으니 주방과 가까운 게 좋았어요. 제 물 잔이 비어있을 시간 없이 센스 있게 채워주시기도 하고,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땐 투박하게 그릇에 턱턱 얹어서 주시더라고요.

눈앞에서 음식이 조리되면서 시각, 청각, 후각까지 다 만족스러웠어요! 이게 다이너의 진정한 매력이겠죠!!

BREAKFAST PLATTERS, Sandwiches - 2 Eggs sunny side up with Bacon, Plain pancakes. Photo by 장미인

( 달콤하고 부드러움, 크림 버터가 은은한 열기에 사르르 녹아 팬케이크에 스며들었다. 촉촉하게 젖어있는 팬케이크 한 입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100년 인심이 아쉬울 것 없는 양이다.)




 SCENE #3


 써밋이 벌써 100년이 다 되어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다면, 어떤 분일까요?

우리 가게는 알다시피 홈페이지도 없고, 홍보 수단이 전혀 없었어요. 정말 ‘단골’들만 오는 찐 가게거든요. 매일 오는 단골, 일주일에 한 번 오는 단골, 한 달에 한번 오는 단골, 분기별로 오는 단골, 모두가 써밋을 사랑하고 아낄 줄 아는 단골이죠.
Jim Cramer (짐 크레이머), Meryl Streep (메릴 스트립), Al Pacino (알 파치노)도 우리 가게 자주 왔어요. 알 파치노는 CityHall 이란 자기 영화까지 여기서 촬영하고 가기도 했어요.
왼쪽부터 Jim Cramer (짐 크레이머), Meryl Streep (메릴 스트립), Al Pacino (알 파치노). Photo by IMDb, CNBC
꼭 한 명을 꼽자면, 헤밍웨이! 그분을 얘기해야겠네요. 굉장히 독특하고 유머러스한 분이셨는데, 우리 가게에 오면 Slider를 시켜놓고 한참을 글을 끄적이다가 갔어요. 고개를 들어서 눈이 마주치면 한 마디씩 툭툭 던지는 유머가 아주 센스 있었거든요.
(실제 뉴저지 Summit인지, 시카고의 Summit 지역인지 아직도 불분명한 썰이다.)


 참, 여기 CASH ONLY 죠! 이따 계산하러 나가는 김에 캐셔 하나 사진 찍고 갈게요!

이런 아날로그는 처음 봐서 감성 샷 하나 꼭 남기고 싶었거든요!

(녹슨 캐셔 앞에서)
“고장 난 게 아니면 바꾸지 마라” 이게 내 철칙이거든, 하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써밋 동네 자체가 깔끔하고 예쁜 곳이에요.
시끌벅적한 맨해튼 도시 소음에 지친 사람들이 기차 타고 놀러 오는 곳이죠.

" 바쁘게 하루가 또 지나간다 느낄 때,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한 '숨'하러 와요. "

따뜻한 커피 한전 내어 줄 테니.. 참고로 우린 크리스마스 빼고 연중무휴예요!   
써밋 기차역 도보 1분 거리. Photo by 장미인



해당 내용은 필자가 실제 매장 방문 및 리서치를 바탕으로 가상 인터뷰로 각색하였습니다.

- 끄읕 -




뉴저지 써밋 다이너 공식 홈페이지

https://summitdinernj.com/


참고 자료

https://en.wikipedia.org/wiki/Summit_Diner

https://www.nj.com/jerseysbest

https://www.telegraph.co.uk/travel/arts-and-culture/history-of-american-diners/

https://www.cityofsummit.org/DocumentCenter/View/1368/1-19-16-Summit-D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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