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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예 Oct 19. 2017

예술제에 등록되지 않은 작품, 데시마의 맛

섬에서 절반 #5 데시마

데시마의 식당 중에선 <시마 키친>이 가장 유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식당이 없는건 아니다. 시마 키친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물론 음식의 맛도 큰 요인이지만 그 식당 건물이 세토우치 예술제에 등록된 작품이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런 등록/미등록 여부만으로 판가름하기엔 아쉬울 정도로 멋진 곳들이 데시마엔 몇몇 군데 더 있다.


그 중 우리가 방문한 곳은 <우미노 레스토랑>, '바다 식당'이라는 직관적인 이름처럼 바다를 바로 끼고 있는 멋진 장소였다. 원래는 카라토 항에서 셔틀 버스를 타고 근처 정거장에서 내려 걸어갈 생각이었는데, 기사 아저씨께서 그 정거장에서 내리는건 그 식당에 가려는거냐, 하더니 아예 식당 앞에 내려주는 친절을 베푸셨다. 정해진 정거장이 아닌 곳에 내려줄 수 있는 여유를 남의 나라 작은 섬에서야 만나게 됐다. 그렇게 우미노 레스토랑에 닿았다.


건물 자체는 컨테이너를 닮은 듯 멋대가리 없지만 이 식당은 멋진 정원과 더 멋진 바다를 품고 있는게 매력이다. 날이 아주 화창하지는 않았어도 그럭저럭 선선해 좋았기에 바깥 자리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늦은 점심을 먹었다.


런치 코스로는 생선과 고기 중에 선택할 수 있는데 당연히 하나, 하나 주문했다. 늘 느끼지만 함께 하는 여행은 이런 점이 좋다. 혼자라면 하지 못할 경험들을 일행과 나누어 하면서 결과적으론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다.


생선은 튀김으로 따뜻하게, 고기는 냉채 스타일(채를 썬 것은 아니지만)로 차갑게 제공되고 여기에 밥과 국, 섬에서 자란 채소들을 활용한 반찬이 곁들여진다. 두가지 모두 맛본 결과, 메인 메뉴인 생선과 고기 중에선 생선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여기에 약간의 비용을 추가하면 디저트까지 앉은자리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지만 디저트는 다른 곳에서 경험해보기로 했다. 그닥 멀지 않은 곳에 데시마산 딸기를 활용한 디저트를 낸다는 집이 있어 그쪽으로 향했다. <이치고야>, 해석하면 딸기집. 역시나 직관적인 이름이다.


허름한 외관이지만 안은 동네 사랑방 느낌으로 포근했다. 우미노 레스토랑처럼 깔끔하고 세련된 곳도 좋지만 이런 곳 또한 이런 곳 특유의 매력이 있어 좋다.


딸기 파르페와 딸기 빙수. 고급스럽진 않지만 생긴 그대로 솔직한 맛이다. 입 안에 단 맛이 퍼지면서 동시에 그 단 맛이 손끝 발끝까지 전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평소보다 많이 걷다보니 몸 안에 당분이 부족해졌었나보다. 여기에 쓴 커피까지 함께 하니 천국이 따로 없는 기분이 되었다.


당분과 카페인으로 몸 구석구석을 충전했으니, 다시 나가서 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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