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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임브랜더 Oct 21. 2022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곳, 180년 전통 약국

B.O. Bigelow (1838)

사람들은 진짜에 끌리죠.
이것보다 더 진짜는 없습니다.
 C.O.Bigelow owner
 

브랜드는 누군가보다 뛰어난 가치를 차별화하여, 일관되게 유지할 때 설립된다.

판매에 급급해 자신들의 가치를 훼손하게 된다면, 브랜드는 곧 무너진다.


코비글로우 (C.O. Bigelow)는 장인과 상인 사이의 미묘한 조율을 훌륭하게 해낸 브랜드이다.

4대 가족 경영으로 대형 체인 약국의 위험을 무릅쓰고, 굳건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타임머신이 실제 존재한다면, 마주하게 될 과거의 모습은 어떨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39명의 대통령을 겪었고, 토마스 에디슨의 상처를 치료해줬으며,

9.11 테러에도 불을 밝혀 뉴요커의 안전을 지킨 상징적인 공간.


EST1838 C.O.Bigelow 매장 내부 네온사인. Photo by 장미인.

오늘은, Covid-19의 위험성, 대형 체인의 홍수 속에 살아남은 180년 브랜드, 

미국 전역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 코비글로우를 인터뷰해본다.

 

인터뷰어 장미인, 이하  으로 표기

인터뷰이 1대 창업주, 헌터(Dr. Galen Hunter) 이하 네모칸으로 표기 



 SCENE #1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는 법


 비글로우 사장님 계신가요?

허허, 비글로우는 없지만 창업주 헌터(Dr. Galen Hunter)는 있습니다. 


 어맛, 죄송해요! 보통 대표자 이름을 따서 명칭을 짓는 브랜드가 많길래.. 당연히 비글로우가 성함이실 줄 알았어요!

틀렸지만, 맞아요! 원래 우리 가게 첫 이름은 ‘마을 약방(The village Apothecary Shoppe)’이었죠. 나랑 오랜 근무하던 비글로우가 3대 사장으로 가게를 인수하면서 정식 명칭을 지금처럼 코비글로우(C.O.Bigelow)로 변경해서 운영하게 됐답니다. 우리는 그냥 드럭스토어(Drugstore)가 아니에요. 대표들이 전문 약사로 근무하는 약국(Apothecary)입니다.
2022년 현재와 초기 코비글로우의 모습. Photo by 장미인



 한 가지 분야를 180년 동안 지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데, 어떻게 일궈내신 건지 궁금해요!

코비글로우에 오래 근무한 직원들과 가족 경영인 점이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중심을 잡아줬어요.
모든 게 우리 브랜드의 가치를 이해하고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룬 결과예요. 


사람들은 진짜에 끌리죠.
이것보다 더 진짜는 없습니다.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알았어요. 기둥에 쓰여있는 저 글귀들이 비글로우의 핵심 가치죠?

맞아요! 신뢰(trustworthy), 정직(honest), 진정성(genuine)으로 고객을 대하면, 사람들은 우리의 가치를 알아주기 마련이니까요. 
코비글로우의 핵심가치가 기둥에 적혀있다. Photo by 장미인.


그래서 인테리어도 초기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요.
타일이며, 천장 무늬, 서랍장 등 모두 오리지널을 보존하고 있죠.


오리지널을 보존하고 있는 코비글로우 매장. Photo by 장미인.



 SCENE #2  흔적을 제품화시키는 능력


 비글로우에서 가장 자신 있는 제품을 추천해주신다면 뭐가 있을까요?

사실 우리 PB 제품들은 오랜 고객 검증을 통해 만든 거라 전부 꺼내놓고 싶지만 (으쓱),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무래도 제가 만든 첫 포뮬러 크림이겠죠? 
로즈 원더 콜드크림(Rose wonder Cold Cream)은 메이크업 리무버, 클렌저, 수분 크림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어서 지금까지도 꾸준히 베스트셀러 중 하나예요! 우리의 효자 템이죠!


좌) PB상품. Photo by 장미인. 우) 로즈원더콜드크림. Photo by C.O.Bigelow official website


 레몬 바디 크림도 유명하다고 들었어요! 미백 효과가 그렇게 좋다고 입 소문이 자자하던걸요?

저랑 오래 근무했던 조지 후퍼 (George Hooper)가 개발한 레몬 바디크림 (Lemon body cream) 제품이에요. 비타민 C가 있어서 미백 효과에 탁월하죠. 각질 제거 효능이 있어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답니다.  


Lemon body Cream. Photo by C.O.Bigelow official website


 패키지 디자인도 신뢰가 가요! 화려한 대기업이 아니라 전문 약국에서 만든 제품 같달까?

하하하, 보는 눈이 있네요! 여기 보이는 Lemon 글씨체는 초기 레시피 장부에서 적혀있는 손글씨를 디자인으로 응용한 거예요. 그만큼 제품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주는 거죠. 


우리는, 우리의 전통을 자부합니다.



 제품을 홍보하는 마케팅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우린 마케팅도 따로 필요 없어요. 고객이 곧 마케팅이 되니까요. 바로 이 연고 (Balm)가 대표적이죠. 전구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 (Thomas Edison) 알죠? 그 사람이 전구의 초기 프로토타입을 발명하다가 한 밤중에 손가락 화상을 입어서 우리 가게를 찾아왔어요.
토마스 에디슨과 연고. Photo by C.O.Bigelow official website
진정효과가 탁월한 우리 연고를 추천해줬더니, 말끔히 나았다고 고마워하더군요. 이 연고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어두컴컴한 저녁 6시에 자야 했을지도 몰라요. 지금까지 이 연고는 오고 가는 방문객들이 꼭 하나씩 구매해가는 필수 아이템이 되었답니다. 에디슨의 손가락을 고친 연고니까요, 하하!



 SCENE #3  세월을 함께하는 힘, 단골 고객 


 아무래도 COVID-19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겠네요. 건강과 직결되는 업종이기 때문에 영향이 더 크셨을 것 같아요. 어떠셨나요? 

그 이야기하면 입 아픕니다. 온갖 뉴스가 바이러스 기사로 도배된 후로 집에 들어가질 못했어요. 전화와 방문 고객들이 끊이질 않아 약국 구석에서 새우잠을 자야 했죠. 사람들의 손에는 구글이라는 무엇이든 찾아주는 서비스가 있지만, 결국 고객이 제일 먼저 찾아오는 곳은 비글로우였어요. 그만큼 고객들은 우리를 믿고, 신뢰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기였어요.
코비글로우 매장의 전등 또한 오리지널 연식이다. Photo by 장미인.
우린 세계대전에도, 허리케인이 불어와도, 9.11 사태에 정전이 나도 항상 가게 불을 밝혔어요. 사람들이 길을 잃으면 안 되니까요. 힘든 시기임에도 고객 분들은 ‘우리와 이 자리에 함께해줘서 고마워요’라며 음식과 쪽지를 남겨주시기도 한답니다. 이럴 때, 그분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일에 보람을 느껴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에 전통을 지키는 것은 꼭 필요하면서도, 역설적이에요. 

비대면으로 인해 배달 서비스도 진행하고, 비글로우 어플도 이용할 수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핸드폰을 보고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보다도, 직접 얼굴을 마주하며 대화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모든 것을 디지털화하는 일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에서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해요.
코비글로의 옛 기록들. Photo by C.O.Bigelow official website
어렸을 적, 몸이 아프면 엄마 손에 이끌려 약국에 가서 ‘콧물이 나고, 열이 나요’라며, 자신을 돌봐줄 전문가를 찾았죠. 이 과정이 사람과의 관계를 구축하는데 가장 순수한 본질이에요.
고객을 돕고, 상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180년 전부터 그래 왔듯
 우리는 할 수 있을 때까지
고객과의 관계를 이어갈 거예요.



해당 내용은 필자가 실제 매장 방문 및 리서치를 바탕으로 가상 인터뷰로 각색하였습니다.

- 끄읕 -




코비글로우 공식 홈페이지

https://www.bigelowchemists.com


코비글로우 공식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cobigelow


참고 자료

뉴욕타임스 https://www.nytimes.com/2019/02/01/nyregion/co-bigelow-west-village.html

Vogue https://www.vogue.com/article/co-bigelow-ian-ginsberg-covid-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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