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임브랜더 Oct 29. 2022

캔디 없는 캔디샵, 렉싱턴 캔디샵

Lexington Candyshop (1925)

아이들은 자라면서 변하지만
캔디샵은 변하지 않아요.
 

누구나 마음속에 추억이 담긴 브랜드를 하나씩 품고 산다.

뉴욕의 어퍼이스트사이드(Upper East Side) 사람들은 ‘레스토랑’보다 ‘소다-캔디’라는 단어로 따뜻한 유년시절을 떠올린다.

그들에게 이곳, 렉싱턴 캔디샵(Lexington Candyshop)은 언제나 7살 어린아이로 변하는 타임슬립과 같았다.


기억을 브랜딩 하는 캔디샵

1920년대 그대로 얼어버린, 클래식한 모습의 렉싱턴 캔디샵. 입구에 들어서자 하얀 유니폼과 앞치마를 입은 수수한 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안심이 된다.


Lexington candy shop. Photo by 장미인.


인터뷰어 장미인, 이하  으로 표기

인터뷰이 1대 오너 소테리오스 필리스 (Soterios Phillis) 사장님, 이하 네모칸으로 표기



 SCENE #1  캔디 없는 캔디샵


  전 Candy shop이라고 해서, 말 그대로 캔디 파는 곳을 기대했는데!! 샌드위치가 나와서 놀랐어요!

그러고 보니 미인 씨는 우리 가게가 처음이죠? 우리 첫 시작은 캔디 샵이었어요. 남녀노소 좋아하는 수제 캔디와 초콜릿을 만들어서 파는 것이 목표였어요. 토끼, 산타클로스 등등 얼마나 아기자기했었는데요! 그런데 핼러윈이나 크리스마스 이외에는 영 매출이 형편없었죠. 한 여름에는 초콜릿이 줄줄 녹아서 매출이 0원인 날도 많았답니다. 열정과 패기로 시작했었는데.. 딱 그뿐이었어요.
초기 Lexington Candy shop 'SODA-CANDY'. Photo by Lexington Candyshop


그렇게 매출이 저조하던 찰나, 미래를 위해 선택해야 했어요.
이렇게 손님 하나 없는 매장에서 한숨이나 푹푹 쉬려고 그리스에서 뉴욕까지 온 게 아니었으니까요! 1945년, 매출이 저조한 캔디를 빼고,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샌드위치에 집중하기 시작했죠!
본격 점심 장사를 시작했고, 이때부터 말도 안 되게 손님들이 들어차는 거예요!
사람들은 한결 같은 모습을 좋아하지만
결코 '그 수준에 머무르다'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에요.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의 차이를
예리하게 찾아내는 것이
분명한 브랜드의 길이랍니다.


오리지널 레시피 그대로인 샌드위치. Photo by Lexington Candyshop
클래식 뉴욕 BLT도 터키 샌드위치도 첫 오리지널 레시피 그대로예요!
우리 음식은 결코 화려하지 않아요. 아주 단순하죠! 이 빵도 100년이 넘은 오 워셔 베이커리(Orwasher's Bakery)로 만들었답니다. 마사 스튜어트(Martha Stewart)가 제일 좋아하죠!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누구나 맛있게 만들 순 없는
원조 레시피예요!
이곳 Sundae는 고전적인 맛을 기억하게 한다. photo by 장미인.



SCENE #2  잊힌 메뉴를 추억하는 곳


 여기 밀크셰이크가 굉장히 유명하다 들었어요. 저도 초콜릿 맛 하나 주문될까요?  

크~ 먹을 줄 아네요! 여기 밀크셰이크는 뉴욕 최고로 꼽죠! 왜인 줄 알아요? 1940년부터 역사가 담긴  오리지널 제조 방식이니까요! 맥도널드, 웬디스 같이 패스트푸드 체인점에 있는 밀크셰이크랑은 차원이 다르단 말이죠! 초콜릿 시럽도 우리가 직접 다 만드니까요!
1940년 방식 그대로 즐기는 밀크셰이크 original Hamilton Beach milk shake mixer. Photo by Lexington Candyshop


 정말 쫀득쫀득한 맛이에요, 어떻게 이런 맛 차이가 나죠?

맥아, 전지분유로 만들어서, 시중 밀크셰이크보다 더 달고 짭조름하면서 꾸덕한 맛이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킨답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듣기엔 조금 이상할지 모르지만요 (하하) 소다파운틴 (soda fountain)에서만 먹을 수 있는 거니까, 다들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먹어봤으면 좋겠네요!


 여기 전 세계 코카콜라 병이 다 있네요? 한국 코카콜라가 보여서 반갑더라고요! 특별히 코카콜라를 모으신 이유가 있나요?

진열장 가득한 코카콜라. Photo by 장미인.
코카콜라는 세계적인 브랜드죠. 길거리 자판기나, 야구장에서 쉽게 마실 수 있잖아요. 그런데 오리지널 코카콜라는 오직 여기 렉싱턴 캔디샵에서만 맛볼 수 있어요. 콜라 시럽이라고 들어봤나요? 코카콜라 시럽에 탄산수를 섞어 만드는 원조 코카콜라랍니다. 자판기에서 뽑아먹는 것과는 많이 다를 거예요. 한번 맛볼래요?


 어?! 정말 맛이 달라요! 약간 김 빠진 달달한 콜라 같네요?

시럽으로 초콜릿 콜라, 바닐라 콜라, 체리 콜라, 레몬 콜라도 만들 수 있어요. 전부 우리가 직접 만든 시럽이니까 얼마든지 커스텀이 가능하죠. 여기에 아이스크림까지 얹으면..? (한 스쿱 크게 아이스크림 얹어주셨다.)
다이어트 콜라에 아이스크림을 얹으면.. 진짜 다이어트가 맞을까 싶은 비주얼. Photo by Lexington candyshop instagram
프로스티드 플롯 (Frosted float)이 되는 거죠! 이게 진짜 뉴욕 감성이라는 거거든요!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가 제일 좋아한 메뉴예요.


 레시피도 기계들도 전부 렉싱턴 캔디샵의 시작을 함께 했네요! 때론 불편하진 않으세요?

보다시피 우리는 오리지널을 고집해요. 빠르게 변화하는 주변에 비해, 모든 게 오래되어 보이잖아요?
하지만, 제 고집이 현대 기술에 굴복해야 할 때도 있어요. 예를 들어 금전등록기(현금 거래 기계)는 화폐 단위가 바뀌면서 더 이상 구식 기계를 사용할 수가 없더군요. 우리 단골손님들도 추억이 버려지는 것을 많이 아쉬워했지만, 괜찮아요! 나머지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1925년의 메뉴판에 샌드위치는 20센트였다. Photo by 장미인.



 SCENE #3  꾸준함이 이기는 것


 브랜드 운영엔 꾸준함이 필수인데, 잘 알면서도 제일 하기 힘든 부분이에요. 사장님은 현재까지 렉싱턴 캔디샵을 유지할 수 있는 팁이 뭔가요?

다행히도 가족 운영체제 덕에 가게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지금 3대째 운영하고 있는 가업인데, 사실 가족 운영은 부담감이 더 커요. 이 가게가 망하면, 그동안 세워온 우리 가족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니까요. 그래서 가족끼리 얼굴 붉힐 일도 많았어요. 이제 와서 얘기할 수 있지만, 내 손으로 아들을 해고한 적도 있답니다. “이렇게 일할 거면 가서 과일 장수나 해, 이 놈아!!” 하고 내쫓았죠. 결국은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요.
현재 3세대 사장님 John Philis. Photo by Lexington candyshop.
지금 사장인 손주 녀석 존(John Philis)이 석사까지 한 공무원 출신인데, 가게를 물려받아 잘 유지하고 있죠. 이젠, 손주의 아들이 4세대를 노리고 있답니다 (껄껄)!


 원조 브랜드로서 홀로 지켜야 하는 자리가 외롭진 않으신가요??

우리는 몇 안 되는 뉴욕의 마지막 ‘원조’ 런처네트*에요. 뉴저지나 롱아일랜드 등 외곽으로 나가면 우리 같은 곳이 더 있을 순 있겠지만, 뉴욕에선 아니에요. 비싼 임대료와 빠른 식습관 변화로 인해서 가게 운영에 위협이 많거든요. 바로 우리 10분 거리에 스타벅스가 2개나 생겼어요. 뉴욕에 우리와 같은 가게들이 1,000개가 넘었는데 이제는 215개뿐이에요. 생존율이 20% 뿐이니.. 그만큼 간절하답니다.

*런처네트 luncheonette : 식사를 할 수 있는 작은 식당 (Diner보다 작은 규모)

Bruce Springsteen의 영화 촬영지이기도 하다. Photo by 장미인.



 SCENE #4  추억을 먹는 공간 


 가게를 알리기 위한 홍보도 종종 하시나요? 주변 상점들과 경쟁하려면 마케팅이 꼭 필요할 것 같은데~ 100년 가게의 마케팅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광고는 일절 하지 않아요. 옛날에는 우리 가게를 많이 노출시키는 것이 중요했죠. 사람들의 인식에 렉싱턴 캔디샵이라는 글자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요.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기억되느냐가 더 중요해요. 렉싱턴 캔디샵을 방문한 고객들이 어떤 기억을 품고 돌아가는지가 더 값진 광고랍니다!
     인지도가 높다는 것과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니까요.   
Lexington candy shop에 남긴 감사 인사. Photo by 장미인.


 와~ 마음에 와닿는 말이에요..!! 그렇다면, 고객들이 유난히 렉싱턴 캔디샵을 찾는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는 줄 곧 같은 자리에 있었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슬프고 기쁠 때나 마음이 허전할 때 언제고 찾을 수 있는 친구 같은 존재죠.
고객들은 우리에게
특별한 것을 바라지 않아요.
그저 이곳의 추억을 먹으러 오는거에요.


저기 저 멋진 백발 숙녀분 보이죠? 아주 꼬마 때부터 엄마 손을 잡고 왔던 고객이에요. 이제는 저기 의자를 빙빙 돌리고 있는 손녀의 할머니가 되었네요. 우리는 고객에게 이런 존재예요. 엄마와 딸, 그리고 손녀까지 모두 같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죠.
아이들은 자라면서 변하지만,
캔디샵은 변하지 않아요.


꾸준함이 우리 브랜드가 지속될 수 있는 힘이죠.



해당 내용은 필자가 실제 매장 방문 및 리서치를 바탕으로 가상 인터뷰로 각색하였습니다.

- 끄읕 -




카페 레지오 공식 홈페이지

https://www.lexingtoncandyshop.com



참고 자료

Mailoneline https://www.dailymail.co.uk/news/article-4625584/NYC-oldest-family-owned-luncheonette-Lexington-Candy-Shop.html                    

이전 02화 오래된 미래, 브랜딩에서 답을 찾은 독일 정육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