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lac chocolates (1923)
초콜릿을 먹을 땐, 모두가 행복하니까요.
그래서 난 이 일이 행복해요
Anthony Cirone (4th owner)
다가올 23년 새해가 누구보다도 뜻깊을 브랜드가 있다.
100년을 마주하고 있는 설렘, 99살
뉴욕 맨해튼에서 가장 오래된 Li-lac 라일락 초콜릿이 오늘의 인터뷰이다.
1920년부터 현재까지 라일락이 지녀온 시간을 한 가지 키워드로 정리한다면 ‘고집스러움’ 일 것이다.
그 어떤 감각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미각에 현혹되지 않고, 꿋꿋하고도 외롭게 홀로 지내왔을 99년은 그들이 힘겹게 이겨낸 고민의 흔적이다. 흔들리지 않고 엄격하게 지켜낸 그들만의 고집은 1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브랜드로 결집되었다.
하물며 개인의 삶에도 수많은 선택이 오고 가는데, 100년 동안 짚었을 질문의 개수는 상상할 수 조차 없다.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가?’
'고객에게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
'세상에 나만의 깃발을 내리꽂을 수 있는가?'
쏟아지는 물음 속에 묵묵히 행동으로 보여주기 여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편리함과 타협하는 순간 라일락의 가치는 무너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트렌드’란 울타리 밖에서 ‘가치’를 찾았다.
비단 사업가들은 혀를 찰 이야기겠지만, 그럼에도 라일락은 가야 할 길이 명확했다.
맨해튼 그리니치 애비뉴(Greenwich Ave)의 라일락은 멀리에서도 눈에 띄는 ‘보랏빛’ 설렘이었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초콜릿 향이 들숨에 달콤함을 날숨에 식욕을 자극했다.
인터뷰어 장미인, 이하 장 으로 표기
인터뷰이 1대 오너 조지 사장님 (George Demetrious),
4대 오너 앤토니 사장님(Anthony Cirone), 이하 네모칸으로 표기
장 조지 (George Demetrious) 사장니..임..?
일단 먹고 시작하자고! 트러플이야, 우리 베스트셀러거든! 요즘 사람들에게도 분명 인기 좋을 거야!(문을 열자마자 들어선 내게 덥석 손에 초콜릿 하나를 쥐어 주신다.)
장 와 정말 입에서 살살 녹아요, 비법이 뭐예요 사장님?
우리는 절대 타협하지 않거든. 그게 비법이야! 프랑스에서 정통 초콜릿을 공부한 그리스인이 뉴욕에 이민 와서 오픈한 초콜릿 샵이라고! 괜히 100년이나 됐겠어? (우쭐)
장 맞아요! 1923년에 오픈했으니, 올해가 딱 100살보다 1살 어린 99년째네요.
뉴욕에 이민 왔을 때, 첫 매장을 어디에 오픈할지 고민했던 게 생각나네..
1920년대 당시에 그리니치 빌리지는 예술가들의 성지였거든. 초콜릿도 예술의 경지에 만들어보자!! 는 다짐으로 120 Christopher st에 첫 가게를 오픈했지. 100년이라니.. 세월 참 빠르지?
장 정말 그래요! 1923년 당시에 초콜릿이 23센트였다죠? 지금은 $3.45 달러네요! 숫자로 비교하니까 세월의 흐름이 더 와닿아요.
그래서인지 우리 가게는 70-80살 단골들이 많아. 어렸을 적 부모님 손을 잡고 라일락 매장을 왔던 손님들에게 향수를 자극하는 매개체가 된 거지.
장 와.. 향수를 일으키는 초콜릿이라!! 너무 낭만적이에요!
그때는 인터넷도 없을 시절인데, 어떻게 고객들을 확보하셨어요?
우리는 단순히 초콜릿을 파는 게 아니야. 행복을 파는 거지.
초콜릿을 먹는 순간, 행복한 감정에 녹아내리거든.
밤새 아몬드 바크, 버터 크런치, 헤이즐넛 트러플 스퀘어, 레전더리 퍼지 등 레시피를 연구하니까 온 매장에 행복한 향이 가득하지 않았겠어? 매일 아침 신선한 초콜릿 향이 새어나가니까 고객들은 매장에 들어오기도 전부터 행복에 빠져버리는 거야
장 와.. 라일락에선 초콜릿 = 행복이 동의어였네요.. 반박 불가
장 100년 동안이나 브랜드를 지키실 수 있던 비법이 궁금해요!
지금처럼 대량 생산이 곧 법이고, 유행에 뒤처지면 낙오되는 시대에 어쩜 이렇게 고집 있는 정통 초콜릿 (old-school)으로 현대에 살아남으셨는지 알려주세요!
(으쓱) 우린 초콜릿 제조 도구도 아직까지 그대로인걸?
마블 테이블이며 구리 냄비까지 모두 우리 브랜드의 시작부터 현재를 함께하고 있어.
장미인 씨보다도 나이가 훨씬 많은 대선배란 말이야!
사람들은 우리를 초콜릿 장인이라고 부르지. 약 120개가 넘는 종류를 오리지널 레시피와 장인 정신으로 만들거든. 다음에 브루클린에 있는 우리 공장에도 한번 견학 와 보면 알 거야~ 작은 초콜릿에 하나씩 손으로 장식을 놓는 모습에 사람들이 기겁한다니까?
가니쉬(작은 장식을 올리는 기법)는 손으로 하면 평생 해도 다 못해! 그래서 다들 기계로 찍어내기 바쁘지. 반면 우리는 아주 조금씩만 만들기 때문에 가능한 거야. 우린 이걸 노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전부 사랑이 담긴 흔적인 거야!
장 이 맛있는 초콜릿을 대량 생산하면 판매량도 늘려서 매출도 올리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수도 있잖아요! 소량 생산을 고집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대량생산은 우리도 인건비 줄이고, 쉽게 일할 수 있으니 모두에게 좋겠지?
하지만 우리의 아이덴티티는 전통 방식으로 손수 만든 초콜릿이야.
현실과 타협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전부를 놓치는 거야.
앞으로도 절대 바뀌지 않을 일이지
내 오른팔 직원 마거리트(Marguerite Watt)가 25년을 근무했거든? 이 사업의 2대 사장이기도 해. 그녀가 은퇴할 때까지도 전통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조건이었어! ‘아무에게나 라일락을 넘기지 않겠다’고 나와 약속했거든
품질 / 배려 / 헌신
이 3가지를 꼭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나오기 전까지 말이야.
장 전통을 잇는 건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닐 텐데.. 그래서 적합한 사람이 나왔나요?!
그랬다지? 3대 사장 에드(Edward Bond)가 1978년에 사업을 인수했는데, 마거리트가 근무할 시절 케이터링 사업을 하면서 라일락에 자주 오는 단골이었어. 라일락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는데, 계산하려고 줄 서있는 손님들에게 매번 자기 순서를 양보할 정도였더군. 꼭 더 많은 사람들이 라일락 초콜릿을 먹어봐야 한다면서 말이야. 그런 모습에 마거리트의 마음이 움직였던 거야. ‘이 사람이라면, 라일락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겠다.’
장 에드 사장님이 본격 사업을 확장하셨다고 들었어요! 지금의 라일락 패키지도 에드 사장님 작품이라고요?
맞아! 시그니처 플로랄 패키징! 보랏빛이 라일락 향이 물씬 나지 않던가? 전통을 이어가면서,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는 친구였어. 라일락 창립 직원들을 그대로 고용하면서, 그의 여동생 마사 (Martha Bond)가 젊은 감각으로 라일락을 현대화했지.
마사가 레시피 개발에 적극 참여하면서, 레몬을 화이트 초콜릿에 딥핑 하기도 하고, 스페셜티 트러플, 비건용 초콜릿도 만들었어. 1996년 레시피는 베스트 라즈베리 트러플 상 (Best Raspberry truffle in the try state area)까지 탔다니까? 기특한 친구들이야.
장 역시 3대 사장님이 라일락 찐팬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거예요!
그렇지.. 어느 날, 마사가 그러더군
우린 먹을 수 있는 보석을 파는 거예요.
고객들은 초콜릿을 사는 것뿐 아니라 이것의 가치를 사는 것으로 만족하는 거라며 말이야..
라일락은 99년 동안 단 3번의 인수 과정이 있었다.
그중 1번은 오랜 직원에게, 2번은 아주 오랜 단골 고객이 라일락의 고귀한 철학을 이어받았다.
2009년 마사의 빈자리를 3명의 공동 대표가 인수했는데, 라일락의 단골이었던 4대 대표 앤토니 (Anthony Cirone)는 Unilever Dove사의 “real women” 캠페인 수상, Bath & Body에서 brand development 부사장을 지냈을 만큼 실력파 마케터였다.
장 앤토니 사장님, 대기업에서 오래 근무하셨는데 돌연 초콜릿 사업을 하시게 된 것이 정말 신기해요!
하하하, 맞아요~ 대기업 생활을 근 20년 했지만, 그 공간 속 내 미래는 도저히 상상되지 않더라고요. 진짜 내 사업이 하고 싶었던 찰나, 라일락이 떠올랐어요. 워낙 단골이었던 가게라 마사 (Martha Bond)에게 사업을 인수하고 싶다고 제안했지만, 제안서를 읽자마자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당시엔 정말 상처였는데.. 이미 지난 일이니 괜찮아요 ^^;;
내가 가지고 있는 강점으로 라일락을 넥스트 레벨로 발전시킬 자신이 있었어요.
라일락을 인수하기로 결정한지는 총 3년 정도 걸렸네요. 창립 초기 그대로의 재료, 도구, 장인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보여준 후에야 마사의 컨펌을 받았거든요!
장 라일락은 고유 철학을 이해하는 사람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군요!
맞아요, 이런 비즈니스는 진짜 이걸 사랑하는 사람이 이어받아야 사업이 잘 굴러가는 거예요. 함께 하는 열정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는 거니까요.
장 대기업과 개인 사업의 차이를 몸소 느끼실 것 같아요. 어떠세요?
이런 작은 사업을 할 땐 정말 감내해야 할 게 많아요. 요즘 퍼스널 브랜딩을 꿈꾸는 친구들이라면 몸소 공감할 거예요. 개인 사업은 대기업과 같은 리소스가 많지 않기 때문에, 매 순간 판단과 균형을 잘 이뤄야 하죠.
신제품 개발, 패키지 연구, 틱톡 마케팅, 배달 어플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가게 확장도 하고 공장도 옮기면서, 부동산 프로젝트도 하고 있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땅 값 비싼 맨해튼에서 부동산업이 얼마나 힘들지 상상도 못 할 거예요.
장 맛이 한결 같이 유지되는 비결도 궁금해요! 도대체 어떤 마법이 걸려 있는 거죠??
그게 우리가 가장 자부하는 거예요. 코코아버터 함유량이 높은 게 우리 초콜릿의 핵심이죠. 코코아버터가 많을수록 설탕은 적게 들어가고, 맛은 더 부드럽고 풍부해져요. 일반 공산품 초콜릿엔 절대 불가능한 맛이죠.
장 코코아버터가 많을수록 좋은 초콜릿이군요!! 그럼 좋은 초콜릿을 구분하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진짜 좋은 초콜릿인지 테스트하는 방법을 알려줄게요. 먼저, 두 손가락으로 초콜릿을 쥐어봐요.
손가락이 초콜릿을 부드럽게 누를 수 있다면, 좋은 징조예요.
왜냐면 코코아버터는 체온에서 녹거든요.
장 어쩐지~~ 조지 사장님이 주신 초콜릿을 먹어봤는데! 너무 부드럽게 사르르 녹더라고요! 입안에서 남는 달콤함도 기분 좋았어요!
자자! 여기 몇 가지 챙겨줄 테니 가져가요! 내 최애는 다크 초콜릿 피칸 츄 Dark chocolate pecan chews 에요! 피칸을 아끼지 않고 넣었거든요. 은은한 버터 향에 달콤한 캐러멜과 다크 초콜릿의 쌉싸름한 맛까지 어우러진 그야말로 작품이에요.
장 와 아아 아!!!! 덕분에 행복을 잔뜩 안고 집에 가네요! 감사합니다! 가자마자 냉장고에 넣어놔야겠어요!
아니 아니아… 니…. 냉장고처럼 너무 낮은 온도에서는 팻 블룸, 슈가 블룸이 생겨요! 그렇다고 안전에 지장은 없지만, 최고의 초콜릿을 얼려버리는 건 용납할 수가 없어서요.
/ 막간 초콜릿 용어 사전 /
- 팻 블룸 Fat bloom 코코아 결정이 녹아 표면에 하얗게 얇은 막이 배어 나오는 것
- 슈가 블룸 sugar bloom 초콜릿의 설탕이 배어 나와 표면에 회백색의 반점이 나타나는 현상. 초콜릿에 꽃이 핀 것 같다고 하여 생긴 용어
꼭 냉동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마른 키친타월로 감싸서 냉동하세요. 되도록 초콜릿은 13~20도로 시원하고 건조한 곳에 놔야 해요!
장 아… 하.. 그럼 얼마나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을까요?
잘 보관만 한다면, 9개월 정도는 괜찮아요!
그래도 트러플, 마지팬 같이 필링이 있는 건 10일~3주 안에 먹는 게 좋아요. 그러니까 그 트러플 먼저 먹도록 해요!
초콜릿을 한 입 베어 먹을 때, 행복을 느꼈다면
당신을 생각하며 만든 거라 여겨주세요.
우리가 그랬으니까요..
해당 내용은 필자가 실제 매장 방문 및 리서치를 바탕으로 가상 인터뷰로 각색하였습니다.
- 끄읕 -
라일락 초콜릿 공식 홈페이지
https://www.li-lacchocolates.com
라일락 초콜릿 공식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lilacchocolates/
참고 자료
월스트릿트 저널 https://www.wsj.com/articles/SB10001424052970204554204577025931196363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