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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임브랜더 Oct 29. 2022

팬들의 팬이 되어버린 역사, 피츠 테이번

Pete’s Tavern (1864)

이곳은 역사가
역사를 쌓는 곳이에요.
 

역사는 지난 오랜 세월에 걸친 정치ㆍ사회ㆍ문화적 변천 과정의 자취이다.

하루에도 수 십 개의 브랜드가 지고 새로이 나는 뉴욕에서 160년 동안 한 자리에서 과묵하게 역사를 쌓고 있는 뉴욕 최초의 술집 Pete's Tavern을 만나본다.


하루의 고됨을 토로하는 곳이기도 했고,

은밀한 속삭임을 전하는 곳이기도 했으며,

오래된 반가움에 손 흔드는 곳이기도 하다.

역사의 흔적을 그대로 지닌 Pete's Tavern 내부 모습. Photo by 장미인.


팬들의 팬이 되어버린 역사


인터뷰어 장미인, 이하  으로 표기

인터뷰이 1대 오너 피터 드벨레스 (Peter D’Belles) 사장님, 이하 네모칸으로 표기



 SCENE #1  건강을 위해 술을 파는 꽃집


  뉴욕의 최초 술집이라니, 외관에서는 느껴지는 포스가 길 건너편에서부터 느껴져요!

문 앞에 쓰여있는 간판을 보고 왔어요? 피츠는 포트만 호텔 1층에 1864년에 오픈한 뉴욕 최초의 술집이랍니다. 여러 주인의 손을 거쳐 지금의 Pete’s Tavern이 완성되었죠. 12m 길이 장미목으로 만든 바, 타일 바닥 모두 1864년의 시작을 함께했답니다. 저기 저 술장이 기울어진 것 보이죠? 우리의 나이를 증명해주는 거죠. 여기 일하는 사람들 모두 굉장히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고 있죠.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최초의 술집. Photo by 장미인.


  서랍장에서부터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네요. 역시 천장부터 감성이 남다르네요.

이런 곳에서 꽃을 팔았다는 게 상상이 안 가는걸요?

쉿!! 우리가 꽃으로 위장했다는 소식은 사실 비밀이었어요! 미국에 금주령 알죠? 1920년, 미국에서 술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죠. 보수주의자들이 1차 세계 대전 당시 곡물이 부족하니, 술에 낭비를 줄이자고 나선 거예요. 덕분에 미국 전체가 타의적 경건한 삶을 살아야 했고요.
우리가 술을 팔고 싶어서
판 게 아니에요!
사람들 건강 걱정에 시작한 거지!!

저 멀리 꽃집 Florist 간판이 쓰여있는 Pete's Tavern. Photo by Pete's Tavern.


 술과 건강은 반대어 아닌가요? 건강해지려고 술을 판매했다니요??  

어허~ 미인씨는 정말 술을 모르는 사람인가 봐요? 술 생산이 법적으로 금지되면서, 가격은 폭등하고 사람들은 가짜 술을 마셔야 했어요. 가짜 술을 마시고, 심지어 죽는 경우까지 발생했다니까요? 지배계층이야 얼마든지 비싼 돈을 내고 진짜 술을 밀입할 수 있었지만, 서민들은 무슨 죄인가요?
신선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테이번. Photo by 장미인.


그래서 우리가 나선 거죠. 금주령 기간 동안, 가게를 매일 신선한 꽃으로 장식했어요. 장미, 제비꽃, 오키드 등등. 옆문으로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면, 냉장고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었죠.
신사들로 가득했던 피츠테이번. Photo by 장미인.


 말 그대로 스피크 이지바 (Speakeasy bar)를 운영하셨던 거네요?!!

그렇죠! 루스벨트 대통령 덕에 1933년 12월 5일 주류 금지가 폐지되고서야 피츠 테이번 간판을 올릴 수 있었어요. 재미있는 건 꽃집으로 둔갑한 동안 피츠를 찾아온 손님들은 그 은밀함을 즐겼어요. 정치인들조차도 금주령은 신경도 쓰지 않고 여기서 술을 주문했다니까요? 오히려 그들이 더 찐 팬이 된 거죠. 매일이 스릴 넘쳤답니다 (하하)
위기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 안에서의 변화를 꾀한 거죠.


 지금의 테이번(Tavern)이라는 단어가 다소 생소한데, 일반 펍(Pub)과는 다른 개념인가요?

원래 우리 자리가 호텔이 있었다고 했죠? 테이번은 숙소가 함께 마련되는 술집을 이야기해요. 여관에 딸린 맥주 한잔 하기 좋은 곳을 말하죠. 신사분들이 일과를 마치고 하루의 피곤을 덜어낸 곳이죠.




 SCENE #2  160년을 간직하는 방법


 금주령까지 겪은 160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지 상상도 안 가요. 진짜가 맞나 궁금하기도 하고요. 사장님만의 세월을 기록해 나가는 방식이 있을까요?

저기 저 샹들리에 보이죠? 1850년대 제작된 거예요.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디자인이죠. 오히려 건축적으로 아름답지 않나요? 원래 촛대를 넣어 불을 밝히던 걸 전부 전구로 교체했어요. 덕분에 샹들리에 길이가 조금 짧아지긴 했지만요.
1980년대부터 있던 샹들리에. Photo by 장미인.


그때 당시에 쓰던 다이얼 전화기도 있답니다. 우리는 고장 나지 않으면 버리지 않아요. 그 순간을 함께 했던 기억들 때문이죠.
연식이 묻어나는 전화기들. Photo by 장미인.


이건 우리 가게를 찾아주는
고객들을 위한 우리의 작은 배려예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모습 때문에, 정치인들과 유명인사들이 계속 찾아왔죠.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지미 워커 시장이 단골이었어요. 프랭크 시나트라도 여기에서 한참 수다 떨다가 가곤 했어요.
Frank Sinatra. Photo by 장미인 / 크리스마스 선물. Photo by Google


'마지막 잎새' 작가 O.Henry (필명 오헨리, William Sydney Porter) 알죠? 이 근방에 살면서 자주 들렀답니다. 저기 뒤의 2번째 부스가 그의 예약석이었어요. 이곳에서 Gift of the Magi(크리스마스 선물)를 썼죠.


 오헨리 작가에 대한 자부심이 정말 대단하시던걸요? 가게 들어서면서 쓰여있는 O'Henry길 간판을 봤어요!

그럼요, 세계적인 작가의 초석이 되는 건 아무나 겪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시끌벅적한 가게 안에서 맥주 한잔을 앞에 두고 골똘히 생각에 잠긴 작가님 주변의 공기는 무척이나 고요했어요. 입에 펜을 물고 중얼중얼 거리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답니다.
가게 간판 아래에 O'Henry's Way 간판이 보인다. Photo by 장미인.


 유독 피츠 테이번에 이렇게 훌륭한 분들이 끊임없이 찾아올 수 있는 마케팅 비법은 뭔가요?


하하 그건 아주 간단해요.
팬의 팬이 되면 돼요!


그저 받기만 하는 사랑은 결코 지속될 수 없죠. 우리를 좋아하고 찾아주시는 단골분들의 팬이 되면, 이야기는 끊이지 않는답니다. 오헨리 작가님 뿐 아니라 브루스 윌리스, 나탈리 포트먼, 조니 뎁, 톰 크루즈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1864 에일’을 먹으러 종종 오곤 해요. 여기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이탈리안식 미국 하우스 에일을 즐기러 오는 거죠. 우린 그분들의 팬이랍니다!


 맞아요! 섹스 앤 더 시티 드라마에 출연한 것도 봤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미드거든요!! 미란다가 브래디에게 청혼한 자리잖아요!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미란다가 피츠 테이번에서 촬영했다. Photo by Sex and the city.
하하 맞아요. 워낙 오랜 시간을 이 자리에 있다 보니, 하도 많은 일들이 있어서 일일이 다 기억해내기 쉽진 않네요. 우리 벽면에 사진들이 걸려있으니 시간 남을 때 천천히 보고들 가요!


 퇴근하기 전 조심스레 하나 여쭤보고 싶어요. 뉴욕 최초의 술집은 누구에게나 탐나는 타이틀이잖아요. 그래서인지 피츠 테이번 (Pete's Tavern) 말고도 '뉴욕 최초'를 주장하는 술집이 있던데....??

 맥솔레이 올드 에일 하우스 (Mcsorley's Old Ale House) 말하는 거죠? 정말 지겹도록 들어온 질문이에요. 누가 원조인지! 다들 원조 할매 국밥, 진짜 최종 완전 원조! 할매국밥 하듯이, 우리에게도 '최초'라는 타이틀은 한 동안 뜨거운 논쟁거리였죠. 맞아요. 최근 '누가 가장 오래된 뉴욕의 테이번인가?'에 대한 공식적 선언 발표가 있었어요.
원조 논란을 종식시킨 기사. Photo by 장미인.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원조로 인정받았어요. 맥솔레이는 가게를 비운 시간이 더 많았답니다. 1860년대까지도요. 문 닫은 가게를 가게를 누가 원조라고 인정하겠어요?
오늘 미인씨는 진짜 최초 원조 뉴욕 테이번을 다녀간 거예요. 축하해요!


 하하, 감사해요! 지금껏 160년 자리를 지켜오셨으니, 앞으로 딱 40년 있으면 2세기 역사를 지닌 브랜드가 되겠네요! 앞으로 40년 동안 어떤 것들이 또 변화할까요?

흠, 어떤 것이 변화할까라는 말보다는 어떤 것이 남아있을까?라는 질문이 더 잘 어울리겠네요. 시대 흐름으로 모양새가 변할지라도 우리가 지닌 가치 '당신과 함께하겠습니다.'는 변치 않을 테니까요.
가게 앞 그래머시 파크(Gramercy Park)는 명성과 역사에 비해 폐쇄적이죠. 아무나 들어가지 못하잖아요. 하지만, 우린 모두에게 열려있죠. 뉴욕의 역사를 맛있게 듣고 싶다면, 얼마든지 와요. 이곳에선 원하는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을니까요.

*Gramercy Park은 개인 소유 공원으로 특정 아파트 주거자들만 입장할 수 있는 열쇠를 갖고 있다.


이곳은 역사가
역사를 만드는 공간이에요.



해당 내용은 필자가 실제 매장 방문 및 리서치를 바탕으로 가상 인터뷰로 각색하였습니다.

- 끄읕 -




피츠테이번 공식 홈페이지

https://www.petestavern.com



참고 자료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Pete%27s_Tavern                    

인간적인 브랜드가 살아남는다. 마크 W 셰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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